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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 오 름

한라산을 쏙 빼닮은 손지오름의 은빛억새

by 광제 2017.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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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쏙 빼닮은 손지오름의 은빛억새

 

올가을 제주를 대표하는 풍경들은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곱디고운 단풍이 그러하고 은빛의 억새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데요, 대체적으로 충분한 비가 내렸고, 해마다 찾아오던 가을태풍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네요.

제주도의 가을은 언제나 혹독(?)했던 것 같습니다.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질 않을 한라산의 단풍은 절정에 이를 만 하면 태풍에 의한 강풍으로 채 물들기도 전에 떨어져 버리고, 억새도 급격하게 시들어 버리곤 했는데, 한라산 고지대의 단풍은 이미 떨어졌지만, 둘레길을 비롯한 저지대에는 이제 한창이고, 은빛의 억새는 여전히 사람들의 길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은빛의 억새, 제주도에는 억새가 아름다운 명소들이 참 많은 것 같은데요. 다른 식물들처럼 억새도 해거리를 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네요. 대표적인 명소로 따라비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을 들 수 있는데, 지난해에는 아끈다랑쉬오름의 억새물결이 참 대단했었는데, 올해는 반대로 따라비오름의 억새가 정말 볼만하더군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억새 명소가 있는 반면,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오름들도 많은데요, 그중에 한곳이 바로 손지오름이기도 합니다. 손지오름은 용눈이오름 근처에 있는 오름으로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가위처럼 X자 모양의 삼나무 조림의 독특한 능선을 갖고 있는 오름이기도 합니다.

손지오름의 초입에서 만난 숲속의 빛줄기


오름의 초입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타고 오르기가 매우 까다로운 오름, 다른 오름들 처럼 탐방로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평소 사람들이 다니지 않다보니 길이 나 있질 않고, 그나마 요즘처럼 억새가 아름다운 계절이면 몇몇 마니아들의 닦아놓은(?) 길을 따라 올라 보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미끄럽지 않는 등산화를 신었지만 헛발질을 하며 넘어지기를 수차례. 원래 산은 오르는 길보다 내려오는 길이 더 험난한 법인데, 억새줄기가 눕혀져 난 길이라 내려오는 길은 더욱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며 겨우 올랐습니다.

주인을 잃은 나무악보대
 


그나마 그리 높지는 않아서 다행, 초입에서 고도에 76미터밖에 되지 않아 10여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오름이지만, 정상부에 오르고 나면 굼부리 주변으로 펼쳐진 풍경은 정말 압권입니다. 억새가 참 아름답다는 얘기는 숱하게 들었지만 이렇게 예쁜 억새를 품고 있는 오름인 줄은 미처 몰랐네요.


한라산의 산세를 빼어 닮아 그 손자뻘이 된다고 이름 붙여진 손지오름, 정상에 오르면 정말 한라산 정상 백록담 주변의 풍경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규모가 꽤 되어 보이는 굼부리에 굼부리를 감싼 채 타고 흐르는 곡선미는 제주 오름의 매력을 맘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지척에 있는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을 비롯하여 제주 동부권의 오름 군락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빼어난 경관을 간직한 오름입니다. 사람의 때가 잘 타지 않아서 오름을 잘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힘들고 고된 오름이지만, 딴에는 개발의 풍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롯이 자기만의 매력을 간직한 채 이대로 남아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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