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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가지의 메뉴만 취급, 30년이 흘러도 역시 지존!
점심때만 되면 줄을 서서 먹는 다는 정식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때맞춰 아내와 함께 서귀포로 향했습니다. 물어물어 찾아간 그곳,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요? 하필이면 입구에 커다랗게 내부수리중이란 간판이 내걸렸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알아보고 오는 건데 갑자기 맥이 풀리더군요.
먼 길을 달려오다 보니, 많이 시장하더군요.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아주 오래전에 단골처럼 드나들던 곳을 찾아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본 기억을 더듬어 보니, 대략 10여 년 전, 과거 서귀포에서 10년 동안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틈만 나면 다니던 곳이었습니다.
무려 30년 전통을 갖고 있는 음식점, 처음 이곳에서 파는 음식을 맛봤을 때의 그 감동, 당시에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뭐 이런 음식이 다 있나 했을 정도였지요. 메뉴는 단 하나, 돼지고기 두루치기만을 취급하는 용이식당입니다.
아마도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만들어 판 곳이라고 저는 기억합니다.
그 후에 비슷한 음식점들이 생기면서 용이식당이 안 좋은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서귀포시내에 있는 식당들이 모두 망해도 이곳만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하기도 합니다.
이곳은 차를 대기도 참 불편합니다.
서귀포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를 두 바퀴 돌고서야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답니다. 과거에 차가 없을 때는 걸어서도 왔던 곳인데 말입니다. 역시 끼니때라 그런지 찾아간 날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고기만 빼고 모든 것이 무한리필, 소주나 음료수도 팔지 않은 독특한 맛집
멀리서 여행을 온 사람이라면 어색할 정도로 투박한 목소리로 손님을 맞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서비스를 받다보면 이내 친숙해지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메뉴를 다로 주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루치기 외에는 취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흔한 소주나 음료수조차도 취급하지 않는 매우 독특한 곳입니다.
그래서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는 참 편(?)합니다. 몇 사람이냐 고만 물어보면 됩니다.
2인분을 주문한 두루치기용 돼지고기입니다.
보기에는 양이 적은 것 같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절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고기는 제주산 돼지고기로 냉동상태의 고기를 얇게 썰어 고추장 양념을 한 뒤 내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루치기는 썰어진 돼지고기를 팬에서 어느 정도 익히다가 파절이, 콩나물, 무채 등을 넣어 함께 볶다가 자작하게 국물이 우러나오기 시작하면 익힌 야채와 곁들여 먹는 요리입니다.
두루치기 고유의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파절이입니다.
먹어보면 느끼지만 이 파절이에서 나오는 달달한 맛이 두루치기 전체의 맛을 좌우 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감초 같은 역할이지요.
파절이와 함께 맛을 내줄 콩나물과 무채, 그리고 김치입니다.
이외에 따로 딸려 나오는 밑반찬은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두루치기에 양념된 야채를 넣는 순서도 있다던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키지 않아도 무방해 보입니다. 고기가 익었다고 생각이 들면 야채들을 넣어 주면 됩니다.
두루치기를 싸 먹으라고 나온 상추입니다.
아주 매워 보이는 청양고추는 여자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약간 매콤한 수준.
고기를 익히는 가스렌지는 완전 구식입니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게 바로 두루치기 지존의 모습입니다.
고기위에 갖은 야채들을 투박하게 올려놓은 모습이 보면 볼수록 먹음직스럽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집의 장점은 고기를 빼고 모든 재료가 무한리필로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밥도 예외는 아닙니다. 밥통은 개방하여 마음껏 떠다 먹는 것은 물론, 두루치기에 첨가하는 야채들도 얼마든지 제공을 해줍니다. 단, 물을 떠다 먹는 것은 셀프입니다.
고기의 담백한 맛이 야채들과 어우러져 깔끔하면서 매콤한 맛을 냅니다. 상추에 싸서 먹으니 더욱 좋더군요.
가격은 그 새에 조금씩 꾸준히 오른 모습니다.
하지만 요즘 물가를 감안하고 무한리필로 제공되는 재료들을 생각하면 일인분에 6천원이란 가격은 너무 착해 보입니다. 포장은 5백 원이 할인됩니다. 저녁까지 두루치기로 때울 요량으로 4인분을 포장했답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친절하고 저렴한 비용에 푸짐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귀포의 대표 맛집입니다. 요즘은 여행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주차난이 조금은 흠.
아내와 단둘이 먹기에는 집에 있는 애들이 눈에 밟히더군요.
4인분을 포장하여 두 끼 연속 두루치기로 때웠습니다.
맛집정보: 제주맛집, 서귀포맛집, 용이식당
제주도 서귀포시 천지동 298-8번지 (T.064-732-7892)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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