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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한라산

해외토픽에 나와도 될 한라산 이색 진풍경

by 광제 2017.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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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면 하나 맛보기 위해 한 시간 이상 줄선 사람들

창문으로 슬쩍 쳐다보고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을 확인하고는 가야지 하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것도 축복은 축복입니다. 며칠 전 한라산에는 이번 겨울 들어서 최고의 적설량을 보일 정도로 폭설이 내렸습니다. 예년에는 툭 하면 대설주의보로 등산에 통제되었지만 올겨울에는 그러한 통제도 없었지요. 하지만 며칠 전 폭설 때에는 등산이 통제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또 훌쩍 다녀왔습니다.

눈이 내린 한라산은 어느 코스로 올라도 최고의 설경을 만끽할 수 있지만, 제가 가장 선호하는 코스는 영실에서 시작하여 윗세오름을 거쳐 남벽분기점까지 간 후 그곳에서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병풍바위의 절경과 선작지왓의 눈 덮인 평원, 그리고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까지 이어지는 눈부신 설경은 한라산 최고의 겨울 풍경이라 할 것입니다.

남벽분기점에서 돌아서 다시 윗세오름으로 왔을 때입니다. 이른 시간에 이곳을 스쳐갈 때는 보이지 않았던 진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어리목 코스와 영실코스를 통해서 오른 등산객들이 윗세오름 산장에서 사발면을 구입하려고 줄을 선 풍경이 매우 이색적입니다. 예전에도 줄을 선 풍경을 어렵지 않게 봐 왔지만 이렇게 길게 줄을 선 풍경은 저도 처음 봅니다.

초입을 빼고 한라산에서 등산 중에 사발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성판악코스의 진달래밭대피소와 이곳 윗세오름 산장입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한라산을 느껴 볼 수 있기에 윗세오름으로 몰리는 등산객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사발면을 구입하려는 인파도 엄청납니다. 그 만큼 한라산에서 먹는 사발면의 진가를 알기 때문입니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을 요하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전설이라고 하는 한라산 사발면을 맛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발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폭설이 만들어낸 한라산의 설경을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영실코스의 구상나무숲을 벗어나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입니다. 멀리 한라산의 주봉이 보이고 선작지왓 평원을 가르며 탐방로가 길에 이어져 있습니다. 영실코스를 통해 한라산에 오른 사람들이 저마다 탄성을 내 뱉은 곳이기도 합니다.

‘작은윗세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모습입니다. 이곳에 오르면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한라주봉과 영실코스를 통해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 그리고 어리목코스의 만세동산을 너머, 북으로는 제주시내까지 눈에 들어오고 남으로는 서귀포 앞바다까지 볼 수 있습니다.

조망을 위해 설치해 놓은 전망대의 망원경이 눈에 덮여 있습니다.

멀리 장구목에서 민대가리로 이어지는 능선과 가까이로는 어리목 코스를 통해 윗세 산장으로 향하는 등산객들의 모습까지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윗세 산장을 거쳐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영실코스와는 다르게 아주 색다른 설경, 눈의 왕국이 만들어진 최고의 풍경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폭설이 만들어낸 설국

한라주봉의 깎아지른 절벽 주변으로 펼쳐진 설경입니다.

부드러운 생크림 케익을 보는듯합니다.

눈의 왕국을 걷는 등산객

남벽분기점을 돌아 다시 윗세 산장 앞입니다. 앞서 언급한 사발면을 맛보려고 길게 줄을 선 진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지요.

산장 밖에까지 이렇게 줄이 이어져 있다면 안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의 줄을 서고 있을 겁니다. 이 정도면 어림잡아도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내심이 없이는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 시간이면 영실코스를 통해 입구까지 하산할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사발면 하나 맛보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 치고는 너무 가혹한데요, 한번이라도 먹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한라산에서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사발면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1985년부터입니다. 당일등산 원칙에 야영과 취사를 금지하면서 부터지요. 1970년 초만 해도 분화구인 백록담에서도 야영과 취사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로 인하여 1978년 들어서면서 백록담에서의 야영을 금지시켰고, 1985년 6월에는 정상부근에서 취사 및 야영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1988년 12월부터는 한라산 전 지역으로 이러한 조치가 확대됩니다.     

이때부터 한라산을 찾는 사람들은 필히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현재 한라산으로 오르는 5개 코스는 모두 3시간이상이 걸리는 장거리 코스입니다. 때문에 곪은 배를 채우거나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체력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상식을 챙겨야만 하는데, 한라산에서 파는 사발면은 그 대안으로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라산 산장에서는 사발면 외에도 커피를 비롯한 초코바와 연양갱, 생수를 비롯한 이온음료, 겨울 산행 용품인 아이젠, 그리고 마스크와 장감 등도 구입을 할 수가 있습니다. 외국인 등산객들도 알기 쉽게 4개 국어로 표기가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럴 때가 많지만 상당수의 한라산 마니아들은 한라산에 오르면서 다른 먹거리 없이 빈손으로 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인데, 바로 산장에서 파는 사발면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산 중에서 유일하게 산행 중 사발면을 먹을 수 있는 한라산, 한번이라도 맛을 본 사람은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데, 그 맛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장소 불문, 자리가 불편해도 추운 겨울에 뜨끈한 국물과 함께 맛보는 사발면의 면발은 그저 꿀맛입니다.>

집에서는 이 맛이 안 나는데 왜 한라산에서는 이렇게 오묘한 맛이 나는 걸까. 수십 분씩 기다려서라도 꼭 먹어야한 직성이 풀리는 한라산표 사발면, 칼바람을 맞으며 힘들게 오른 뒤에 먹는 음식이야 무엇인들 맛이 없을까 만은 유별난 맛의 주된 이유는 사발면에 넣어주는 물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피소와 산장에서 판매하는 사발면, 생수와 초콜릿, 산행용품 등 모든 물품들은 모두가 모노레일을 이용하여 운반을 하지만, 사발면에 넣는 물 만큼은 한라산에서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천연수를 끌어올려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산장이 위치하는 해발고도는 백록담 바로 아래인 해발 1700m지대, 한라산에서 물을 받아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며, 가장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사발면에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거친 눈보라도 사발면을 향한 열정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한라산 천연수로 끓인 사발면. 곁들인 반찬 하나 없이도 국물도 남김없이 대부분 깨끗하게 비우지만, 가끔 면발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는 데, 이 남겨진 면발은 한라산 터줏대감인 까마귀의 차지가 되기도 합니다. 한라산 곳곳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유난히 까마귀 떼들이 많이 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먹을 것을 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먹을 것을 주면 안 되는데,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날짐승의 야생 본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등산객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등산객들에게 최고의 기쁨(?)을 주기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1500원을 받는 사발면의 가격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나면 생각이 짧았음을 느끼게 됩니다.

십년 전만 해도 수십 만 명이 찾던 한라산, 이제는 일 년에 백만이 훌쩍 넘는 둥산객들이 찾고 있는데요, 늘어난 등산객의 수와 함께 사발면의 판매량도 함께 늘었습니다. 십년 전 20만개에서 이제는 30만개를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사발면 30만개면 얼핏 상상하기조차 힘든데요, 24개짜리 12500박스입니다.

돈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분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문에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해마다 공개입찰을 통해 사발면을 구입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단일 판매점으로는 가장 큰 매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라산 1700고지로 대량의 사발면을 공수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한라산 두 곳의 산장에서 판매하는 30만개의 사발면, 이 사발면들은 대부분 한라산 등반로 변에 설치된 모노레일을 통해 운반이 되는데, 요즘처럼 겨울철에는 모노레일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포기해야합니다.

때문에 겨울이 닥치기 전, 10월쯤 되면 한라산에는 이색적인 사발면 공수작전(?)이 전개되기도 합니다. 눈이 쌓이는 적설기에 판매가 예상되는 숫자만도 12만개 이상, 상당수는 모노레일을 이용하여 공수하지만 여차하면 헬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한라산에서의 짜릿한 사발면 맛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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