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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9

천 원 들고 집으로 찾아온 여자아이의 사연 오전 일을 마치면 퇴근할 수 있었던 지난 일요일이었지요. 새벽6시에 출근을 했으니 오후2시가 되면 퇴근한다는 걸 알고 있는 딸아이가 내심 아빠가 오기를 기다렸나봅니다. 다른 집도 그런가요? 저희 집은 제가 없으면 어딜 나가려고 하질 않는답니다. 간만에 일요일 오후에 집에서 좀 쉬려고 했는데, 딸아이에게서 언제 오냐고 전화가 오는 바람에 반사적으로 회사에 일이 있다고 둘러댔지요. 한 30분이 흘렀을까. 퇴근시간을 학수고대했던 딸아이의 얼굴이 눈에 밟히더군요. 천상 아빠인가 봅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 데리고 나들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어 서둘러 집으로 차를 몰았답니다. "얼른 챙겨라~~나가자!"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시간 있으면 책이라도 보라며 눈에 불을 켠 채 지키고 있는 엄마, 차라리.. 2012. 11. 23.
총명한 아이를 바보로 만들어버린 엄마의 한마디 언제부터인가 식품에 대한 유통기한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믿을 수 있는 브랜드의 대형마트든지, 조그마한 구멍가게든지 어떤 형태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 잘못 먹으면 병원신세까지 져야하는 신선제품인 경우에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더군요. 진열장에서 물건을 깨내들 때부터 유통기한을 살피곤 했는데, 잠깐 딴 생각을 했었나봅니다. 이틀 전, 잘 가는 마트에서 팩으로 된 신선제품을 구입하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입니다. 문득 생각난 유통기한, 이미 계산을 완료한 제품이었지만 살펴봐야겠다 싶어 구입한 물건을 카트에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까마귀고기를 삶아먹었는지 갑자기 오늘의 날짜가 생각이 나질 않는 겁니다. 왜 이럴 때는 항상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지 모르겠네요. 자신의 .. 2011. 11. 28.
장난 도둑질(?) 때문에 슬픈 여행이 되어버린 사연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의 어린아이에게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너무 가혹하다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 그저 액땜이라고 넘겨야하나요? 염려하던 일이 결국엔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어제아침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국토순례를 떠났으니 3일째 되는 날이었지요. 출근을 준비하며 욕실에서 씻고 있는데, 거실에 있던 아내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만 보니 여행간 딸애와의 통화 같은데, 멀리 있어 내용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씻고나와, 통화를 끝낸 아내에게 아침부터 뭔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얘가 글쎄, 사둔 선물을 몽땅 도둑맞았데...." "뭐야..도둑이라니? 자세히 얘기해봐..." 이게 무슨 소리랍니까, 이른 아침부터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 2011. 8. 25.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어린이의 분노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그것도 한창 커가는 초등생 어린이라면 말할 나위조차도 없습니다. 얼마 전 일이었습니다. 아파트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가 던 중, 한 어린이가 경비아저씨에게 혼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소리는 들을 수 없어 사정은 알 수 없었으나 어린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려는 찰나, 가만 보니 어린이의 얼굴이 낯이 익습니다. 기억으로는 아파트의 공터에서 우리아들과 함께 공을 차며 놀기도 하며 인사도 곧잘 했던 애가 분명합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우고는 아저씨께 다가가 자조지종을 물었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글쎄, 남의 집 아파트의 유리창을 향해 돌을 던지다가 들킨 것이었습니.. 2011. 2. 24.
길 가던 동네아이에게 새뱃돈을 줬더니 새뱃돈을 주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설과 추석, 명절 연휴의 3일 모두를 쉬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릅니다.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네요. 햇수로 세어보니 무려 20년도 넘었습니다. 회사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몸담고 있는 직장이 요즘 한가한 덕(?)을 좀 봤습니다. 때문에 3일 동안 이어진 연휴동안 처갓집에서도 하룻밤 보내고 애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나들이도 좀 다니고 그랬습니다. 덩달아 애들만 신났습니다. 빳빳한 신권으로 50만 원 정도 준비해뒀던 새뱃돈, 두툼하게 잡혀있던 지갑도 어느 샌가 얄팍해져버린 것이 느껴집니다. 애들 둘이 받은 새뱃돈을 합해 보니 지출에는 턱 없이 모자라는데, 매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수입이 지출을 넘어 선다는 건 애시 당초 기대하지 말아야 하.. 2011. 2. 7.
축구공 사달라는 아들, 끝내 안사줬더니 수십 년 전에는 동네 어디를 가더라도 애들이 뛰어 놀 곳이 정말 많았습니다. 지금은 개발의 홍수 속에 푸른 잔디밭들과 넓은 공터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지만 말입니다. 사실 갖고 놀 것이 없어서 못 놀았지, 장소가 없어서 놀지 못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만 해도 그렇습니다. 애들이 뛰어 놀만한 공간이라고는 아주 좁은 어린이 놀이터와 테니스장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공간이 전부입니다.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어린이들조차도 맘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요.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유난히 사달라고 졸랐던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축구공이었습니다. 저희들이 어릴 때만 하더라도 없어서 갖고 놀지 못했던 것이 축구공인데, 요즘은 웬.. 2010. 12. 8.
씁쓸했던 어느 엄마의 자식사랑 씁쓸했던 어느 엄마의 자식사랑 떡볶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딸애는 항상 아빠인 제가 집을 나설 때면 어디를 가는지 꼭 물어봅니다. 아빠의 용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 아니고 돌아올 때 좋아하는 떡볶이를 꼭 사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걸 재보다 잿밥에 관심 있다고 하나요. 어쨌거나 오늘도 늘 가던 분식집에 떡볶이를 사러 들어갔는데 유난히 사람들이 붐빕니다. 떡볶이 2인분을 포장해달라고 하고는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이제 갓 유치원생으로 여자어린이가 분식집안으로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외칩니다. "아줌마 김밥 있어?" ".....;;" 어디선가 들려오는 당찬 목소리에 깜짝 놀란 주인아주머니는 바쁜 일손을 멈추고는 탁자 너머로 고개를 쳐들고서야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았던 여자어린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초.. 2010. 3. 3.
제주올레, 그 길에서 마주하는 해학 제주올레, 그 길에서 마주하는 해학 풀 한포기, 바람한점, 나무한그루, 청명한 하늘, 풋풋한 흙냄새, 그리고 사람. 아옹다옹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따금씩 눈앞에서 펼쳐지는 신선함은 참으로 우리의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만들기도 합니다. 누가 초대를 하지 않아도 또는 등을 떠밀며 내몰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흙냄새 풋풋하게 풍겨대는 그곳을 찾아 나서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는 찾아내기 어려운 무엇인가가 그곳에는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황금카펫이 깔린 황홀함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목이 마르면 목을 축일 수 있는 우물을 만나게 해주지도 않습니다. 걸음을 가볍게 하는 내리막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풀 한포기가 가시덤불로 바뀔 수도 있고, 바람한점이 태풍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언제.. 2009. 9. 5.
어른인 나도 놀래버린 초등생의 충격적인 매너 승강기, 그 조그마한 곳에서 찰나의 행동에 감동받은 사연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승강기, 사회생활을 위해선 하루에 최소 두 번은 이용을 해야만 합니다. 출근을 위해서 집을 나설 때 이용을 하고 퇴근 후 가정으로 돌아올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밀접하게 우리의 생활환경 깊숙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 편리함에 대해서는 간혹 간과를 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승강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멈출 때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글쓴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1층 건물에 8층, 오래전의 일도 아니고 바로 어제 저녁일입니다. 퇴근 후에 주차를 하고 지하에서 승강기를 올라타고 8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나지막한 기계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한 승강기는 바로 1층에서 멈췄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 2009.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