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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들불축제의 현장, 일주일후 찾아가 보니

by 광제 2009.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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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축제현장, 쓰레기 천지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내달리는 왕복 4차선 도로인 평화로(구 산업도로)를 20여분 달리다 보면 거대한 오름 하나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늘 푸르름을 간직한 곳이지만 오늘만큼은 오름 전체가 검게 그을린 모습입니다. 바로 지난 일주일전 토요일, 2009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행사의 하나로 오름 불놓기 행사가 치뤄졌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들불행사지만 전체가 검게 변해 버린 오름의 모습은 흉측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왼쪽은 축제전의 모습, 오른쪽은 어제의 모습<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제주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1997년 시작하여 올해에 13회째를 맞고 있는 명실상부한 도내 최고의 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도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축제로 키워 나가려는 야심찬 포부를 품고 있는 축제이기도 합니다. 화려하게 열린 올해 들불축제는 여느때보다 많은 성원이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도민과 관람객들이 저마다 지난 한 해의 액운들은 불꽃에 태워 날려 보내고 올 한 해는 희망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그 어느때 보다 간절했던 축제의 장이기도 하였습니다.

△검게 그을린 오름, 오름 가운데 있는 산소의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산소에는 산소안에도 불길이 번져 완전, 또는 일부가 타버린 곳도 눈에 띱니다.

검은오름의 정체, 축제현장이야? 산불현장이야?


차를 몰고 제주시로 이동하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새까맣게 타버려 검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새별오름, ‘저 곳이 왜 저렇게 검게 타버렸나, 산불이라도 났었나?’ 축제가 열렸던 곳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생각은 했을 것 같은 오름의 풍경, 붉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우리가족의 무사안녕을 마음속으로 빌었던 필자이기도 하지만 그 화려하기만 했던 축제의 장소가 흉측한 모습으로 바뀌어진 모습을 눈앞에서 보니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멀리는 완전히 타버린 산소의 모습도 보이고, 쓰레기는 되가져 가자는 현수막도 보입니다.

물론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의 오름에 불을 놓는 일 자체에 좋은뜻이 담겨져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검게 그을린 오름이 일정기간 지나고 나면 오히려 생육상태를 더욱 활발하게 하여 왕성한 푸르름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주도내에서 가장 많이 이동이 이뤄지는 평화로의 도로변, 수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들 눈에는 과연 검은오름의 정체를 알까요? 산불 재앙의 흔적으로만 보여지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화려한 축제가 열렸던 장소의 뒤처리는 누가하나? 


흉측해 보이기 까지 하는 오름, 멀리서 보는 모습도 이러한데, 가까이 가서 보면 어떨까?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그런데 축제의 열기와 환호가 뿜어져 나왔던 오름앞의 넓은 광장은 여기가 과연 축제의 마당이었나를 의심케 할 정도로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검게 탄 오름이 병풍처럼 눈앞에 떡 하니 서 있고, 광장에는 여기저기 그날의 흔적들이 널 부러져 있었습니다. 축제가 열린 직후라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들, 사진에는 없지만 깨진 유리병 조각들도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습니다.
 

상인들이 쓰다가 버리고 간 찢겨진 천막들과 쓰지 못하게 된 의자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습니다. 바람에 찢겨진 현수막들과 용도를 알 수 없는 폐타이어들도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 곳 새별오름은 들불축제만 열리는 특정된 공간이 아닙니다. 수 많은 관광객들과 도민들이 오름등반을 위하여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름 정상에 오르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곳이 과연 그 새별오름이었나 싶습니다. 대체 누가 이 축제를 열었고 누구를 위하여 열린 축제였습니까. 바로 우리모두의 무사안녕을  위하여 열렸던 축제였습니다.


△주최측에서 내걸었던 안내판들도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장사를 했던 사람들은 들불축제의 의미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걸까요. 오로지 많이 팔고 자기 잇속만 차리면 그만일까요. 충분한 잇속을 챙기셨으면 뒤처리는 깨끗이 하고 가셔야죠. 이게 뭡니까. 갖고 가도 쓰레기니까 버리고 가신 겁니까? 내년에는 이곳에 안 오실 겁니까? 행정관청도 문제입니다. 장사를 위한 구역 배정을 했으면 엄중한 계도를 펼치고 뒤처리에 대한 지도 활동을 했어야 하고, 행사 후라도 환경보존을 위하여 마땅히 뒷수습에 나섰어야죠. 화려했던 축제의 이면에 쓰레기에 신음하는 자연환경을 보며, 우리들이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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