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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람들 앞일수록 아내의 손을 잡아줘야 하는 이유

by 광제 201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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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6월2일은 제주시 민속오일장이 서는 날입니다. 오후에 집에서 잠깐 쉬고 있는 나를 보더니 아내가 오일장이나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일어섰습니다.

매달 2일과 7일에 5일마다 열리는 제주시 오일장, 얼마나 사람들이 붐비는 곳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겁니다. 어렵게 주차를 마치고는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곁에 걸어가는 아내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습니다. 평소에 이런 짓(?)못하는 성격입니다.

아내 또한 이런 행동에는 익숙하지 않기에 화들짝 놀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반사적으로 남편의 손을 뿌리칩니다.

"왜 그래 갑자기...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아니, 부부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도 죄가 되나? 볼테면 보라지 뭐.."



제주도는 나쁜 짓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역사회입니다. 도내 어디를 가든 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에 행동들 조심하라는 얘기들 많이 하지요. 자칫 동네방네 소문나는 건 시간문제랍니다. 아내는 이걸 두려워하는 겁니다.

행여 아는 사람들이 손잡고 걸어가는 우리를 보고 나이 먹고 뭔 짓이냐고 놀리면 어쩌냐는 것이지요. 자연스러워야할 광경이 남의 눈치나 봐야할 정도로 어색하게 변해버린 건 남편인 내가 평소에 손을 잡아주질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난주 필리핀의 세부여행을 할 때였지요. 음식이 맞질 않았는지 배앓이를 시작하는 아내, 2시간동안 배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엔 아내에겐 무리가 될 것 같아 포기하자고 했지만, 어떻게 온 여행인데 포기 하냐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아내, 결국 불편한 속에도 불구하고 배에 올랐습니다.

파도가 유난히 거센 바다 위를 몇 분이나 달렸을까. 아내가 상당히 힘든 기색을 보입니다. 속이 불편한 것이지요. 나를 봐서라도 어지간하면 참아보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게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요.

약한 헛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등이라도 두드려 주면 나을까싶어 등을 두드렸는데 그만 구토가 올라온 것이지요. 정말 순식간에 손 쓸 틈도 없이 말입니다. 반사적으로 두 손을 오므려 아내의 입으로 갖다 대었습니다. 당시상황으론 그냥 이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서였습니다. 옆자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여자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손바닥을 오므린 채로 화장실을 찾아가야 했던 상황이었지요.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멀고도 먼 남의 나라, 한가운데에 마음 놓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라곤 옆에 있는 아내 단 한사람, 기쁜 일이 있어도, 혹은 나쁜 일이 있어도 몸이 아프거나 힘들어도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나기도 하더군요.

여행 중 이런저런 사연들을 겪고 나니 반려자가 소중한 존재임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지요. 허구헌날 툭하면 신경질이나 내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핏대를 세우며 아옹다옹 다투던 아내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는 상대는 우리 둘뿐이라는 것이지요.

달갑잖은 기분으로 손을 잡으면 남들의 눈이 두렵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소중한 내 여자의 손이려니 생각하니 남들의 시선 따위는 전혀 의식하지 않게 되더군요. 정말로 기분 좋게 오일장 쇼핑을 마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 오늘 대체 왜 그러냐고 아내가 물어옵니다. 여행 중에 내가 느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지요. 한솥밥 먹으며 십 수 년을 살아오면서도 남들 눈 의식하느라 애정표현 한번 제대로 못했던 것이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번 반려자는 영원한 반려자입니다. 아내의 손, 젊음, 장년, 노년, 개의치 마시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잡아 주시는 건 어떠한지요. 바로 오늘부터입니다.

추천도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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