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따러 갔다가 주운 지폐 한 장의 사연

바다에서 습득한 지폐 한 장, 해녀에게 돌려줬더니

새싹이 돋고 꽃망울을 터트리는 싱그러운 봄기운은 들판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랍니다.
푸른 바다 속세계에도 봄기운이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바다 속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미역을 따는 광경을 보니,
요즘 같은 봄철에는 뭍에서 자라는 식물이나 바다 속에서 자라는 식물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제주의 해녀들이 미역을 따느라 한창인 서귀포의 새연교 인근 바다를 찾아갔습니다.
서귀포에서만 수십 년간 해녀생활을 해오고 있는 누님께서 제철을 맞은 미역 맛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찾아간 것입니다.


미역을 따서 육지로 건져 올리다 보면 그 무게가 상당한데,
그 일도 좀 거들어 줄 겸해서 말입니다. 

멀리 범섬이 한눈에 보이는 새연교 앞바다 풍경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일을 거들다가 갯바위 틈에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습득했기 때문이지요.

"돈이다!"

외치는 순간 여러 명의 해녀들의 시선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
차마 그냥 호주머니로 집어넣질 못 하겠더라구요.


바위에 붙어있는 지폐를 보니 약간 너덜너덜해진 것이
바다 위를 떠돌다가 파도에 휩쓸려 바위에 안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돈을 어찌해야할까.

잠시 고민에 빠져봅니다.

큰돈이 아니라 파출소에 맡기는 것도 우스워 보이고,
그렇다고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호주머니에 넣지도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물질하느라 힘드신데, 일마치고 난 뒤,
따뜻한 자판기 커피라도 한잔씩 하시라고 드리자고 말입니다.

뭐 따지고 보면 바다에서 주운 지폐,
임자가 해녀 분들일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말입니다.
주인 찾아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해녀 분들이 극구 사양하면서 하는 말이

"돈 주은 것은 빨리 써버려야 해!, 안 그러면 재수 없어!!"

꽤 오랫동안 이 말이 귓전을 때리더군요.
이도저도 못할 거면 차라리 이 돈으로 해녀 분들에게 커피라도 뽑아다 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해녀 분들에게 커피 뽑아 올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매점으로 달려갔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자판기가 보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해녀 분들은 커피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이런ㅜㅜ

천 원짜리 한 장 들고 테이크아웃 고급커피라니...
힐긋 바닷가 쪽을 바라보니,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네요. 어쩌라구요.ㅜㅜ

지갑을 꺼내는 수밖에....


운명의 장난이 이렇게 야속할 수가 있을까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주웠다가 한순간에 거금 2만원이 날라 갔습니다.

뭐, 할 수 없지요.
해녀 분들을 위해 커피 한잔씩 사드렸다고 자위하는 수밖에요.

이날 절실하게 느낀 교훈하나,

<<어설픈 금액의 돈은 그냥 모른 채하자.^^>>



그건 그렇고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린 파릇파릇한 봄 미역도 소개해봅니다.

매년 이맘때면 누님에게서 연락이 온답니다.

미역 따 줄 테니 갖다 먹으라고요.
이날도 큰 대야 몇 개를 들고는 서귀포로 차를 몰았던 것입니다.



이미 다른 해녀 분들이 따서 건져 올린 미역을 보니 정말 봄기운이 물씬입니다.
보기만 해도 바다의 향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망태에 담긴 무거운 미역을 나르는 해녀 분들 너무 힘들어 보이더군요.
조금이라도 거들일이 없을까 보고 있는데,
미끄러워 넘어질 수 있으니 절대 가까이는 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마침, 저희 누님께서도 물질을 마치고 올라오시네요.



저런 규모의 망태 3개에 가득 미역을 땄더군요.
미역이 들어있는 망태는 바위위에 올려놓고
어느 정도 물기를 빼야 운반하기가 편하다고 하더군요.



상당히 미끄러운 바위 위를 막 날라 다시십니다.^^

내공이 느껴진다는.....^^


금방 따낸 미역은 바로 가져가는 것 보나
어느 정도 현장에서 손질하고 갖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미역을 풀어 놓으면서 망태에서 나온 해물들....



이것은 제가 유난히 좋아하는 미역귀,
그냥 아작아작 씹어 먹어도 좋지만
뜨거운 불에 살짝 익혀서 먹으면 정말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맛이 난답니다.



그런데 이것은????



헐...문어다리입니다.

알고 보니, 누님께서 바닷속에서 문어를 발견하여 호미로 채는 순간,
바위틈으로 쏘옥 들어가 버린 문어,

이렇게 다리가 잘려 나가도 한번 몸을 숨긴 문어는 여간 해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깝다ㅜㅜ...한건 제대로 올리는 건데....
할 수 없지요. 이거라도 시식을 하는 수밖에요.
챙겨 넣습니다.



그리고 징그럽게 생긴 이 녀석......

제주도에선 굴맹이라고 하는데,
다른 지방에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표준어로는 군소라고 하는 녀석입니다.

이 녀석 보기에는 이렇게 징그러워도 맛은 끝내주는 녀석입니다.
구워먹어도 좋고 삶아 먹어도 좋습니다.
너무 귀해서 횟집에서 아주 가끔 스끼다시로 나오기도 하는 녀석이지요.
이것도 챙겨 넣습니다. 

그리고....

짜잔~~~!!



이날 저녁 저희 집 밥상입니다.

곧장 바다에서 갖고 온 싱싱한 해산물로 밥상이 차려졌답니다.


 

굴맹이 삶은 것과 몸뚱아리 없는 문어.....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날미역.......



이 미역이 말입니다....
바다에서 바로 따낸 미역은 바닷물 때문에 약간 떫은맛을 내는데요,
민물에 약간 담궜다가 손으로 찢으면서 초된장을 발라 먹으면 아주 죽음입니다.



안 먹어본 사람들....이 맛 상상이 안 갈 겁니다.
그냥 미역으로 배를 채우라고 해도 할 수 있을 듯....



그리고 횟집에서나 볼 수 있는 굴맹이 삶은 것,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그만이지요.



이렇게 미역에 싸 먹으면 바다를 통째로 먹는 겁니다.^^

이제 봄기운이 완연한데요, 이렇게 바다에도 싱그러운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답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바닷가 마을로 나들이를 가는 것은 어떠한지요.

혹시 아남요?
둘이 먹다 하나죽어도 모를 날미역 한번 먹을 수 있을지....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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