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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제주

접대 음식으로 살펴본 제주의 풍습

by 광제 2009.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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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음식을 보니 제주의 풍습이 보인다.

제주에서도 촌이라고 소문난 한 마을의 친척집에 집들이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전에 살고 있던 집이 오래되고 해서 이제 환갑을 앞두고 새집을 마련하였는데, 친지들과 동네 어르신들을 모셔 놓고 대접을 한다기에 가족들과 오랜만에 길을 나섰습니다. 

제주의 마을들은 대부분이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 예로부터 귀한 상차림을 할 때는 해산물 만큼은 필수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요즘에는 해산물을 이용한 많은 음식들이 새롭게 개발되고 입맛도 서서히 고급화 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갈치회니 고등회니 하는, 예전에는 먹을 줄을 몰라 먹지 않았던 음식들도 새롭게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고 워낙에 고급음식이라 언감생심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던 전복 요리들도 이제는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음식들은 이러한 화려함 보다는 수수하면서도 제주색을 잃지 않으면서 아주 오래전 부모님 세대부터 큰일을 치를 때마다 먹어오던 향수의 음식들입니다. 제주도의 큰일을 치를 때의 음식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잔치음식과 상가음식입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의 음식은 딱 보기만 하여도 잔치집인지 상가집인지 구분을 할 수가 있습니다. 

제주음식의 중심은 똥돼지 

상가집 음식은 부득이하게 갑자기 큰일을 당하다 보니 변변치 못하게 간단히 차리는 경우가 많지만 잔치집 음식만큼은 예로부터 푸짐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똥돼지로 유명한 돼지고기입니다. 혼사를 앞둔 집안에서는 몇 달전부터 미리 집에서 돼지를 키우기 시작하는데, 장이 서는 날에 씨알이 좋아 보이는 수퇘지를 골라 키우기 시작합니다. 키우는 곳도 다름 아닌 뒷간에서 주인의 똥을 받아먹으며 크게 됩니다. 뒷간은 제주에서는 ‘통시’라 부르는데 ‘돗통시’라고도 합니다.  

그렇게 주인의 똥을 받아먹고 어느 정도 자란 수퇘지는 수놈의 그 지린내를 없애기 위해 고환을 잘라내야만 합니다. 잘라내지 않고 잡은 돼지는 냄새 때문에 고기를 먹을 수가 없습니다. 유명한 수의사 또는 동네에 아주 오래된 숙련된 경험자를 초빙하여 고환 잘라내는 작업을 거치면 비로서 고깃감으로서의 돼지가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어릴때만 하더라도 늘상 보고 지내왔던 풍습들인데 이런 풍습마저 이제는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여간 똥을 먹고 자란 돼지는 맛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 하여 고기를 먹으려고 잔치집의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비록 똥돼지로 만든 음식들은 아닐지라도 제주의 풍습을 느낄 수 있는 음식들이 차려진 듯하여 하나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아주 평범한 지극히 촌스러운 상차림입니다. 화려하게 차려진 접대음식은 아니지만 누가 보더라도 제주의 밥상이구나 하는 짐작을 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먼저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성게미역국입니다. 해산물이 풍부하게 겯들여진 성게미역국은 보는것만으로도 입맛을 다시게 해주는데요, 한 수저 떠보니 알맹이가 아주 알찹니다. 풍부하게 들어 있는 성게 외에도 소라와 보말도 들어 있습니다. '보말'은 바닷가에서 나오는 조그마한 고동을 말합니다. 이 성게국은 성게가 얼마나 푸짐하게 많이 들어가는가에 따라 진국인지 아닌지를 좌우하게 됩니다. 성게를 모자라게 넣으면 일명 '맹탕'이라 부르는 것처럼 무의미한 맛이 나게됩니다. 지금 보시는 성게국은 아주 푸짐하게 알맹이가 들어간 성게국입니다. 물론 진국이었습니다. 한그릇 더 먹었습니다.^^


제주음식의 핵심, 돼지고기입니다. 이 고기가 똥돼지로 만들어져야 제맛이 나는데 똥돼지는 아니지만 제주흑돼지임에 위안을 삼습니다. 고기를 사진처럼 썰어서 손님상에 내오는데요, 고기를 썰어내는 사람을 '도감'이라고 부르는데 집주인이 극진하게 모셔야 하는사람입니다. '도감'이 기분이 좋아야 고기맛도 좋다는 속설이 전해져 매려와 극진하게 기분을 맞춰 주지 않으면 손님들이 고기맛이 없다고 아우성을 치기도 하니 주인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음식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제맛이라는 정설이 여기서도 보여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돼지고기 옆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 분명히 계실겁니다. 바로 간장입니다. 간장도 그냥간장이 아니고 '조선간장'입니다. 집에서 담근간장이란 얘기죠. 간장을 무엇에 쓰냐구요? 제주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을때 바로 '조선간장'에 찍어 먹습니다. 옛부터 내려온 풍습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음식문화 중에 하나인데요, 간장이 없이는 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아주 깊게 뿌리 내려진 풍습이기도 합니다. 부산지역에 가면 순대를 된장에 찍어 먹는다고 하는데, 제주에서 순대는 소금이 제격입니다.^^


보시는 밑반찬들 무엇인지 짐작이 가나요? 눈에 익은것도 물론 있지만 맨앞에 보이는 것은 짐작하시는분이 많지는 않을겁니다. 바로 소라젓입니다. 소라를 잘게 썰고 갖은 양념과 특히 전복의 똥인 게우를 넣어야 제맛이 나는데요, 제주의 특산물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보통 소라젓을 접대상에 내 오는 집안에는 해녀가 있는 집안일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만큼 귀하다는 것이죠. 귀하다 보니 돈주고 구입해서 젓갈로 만든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해녀들이 집안에 큰일을 대비하여 미리미리 조금씩 준비를 하여둔 결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라젓 옆으로는 문어와 야채가 들어가 회무침입니다. 새콤한게 아주 맛있습니다. 그 옆에는 아주 평범한 국민반찬 멸치볶음이구요.^^


이 음식은 이제는 다들 아시죠? 바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빙떡입니다. 제주의 향토음식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음식이기도 합니다. 너무 맛이 없다 보니 밋밋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아주 오랜세월 이 빙떡에 길들여진 우리 제주인들은 지금도 이 빙떡을 한 입 깨물으면서 아늑한 옛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가슴시린 향수에 젖기도 한답니다. 메밀전을 부쳐 펼친 다음 영념에 버무린 무채를 속에 넣어 말기만 하면 끝입니다. 그 옛날 어머니께서는 메밀전을 부칠 때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 유채기름을 두르고 부쳐 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습니까. 제주색이 묻어나는 것이 보이세요?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오래 생활하신 제주인들께서는 오랜만에 향수에 젖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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