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딸애가 경악한 아빠의 패션

광제 2010. 8. 1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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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딸애의 눈에도 거슬렸던 아빠의 패션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애.

날이 갈수록 보는 눈이 예리해지고 엄마아빠의 일거수일투족에도 사사건건 간섭을 하려듭니다.
대충 넘어가는 식이 없으니 이제부터는 바짝 긴장을 해야 할 듯합니다.

실제로 딸애에게 제대로 한방 먹은 일이 바로 어제 있었습니다.

시내에서 볼일을 보던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 점심을 밖에서 간단히 해결하자고 합니다.

얼핏 보기에도 30도를 훌쩍 넘을 것 같은 무더운 날씨.
간단하게 챙겨 입고는 딸애와 함께 승강기를 타고 내려갈 때였습니다.

"아빠~! 단추 좀 매지??"

딸애의 뜬금없는 말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움찔한 나는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눈에 거슬릴 정도의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폴로티를 입을 때마다 늘 해왔던 카라를 세우는 습관, 그리고 약간 눈에 거슬린 것이 있다면 단추를 모두 풀어 제친 것이었습니다. 날씨가 좀 더웠어야 말이지요..

"뭐가 어때서 그래? 아빠가 보기에는 멋있기만 한데..."

"뭐가 멋있다고 그래? 단정해 보이지가 않잖아..아빠~!"

"쿵~!!"

헐~ 딸애에게 단정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다니, 이거 완전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과거에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다닐 때는 폴로티의 단추를 모두 메면 '지성', 한 개를 풀면 '야성', 두 개를 풀면 '실성'이란 우스갯소리를 하곤 그랬는데, 지금의 아빠 모습이 그리 야성적으로 보이진 않나봅니다.

"연수야~! 아빠가 좀 야성적으로 보이지 않니"

"야성은 무슨.......날아갈 것 같애..아빠 바람났어??"

헉~조그만 딸애의 입에서 바람났냐는 말을 들으니 버티고 있을 힘이 없어지네요...ㅎ

서둘러 단추를 멨습니다.

"카라 세운 건 어때 보여?"

"어~! 그건 괜찮아..그건 멋있네..."

휴~! 이제야 딸애의 눈에 봐줄 만 한가봅니다.

날씨가 더워서 단추 하나 풀었다가 바람났냐는 소리나 듣고...거참....
이거 가만 보니 앞으로도 딸애의 날선 핀잔은 계속될 듯싶은데,
어떻게 헤쳐 나가야할지 캄캄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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