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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아스팔트에 깔려 훼손되고 있는 제주의 비경, 알작지왓 해변

by 광제 2016.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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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백 년 지켜왔던 소중한 유산도 버려야 하는 개발, 어떡하나 

-알작지 훼손과 방사탑이 사라질 위기-

제주도에는 몽돌로 이뤄진 독특한 해변이 한곳 있습니다. 특유의 현무암질 해변이 대부분이고 새하얀 백사장과 오랜 세월 풍파에 부셔져 만들어진 검은 모래의 해변을 제주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이곳처럼 자갈로만 만들어진 해변, 즉 역빈은 보기 힘듭니다.

그곳이 바로 제주시에서 자랑하는 비경 중 한곳인 내도동 알작지왓 해변입니다. '알작지'라는 말의 '작지'는 제주어로 돌멩이. 즉, 자갈을 뜻하며, ‘왓’ 밭을 뜻합니다. 즉, ‘아래쪽에 있는 자갈로 이뤄진 밭’이라는 뜻입니다.  


<알작지왓>

이제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하나둘 이곳을 찾으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는데, 둥그렇게 반원형으로 이어진 자갈 해변에 파도가 밀려들었다 쓸려 나가면서 발생하는 오묘한 화음이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도 합니다.

가만히 자갈위에 걸터앉아 화음에 심취하고 있으면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을 연상케도 합니다. 조그마한 해안마을에 자동차나 사람들의 잡다한 소음이 없는 주변 환경도 은근히 매력적입니다.

찍어 놓은 동영상이 있으니, 영상 속에서 흘러나오는 파도소리를 가만히 들어 보십시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을과 바다사이로 난 해안 길을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아름다운 알작지 해변이 파헤쳐 지고 있는 것입니다. 해안도로가 나는 구간은 제주시 이호동의 현사마을에서 내도알작지를 거쳐 외도동에 있는 외도교까지 약1.2km의 구간입니다.

현사마을 인근까지는 오래전에 아스팔트 도로가 개설되었고, 그 장소에서 외도교까지 미처 완료하지 못한 구간에 대해 이번에 공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사마을까지는 도로폭이 10m, 알작지를 거쳐 가면서 부터는 도로의 폭이 8m로 좁아지지만 알작지가 일부 훼손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어 보입니다. 


알작지의 규모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전체길이가 400여 미터, 해변의 폭은 바닷물의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짧게는 7m에서 길게는 30m에 이르는 곳도 있습니다. 평균 12m의 폭을 갖고 있는 해변으로 사진의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입니다.(이하 지도 이미지는 Daum지도를 사용하였습니다)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서쪽으로 방파제를 하나 건너면 또 알작지가 이어집니다. 이곳의 규모도 상당합니다.


8m의 폭을 가진 아스팔트 도로가 만들어 지는 구간은 하얀색으로 표시한 구간으로서 이 구간에는 이미 마을의 안길, 즉 시멘트 해안도로가 이미 있는 곳입니다. 시멘트를 걷어내고 새로 아스팔트를 까는 확장공사를 하는 것인데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마을과 바다사이 기존 도로가 협소하기 때문에 8m도로를 내는 것은 역부족, 이미 여러 민가가 헐려 도로로 편입이 되었고, 편입 안 된 민가가 있는 구간은 알작지를 잠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서부해안도로 개설공사라는 이름의 이 공사는 제주시 도시디자인과에서 시행을 하는 공사로서 2012년에 시작을 하여 올해 안에 완공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이호동의 현사마을입니다. 이곳의 도로폭은 10m, 보이는 쪽은 동쪽으로 이호테우해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의 뒤쪽으로 이번에 해안도로가 개설되고 있습니다.


뒤를 돌아서면 서쪽 알작지 방향으로 새로운 아스팔트가 놓여 져 있습니다. 아직 차량은 진입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미 아스팔트는 내도 체육공원 근처까지 공사가 진행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아스팔트 도로가 신설되어 끝나는 부분인 외도교 근처입니다. 이미 토사를 잔뜩 쌓아 올려 기반 공사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토사를 쌓아올려 만들어진 도로는 화살표 방향으로 이어져, 일주도로와 연결되게 됩니다. 이 도로가 개통이 되면 일주도로에서 진입한 차량은 내도동 마을과 알작지와 해변을 거쳐 현사마을, 그리고 이호테우해변까지 달릴 수 있게 됩니다. 내도동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제주시내권으로 보다 쉽게 왕래를 할 수 있기에 이 또한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정 구간에 대해서는 이렇게 알작지 해변이 잠식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도로개설을 위해 쌓아 올린 석축이 알작지 위를 덮친 상황입니다.


어떤 곳은 이렇게 거대한 암석이 알작지 위에 흉측하게 던져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설마 이곳까지 침범하지는 않겠지요?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석축을 쌓아 올리는 형태는 이러합니다.


아래에 깔린 알작지를 걷어 낸 후 기존 도로의 석축에 덧대어 새로운 석축을 쌓아 올리는 것으로 알작지가 잠식당하는 구간의 넓은 곳은 무려 1.5m에 이릅니다.


알작지가 잠식되는 구간에는 이렇게 깔려있는 조약돌을 임시로 걷어 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사가 완료된 후에 다시 복구를 하려는 듯 보이는데, 이렇게 한다고 해도 지형의 불균형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이곳은 알작지로 이뤄진 구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주 시원스럽게 도로로 편입되어 정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이렇게 상당부분 공사가 진행된 상태라서 복구를 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도로개설로 인해 알작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제주시민들이 숨겨진 비경으로 아껴왔던 명소이고, 누구에게나 자랑할 만한 소중한 자연유산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이곳 알작지는 향토유형유산 제4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곳으로서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소중한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것입니다.


알작지왓의 입구에는 이렇게 대문짝만한 경고문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며, 조약돌의 채취 및 반출행위를 강력히 단속한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경고문을 붙여 놓은 행정기관에 의해 이에 반하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중한 유산이 훼손되는 것은 알작지 뿐만이 아닙니다. 이곳 내도마을에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주 오래된 유형유산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앞에 보이는 돌탑입니다.


이 방사탑은 제주도의 향토유형유산 제10호로 마을의 불길한 징조를 막기 위해 세웠던 돌탑으로 이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도동에는 원래 6개의 방사탑이 있었는데, 현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방사탑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방사탑 조차 도로로 편입이 되어져 사라질 위기에 몰린 것입니다. 방사탑과 알작지 사이 시멘트 도로의 폭은 겨우 6m, 이곳에 8m의 도로를 내려면 어쩔 수 없이 방사탑이 철거가 되어야 할 실정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기형의 도로가 탄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사탑 또한 당연히 철거될 것이고 시원하게 도로가 뚫려 마을의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아주 들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도중 연세가 지긋해 보이시는 마을 어르신 두 분을 만났습니다.

“도로가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이 앞으로 쭉~~터지지~~~”

“이렇게 길이 나면 좋아요?”

“두말해서 뭐해 좋고 말고, 이 길로 시내까지 한 번에 쭉 갈수 있는데~~”
 
“저기 보이는 돌탑은 그대로 놔두는 거죠?”

“아...저거... 저것도 없애야 거기로 길이 나지...”

“.......;;”

근래 들어 마을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원상복구 중이지만 얼마 전에 있었던 곽지과물해변의 해수풀장 공사가 그랬고, 선흘 곶자왈 지역에서는 사파리월드를 지겠다고 사업이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정말로 마을의 소중한 가치보다는 개발이 되고, 건물이 들어서고, 길이 시원스럽게 터져서 생활이 조금이라도 편하면 그걸로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잊고 있는 것이 있는 듯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우리의 앞 세대로부터 곱게 물려받은 소중한 유산들입니다. 누구도 우리에게 훼손해도 좋다는 권한을 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이곳 내도마을의 경우처럼, 수백 년간 마을을 수호신처럼 지켜왔으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 주었던 마을 공공의 소중한 유산인 방사탑 조차,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것인지,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것인지 정말 모르는 것일까요?  

전형적인 제주의 소박한 마을의 안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야 마주하던 제주의 비경, 이제 소박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저기 월정리 해안처럼, 손쉽게 접근한 자동차로 인해 주차난과 소음공해로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굉장히 쓰리고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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