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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카페

주인장을 부를 수밖에 없었던 맛집, 정존아구(폐업)

by 광제 201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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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보니 주인장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폐업)

생크림처럼 살점이 녹았던 아구찜의 비밀 

입맛을 잃어 버렸을 때 뭐 화끈한 음식 없을까 하곤 하지요.
그때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아구찜입니다. 아구찜은 특히 여자분들이 좋아합니다. 결혼 초, 아내가 첫아이를 가졌을 때였지요. 난데없이 아구찜이 먹고 싶다는 겁니다. 그럼 먹으러 가자고 그랬지요. 근데 이건 뭔 경우입니까. 사오라는 겁니다. 버텼지요. 대판 싸웠습니다.

결혼하고 가장 크게 싸운 부부싸움의 기억. 바로 아구찜 때문이었는데요, 임신하였을 때 먹고 싶다는 거 사주지 않은 죄(?) 때문에 지금도 아구찜만 보면 당시가 떠오릅니다. 끈질긴 악몽이지요. 아마도 죽을 때까지 아내의 원성을 들어야 할 판입니다.

아내는 정말 아구찜을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 아내와 아구찜을 잘하는 집이 없나 살피던 중 한곳에 우연히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근래에 보기 드문 정통 아구찜 전문점이었습니다. 첫 인상부터가 완전 끌렸던 집입니다. 그때의 그 맛이 그리워 한 번 더 찾아갔습니다. 이집 아구찜 맛을 보고나니 다른 집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슬슬 구경해볼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정존아구찜을 외부에서 본 모습입니다.
다른 메뉴는 없습니다. 아구탕과 아구찜 달랑 두 가지만 취급합니다. 정통 아구찜 전문점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고 나면 나오는 밑반찬입니다.
아구찜 요리에는 사실 밑반찬이 필요 없지요. 시원한 동치미 하나정도만 있어도 좋겠지만 이곳에서는 몇 가지 단촐하게 내어옵니다.

기다리던 아구찜이 나왔습니다.
메뉴는 대,중,소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건 어른 3~4명이 먹을 수 있는 중짜입니다. 그래도 매번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푸짐합니다. 대짜는 어른 5~6명 정도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아구찜이 나오면 직원 분께서 직접 가위질을 해서 먹기 좋게 아귀를 손질해 줍니다.

다른 건 들어있진 않습니다.
정통 아구찜을 고집하기 때문이지요. 오로지 콩나물과 아귀만 보일뿐입니다.


정말 푸짐하지요.

근데 이집만의 가장 큰 장점, 아귀를 맛보고 나야 알 수 있답니다.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요. 같은 재료를 갖고도 요리 실력에 따라 맛이 다르겠지만, 이집만큼은 주재료인 아귀가 지금까지 다른 음식점에서 먹어왔던 아귀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담백함도 일품이지만.....

생크림을 먹는 느낌??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싱싱하고 부드러운 살점이 입안에 넣기만 하면 살살 녹습니다. 

콩나물 먹는 맛에 아구찜 먹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지요. 아귀 살점 발라먹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주재료인 아귀가 맛이 있어서 그런 걸까요.
콩나물도 정말 맛있습니다. 씹어 넘기는 식감이 아주 최고입니다.


같이 갔던 식구들이 정신을 못 차리네요.

이정도 되고 보니, 주인장을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왜 이렇게 아귀가 싱싱하고 부드러운지 그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비밀은 너무 쉽게 풀리더군요. 싱싱한 재료의 비결, 주인장이 재료가 떨어지면 달려가는 곳은 시장이 아니고 항구였습니다.

새벽 5시면 제주시에서 40분이나 달려야 하는 한림항으로 차를 몹니다.
어선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아귀를 직접 눈으로 보고 구입하기 위해서지요.



시장의 오래된 아귀나 냉동아귀는 푸석푸석하여 질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어떤 일이 있어도 생물 아귀만을 취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한번 먹어본 사람들이 맛을 알고 찾아오기 때문에 함부로 다른 재료를 쓸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답니다. 맛이란 건 손님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지요.


이 살점 보세요.
이렇게 싱싱한 아구찜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재료만 떨어지면 새벽시간에 졸린 눈을 비비며 항구로 달려간다고 합니다. 대단한 정성이지요.


아구찜도 대박이지만 이집의 볶음밥 맛은 거의 죽음입니다.

접시에 먹다 남은 아구찜을 이용해 밥을 따로 볶아주는데 아귀의 담백한 맛을 밥알에서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차림표입니다.

육질이 파괴된 냉동 재료는 절대 쓰지 않고 생물재료를 쓰다 보니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서는 조금 비싼 감은 없잖아 있더군요.

하지만 먹고 나면 절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큰 거 하나 시켜 성인 네 명이 충분히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니란 생각도 듭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정통 아구찜이 생각나시면 한 번 들러보세요. 후회는 없을 겁니다.
찾아가는 법: 제주시 노형동 2591-10번지 (T.064-749-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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