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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중학생 딸아이가 두 시간 걸려서 차려낸 생일상

by 광제 201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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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아이가 두 시간 걸려서 차려낸 생일상


 

-새벽6시부터 장장 두 시간, 감동의 생일상을 받은 사연-

 
보통은 밤 11시쯤이면 잠자리에 듭니다..

 

불 끄고 자라고 아이들에게 얘기를 했는데도

그날따라 딸아이가 주방에서 무얼하는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밤에 뭐 먹지 말고 일찍 자거라" 하고는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8시가 되니 딸아이가 깨우더군요.

 

평소에는 깨우지도 않던 애가 웬일일까.

주말 아침이라 늦잠 좀 자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얼른 일어나 아침식사하세요..생일상 차려 놨어요."


"엥~~ 웬 생일상? 아빠 생일은 좀 남았는데..."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와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먼저 나와서 앉아 있는 아내와 아들 녀석은 이미 반쯤은 혼이 나간 표정입니다.

 

아내는 이른 새벽부터 주방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고,

아들 또한 밥 먹으라며 깨우는 여동생의 손에 이끌려 거실로 나온 상태였습니다.


"대체 뭔 일이니?"


"연수가 6시에 일어나서 만들었데요.."


"뭐라고? 이걸 혼자서?"


딸아이가 간밤에 주방에서 혼자서 무언가 하고 있는 걸 봤는데,

이걸 준비하려고 그랬나 봅니다.

 

아들 녀석의 말에 의하면 재료 준비도 용돈 모아서 직접 장만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 밖에 안 된 딸아이가 준비한 엄마아빠의 생일상이었습니다.


아내의 생일은 8월23일, 저의 생일은 8월24일입니다.

참으로 절묘하지요?

 

더 절묘한 것 하나 더 알려드릴까요?

 

저의 바로 아랫 동생의 제수씨의 생일도 8월23일이랍니다.

아내와 제수씨, 즉 동서간의 생일이 같은 날이랍니다. 

 

그건 그렇고....

 

딸아이가 하루차이니까 그냥 하루에 미역국 드시라고 준비를 한 것인데,

양력생일로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날짜가 뭔 대수랍니까.

살면서 이런 생일상 언제 또 받아 보겠습니까.  


엄마 아빠의 생일상을 차려주겠다고 간밤에 재료를 준비해놓고,

아침6시에 일어나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준비를 하고 차려낸 밥상이었던 것입니다.

 

딸아이가 어서 식사하라고 하는데...

수저를 들고는 잠시 가슴이 턱 막혀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도 모르게 감동이 솟구쳐 오른 것입니다.

처음에는 도저히 먹을 수 없겠더군요.


"그래 고맙게 먹을게..사진이나 좀 찍어두고 먹자.."


저 보다는 아내가 일찍 일어나 딸아이가 음식을 만드는 걸 보았지만

딸아이가 전혀 손을 못 대게 했답니다.

 

직접 차려내겠다고 해서 결국에는 이렇게 보란 듯이 차려낸 것이지요.

 

 

 

 

삼각밥 위에 앙증맞게 케챱을 토핑해 놓았는데,

세 개중에 한 개는 비워 놓았습니다.

 

케챱 올린 밥을 싫어하면 어떡하나 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깨알같은 배려...

 

 

 

 

닭 가슴살도 직접 찢어서 올렸구요..

 

 

 

 

참치살이 들어간 삼각밥,

직접 손으로 만들었냐고 물어보니, 서랍에서 틀을 찾아내 만들었다고 합니다. 

 

 

 


      과일로는 포도 다섯 알씩.....^^    

 

 

 

 

조랭이가 들어간 미역국입니다.

어느 누구에게 아무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직접 끓여낸 미역국입니다.

(인터넷을 뒤져 습득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비엔나소시지도 볶아서 올려놓았구요...

 

 

 

 

그나저나 사진을 찍으면서도 맛이 정말 궁금했는데,

첫 수저로 미역국 맛을 보고는 또 한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쩜 이렇게 간을 잘 맞추고 맛있게 끓였는지 아내조차도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다음부터 미역국은 연수에게 끓이게 하겠다며....

 

 

 

그리고 처음에는 몰랐는데 비엔나소시지에 달려있는 이것,

참깨알을 이용하여 눈동자를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님들이 보기에는 "뭐 별거 없구만"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난생 처음 딸아이가 차려준 감동의 생일상입니다.


평상시 학교 갈 때에는 엄마가 한바탕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일어나라고 윽박질러도 침대에서 나오질 않던 애가 그 새벽에 혼자 스스로 일어나

졸린 눈을 비벼가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니, 정말 목이 메이고 가슴이 막히더군요.

 

때문에 앞으로도 이보다 더한 진수성찬은 없을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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