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통 음식점, 김만덕 객주

       

제주도의 별난 음식점, 김만덕 객주

"옛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제주도 주막집"

문을 연지는 오래되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동안 장사를 하지 않았었는데, 얼마 전에 지나가다가 보니 영업을 하고 있더군요. 현수막에는 4월1일부터 영업을 개시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개업 초기에 한번 와봐야지 하다가 결국에는 못 와보고 뒤늦게 한번 들렀습니다.

이곳은 제주시 건입동 마을회에서 조선시대 의녀반수 김만덕의 객주를 복원하여 관람을 할 수 있게 하였고, 당시의 객주와 비슷한 형태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물론 옛날 그대로의 제주 전통 음식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제주 전통의 기분은 느껴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혹시 의녀반수 김만덕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니 간단하게 소개하고 넘어갑니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가난에 이겨내려고 기녀가 된 것을 제주목사에게 호소하여 양녀로 환원된 후, 객주집 운영과 제주의 특산물을 팔아 벌어들인 재력으로 흉년이 들어 기아에 허덕이는 제주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었고, 결국 조정에까지 알려져 내의원 의녀반수 직을 제수하기도 하였습니다. 건입동 모충사에 김만덕 사당이 있기도 합니다.

당시 객주가 있던 자리에 복원된 김만덕 객주는 전통초가를 재현하여 관람동과 주막동으로 나눠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 주막동에서 팔고 있는 음식들은 건입동 마을회에서 직접 만들어 팔고 있기 때문에 제주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김만덕 객주의 마당인데요, 조선시대 주막의 형태와 비슷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탁자와 의자에도 조금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관람동과 주막동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식사를 하지 않아도 제주 전통 초가들을 재현해 놓은 관람동을 돌아볼 수 있답니다.

밖에서는 약간 추울 듯하여 내실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빈방이 없네요, 하는 수 없이 밖거리 방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제주도 여러 채로 되어 있는 집의 안채는 안거리, 바깥채는 밖거리라고 불렀습니다.

밖거리방에는 딱 한 팀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아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방으로 들어오는 입구 좀 보세요, 마치 시골집에 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김만덕 객주의 차림표입니다. 제주 전통음식들도 보이고 사람들에게 익숙한 요리들도 눈에 띱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참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빙떡과 몸국, 고등어구이를 주문했습니다.

밑반찬과 함께 나온 빙떡

빙떡은 이제 많이 알려져서 따로 설명을 안 해도 아실 것 같네요. 뭔 맛이야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에게는 옛 향수를 달래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잘 절여진 양파지도 맛있었지만, 특히 시큼한 부추김치가 진짜 맛있었습니다. 밑반찬도 마을사람들의 손맛이 진하게 들어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주시골의 맛이란 뜻입니다.  

딸려 나온 간장은 빙떡을 찍어 먹으라는 얘기입니다.

무채가 소로 들어간 빙떡, 옛날에 빙떡은 만들면 차롱에 보관하여 바로 식혔는데, 역시 식어야 제 맛입니다.

몸국입니다. 돼지육수에 모자반이 들어간 제주전통음식이죠.

몸국은 잘못 만들면 진짜 무미건조, 아무 맛이 없는데, 이곳은 그런대로 합격점을 줄만 합니다.

고등어구이입니다. 많이 탄듯해서 놀랐는데요, 지푸라기가 묻어있는 것을 보고는 짚으로 굽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옛날에 촌에서 고등어는 다 짚으로 구어 먹었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나더군요. 진짜 많이 태웠는데... 나오면서 여쭤보려다가 까먹었네요. 

고등어구이는 부드러운 살점이 생명인데, 괜찮습니다.

반찬이며 공기밥 몸국까지 완전 초토화인데요, 마치 오랜만에 시골집에 와서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받은 느낌이라서 정신 못 차리고 먹었네요.

매주 월요일 휴무에 낮11시부터 밤10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합니다. 한번쯤 가보면 괜찮을 집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만 친절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사람들 좀 투박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는데, 이제 좀 이미지 개선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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