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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고속도로휴게소의 황당한 돈가스

by 광제 2011.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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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으로 기습적인 물 폭탄과 집중호우가 쏟아지던 어제 아침.

바로아래지방인 전주에서도 쏟아 붓는 장대비 때문에 새벽 단잠이 완전 달아나 버렸답니다. 소식을 듣자하니 정말 엄청난 피해를 안긴 재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오전 중에 통영을 거쳐 거제도까지 들어가야 하는 여행스케줄 때문에 전주에서 아침 일찍 조반을 마치고 출발하려던 계획은 폭우 때문에 약간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우리일행은 하는 수 없이 빈속에 고속도로로 진입을 하였습니다. 통영까지는 무려 3시간가까이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혼자의 몸이라면 어찌어찌 가보겠지만 아내와 애들 그리고 조카들까지 있어서 빈속에 통영까지 간다는 건 정말 무리겠다 싶더군요. 궁여지책으로 고속도로휴게소를 이용하자고 하였지요.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이 부실하기로 유명한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선택의 여지없이 그래야만 하는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딱 그 경우입니다.



요즘 고속도로휴게소는 잠시 쉬어가는 개념이 아닌 장거리 이용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의시설들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는 것은 기본이고 위생상태 등도 철저하게 관리되는 듯 정말 깨끗한 환경은 마음에 들더군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겉으로도 느껴지더군요.


끼니를 때우기 위해 찾아간 휴게소도 마찬가지로 상당히 깨끗해 보였답니다. 자고로 먹을 것을 취급하는 곳은 청결이 최우선입니다. 하지만 맛과 질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다들 그러려니 하잖아요. 어른들은 순두부와 비빔밥을 주문하고, 애들은 역시나 돈가스를 선호하는군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음식이 만들어지더군요. 불과 5분도 기다리지 않았는데, 번호가 불려 집니다. 한시가 급하게 달려가야 하는 손님들을 위해(?) 신속하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미 만들어 놓은 음식을 뎁혀서 내놓는 식이 아닌가 하고 의심도 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내가 주문했던 순두부는 그런 데로 맛이 괜찮았습니다. 6천원이 조금 비싼 감은 있지만 처음부터 형편없이 나올 것이라 예상해서 그런지 내용물도 생각했던 것 보다는 푸짐(?)하고 맛도 입맛에 맞은 것 같았답니다. 하지만 아내가 맛을 보고는 단번에 조미료로 맛을 냈다는 걸 알아차리더군요. 역시 주부의 입맛은 못 속입니다. 어쩐지 입맛에 맞는다 했지요.


순두부는 그렇다 치고 밑반찬은 좀 암담합니다. 무말랭이,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전부네요. 6천 원이나 되는 가격이면 멸치 대가리 하나라도 얹어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순두부는 어른들이 먹는 것이니 그저 그렇게 넘어가려했는데, 애들이 돈가스를 먹는 모습을 보니 더욱 암담하더군요.


이게 바로 7천 원짜리 돈가스랍니다. 처음에는 그럴싸했지요. 그래도 갖출 것은 다 갖췄습니다. 샐러드에 밥도 충분하게 얹어져 있고 몇 개 안되지만 단무지도 제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자리에서 나이프로 돈가스를 잘라내는 광경을 가만히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돈가스에는 알다시피 두툼한 돼지고기가 들어있어야 하는데, 고기 살은 온데간데없고 튀김가루만 얇게 씌워져 있는 느낌입니다.


아들 녀석이 먹고 있는 것을 잠시 뺏어서 살펴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대로 이게 돈가스인지 튀김가스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차라리 대형마트나 시중에서 파는 돈가스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도 이보다는 나을 듯합니다. 


심한말로 휴게소 음식이 저질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 싶더군요. 더욱이 어른들에 비해 인지력이 떨어지는 애들이 즐겨 찾는 돈가스가 이렇다는 것은 애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도 정말 짜증나는 일입니다. 애들이라 아무 것도 모르고 먹을 것이라는 염두를 두고 이리 만든 건 아닌지도 의심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한국도로공사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백화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해서 23조원에 달하는 부채도 갚아 나가겠다고 한 적이 있었지요. 툭하면 도마 위에 오르는 고속도로휴게소의 수익구조는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 얼마나 많은 업체들의 경쟁을 부추기게 될지 염려스러운 대목이지요. 돈을 벌어 빚을 갚는 것 보다 우선해야할 것은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받는 서비스의 질의 향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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