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모를 제사상이 하나 더, 독특한 우리 집 차례 상
 
어김없이 설날이 다가왔네요.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 오랜만에 부모님도 찾아뵙고 그동안 못 뵈었던 친지들을 찾아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주고받는 우리 고유의 명절, 이런 명절이라도 없으면 친지들을 돌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요. 그나마 명절날 핑계(?)로 1년에 한두 번, 얼굴이라도 보고 살지요, 그런 까닭에 개인적으로 명절날은 아주 소중한 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집에도 명절날이 되면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친척들이 모이는데요,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타지에서 오지 못하는 친지들도 많답니다. 하지만 대 명절답게 명절 차례 음식만큼은 충분하고 넉넉하게 차리는 편입니다.

 

 

 

 

오늘은 지역적으로 특수성을 지닌 제주도의 독특한 차례 상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하는데요, 큰 틀에서는 명절이라는 것이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차례 상에 올리는 음식이나 차례 방법은 각 지역 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제주도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마을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도 안에서도 다르다구요?" 라고 질문을 던질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우선은 저희 집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저희 집 차례 상을 차려 놓은 전체 모습을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차례 상 옆 왼쪽에 작은 상이 하나 더 차려진 것을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일 겁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이런 풍습을 갖고 있는 지역이라면 이해가 빠르겠지만, 사실 제주도에서도 이렇게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많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은 제사상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까요?

 

실제로 제사의 의미를 따지자면 조상님들의 은덕을 기리면서 영혼이라도 자손들의 집으로 모시고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을 대접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렇게 조상님들의 영혼을 모시려면 집안에 잡신이 없이 깨끗해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제사상이 잡신들을 위한 상차림인데요, 제주도에서는 '문 상' 또는 '문전상'이라고 합니다.

 

잡신들을 먼저 우대하고 융숭하게 대접 한 다음 돌려보내고 나야 조상님들이 집안으로 들어 올수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음식을 차릴 때에도 항상 문상(문전상) 위에 올려놓은 다음에야 조상님들의 차례 상에 올려놓게 됩니다. 

 

 

-'문 제(문전제)'를 지내는 모습-

 

또한 차례를 지낼 시간이 다가오면 차례를 지내기 전에 잡신에 대한 의식을 먼저 치러야 합니다. 잡신들을 위한 제사인 까닭에 잡신들이 출입하는 현관에서 지내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문 앞에서 지낸다고 하여 '문 제' 또는 '문전제'라고 합니다. '문상(문전상)'을 현관으로 들어 옮긴 후, 정성스럽게 절을 두 번 올리고 잡식을 하고는 잡신들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조상님들을 위한 차례를 지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제주도에서는 각기 해석이 달라서, 조상님들보다 우선하여 잡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수 없다하여 차례를 지낸 다음에 '문 제(문전제)'를 지내는 동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차례 상 얘기가 나왔으니 이미 많이 알려진 제주도의 독특한 차례 음식에 대해서도 곁들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위에 사진에서 차례 상을 자세히 보고 눈치 채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희 집 차례 상에는 다른 지방 차례 상에는 없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떡 쟁반 위에 종류별로 다양한 떡이 올라가 있는데요, 중간에 보면 소보루빵이 올라간 것이 보일 겁니다. 제주도에서는 이렇게 차례 상에 빵을 올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저희 경우도 만찬가지로 떡 쟁반이 조금 빈약하게 보여서 빵을 추가하여 보다 넉넉하고 푸짐하게 쟁반을 구성하였습니다.

 

 

 

또한 이렇게 다른 쟁반에 카스테라 빵을 준비하여 올리는 경우도 많은데요, 제주도의 이러한 풍습을 최근 들어서는 언론에서도 자주 다루는듯합니다. 주된 내용을 보면 제주도의 차례 상에는 떡 대신 빵을 올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주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일반적인 풍습이었으나 다른 지방에서 보기에는 너무 신기한 광경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관심 있게 다루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렇다면 제주도에서는 왜 떡 대신 빵을 차례 상에 올렸을까요. 물론 차례 상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모든 제사상에도 빵은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음식 중에 하나입니다. 제주도는 알다시피 논이 아주 귀합니다. 물을 대어 논농사를 하는 농가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당연히 쌀이 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제주에서 많이 나는 보리를 이용해 만든 보리빵을 떡을 대신하여 차례 상에 올리게 되었고, 차츰 세월이 흐르면서는 제과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단팥빵, 카스테라 등도 자연스레 상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제주도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부지역에서는 심지어 초코파이를 상에 올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운송수단이 발달하여 아주 쉽게 쌀을 들여올 수 있기 때문에 떡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내려온 빵을 올리는 풍습은 여전합니다. 빵 외에도 제주도의 지역적인 특산물을 재료로 하는 독특한 음식들이 몇 가지 있는데, 무엇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바로 귤입니다. 제주도의 차례나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과일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사과나 배도 빠트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다른 지방과는 다르게 귤을 반드시 올리는 이유 또한 지역특산물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지방의 차례 상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대추나 밤은 거의 올리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구하기 힘든 과일이기 때문입니다. 근래에는 비닐하우스가 발달하여 바나나와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도 많이 재배함에 따라 이러한 과일들도 차례 상에 자주 오르는 형편입니다.

 

 

 

옥돔과 돼지고기도 빼놓을 수 없는 제수용품 중 하나입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다양한 어물을 제사상에 많이 올리고 있지요. 굴비와 조기, 가자미와 민어, 홍어 등도 올리는 지역이 있고 심지어는 조개도 올리는 지역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반드시 상에 올려야 하는 어물이 바로 옥돔입니다. 제주의 근해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생선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시장에 내다파는 건옥돔을 구입하여 차례 상이나 제사상에 올리기도 하지만 오래전에는 기일이 닥치기 몇 달 전부터 싱싱한 옥돔을 구하여 배를 가르고 정성스럽게 장만하여 보관해 두었다가 상에 올리곤 하였습니다. 예로부터도 옥돔은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고 귀한 대접을 받아온 생선이라 형편상 옥돔을 마련 못하는 가정에서는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돔 종류의 생선을 장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밖에도 제물로 반드시 올리는 것 중에는 돼지고기 산적과 쇠고기 산적을 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어고기 산적도 많이 올리긴 하였으나 요즘에는 상어고기는 귀한 풍경이 되어 버렸고, 문어나 소라를 산적으로 장만하여 올리는 모습들도 볼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절대로 올리지 않는 생선도 있는데, 갈치나 삼치 꽁치 등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들입니다.

 

 

 

이밖에도 주스는 제사상이나 차례 상에 소주와 겸해서 올리는 제주(祭酒)로 쓰여 집니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감주를 만들어 상에 올리곤 하였지만,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감주를 대신하여 주스를 사용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또 다른 특색은 명절날이 되면 아침부터 시작하여 하루에 수차례에 걸쳐 친척집을 돌며 제사음식을 나눠 먹는 것입니다. 다른 지방에서는 보통 큰댁에 온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먹는데 제주도는 친척집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차례를 지냅니다. 보통 친척이 많은 가정인 경우 열군데 가까이를 다니는 가정도 본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뱃속관리(?)도 철저해야 탈이 나지 않습니다.

 

올해 설 연휴는 대체휴일까지 생기는 바람에 5일 동안 이어지는 황금연휴입니다. 그동안 못 다 했던 가족들과의 정도 돈독하게 쌓으시고, 풍요로운 명절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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