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갖다준 수박 한조각에 바보된 사연

유난히 더운 올여름이지요. 제9호 태풍 무이파 때문에 잠시 주춤하긴 하였지만 엊그제까지 지속된 살인 무더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여 올여름은 어느 때보다 피서지가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한철장사 하는 사람들은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애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그저 죽을(?)맛이랍니다.

주말만 되면 애들의 성화 때문에 피서지를 찾아 떠나야 하기 때문이지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피서지가 지천에 널린 제주도에 산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행복한 고민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때로는 한시도 쉴 틈이 없는 피서지 근처의 부모들은 언제나 피곤하답니다.

때로는 가기 싫은 피서를 가야할 때도 있는 것이지요. 마음이 편하지 못하면 만사가 귀찮은 법인데, 그렇다고 애들 앞에서 내 뜻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짜증만 부릴 일도 못됩니다. 좋은 아빠 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애들 앞에서는 억지스럽게도 자상한척 했던 아빠. 불편하게 출발했던 하루는 결국 해수욕장에서 터져버렸답니다.

애들과 함께 물가로 나간 뒤, 애들에게 놀고 있으라 하고는 그늘막 텐트에서 쉬려고 돌아올 때였지요. 거의 다 왔다 싶었을 때, 무엇인가가 내 얼굴을 강타한 것입니다. 알고 보니 조그마한 꼬마 애들 둘이서 가지고 놀던 튜브공이 날라 와 내 얼굴 정면을 때린 것이었습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더군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딴데 가서 놀라며 애들을 윽박지르기에 이른 것이지요.

가까운 텐트에서 쉬고 있던 아내가 이 모습을 보고는 한소리를 합니다.

"이긍..승질머리하고는.....애들이 던진 공 얼마나 아프다고...아이들에게 승질부릴 건 머야? 그냥 웃고 말 것이지...."

"너도 한번 맞아봐라 얼마나 기분 나쁜지...그리고 나 지금 기분 별루니까 제발 건들지 좀 마라."



결론도 없는 대화를 마치고는 텐트 안에서 잠깐 쉬고 있을 때였지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저씨!"하고 부르는 소리에 몸을 일으켜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니 어떤 꼬마 하나가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저씨....아까는 죄송했어요...;; 수박 먹다가 아저씨 생각나서 가지고 왔어요."

그러면서 수박 한 조각을 얼굴 앞으로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내 얼굴에 공을 맞춰 꾸짖었던 바로 그 꼬마였습니다. 순간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지요.

"울 동생이요..자꾸 공놀이를 하자고 해서 그만...다음부터는 사람들 없는 곳에서 놀께요. 죄송해요 아저씨"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도무지 이 상황을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그냥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 아무리 둘러봐도 쥐구멍은 없고 모래구멍밖에는 안보이더군요. 아마도 조금 더 있었으면 모래사장에 머리를 박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황을 눈치 챈 아내가 거들고 나섰습니다.

"너 몇 살이니?"

"여덟 살요." 똑 부러지게 대답도 잘하더군요.

"아까 같이 놀던 여동생은?"

"여섯 살이에요."

"너....이렇게 수박 갖고 온 거 엄마아빠가 알고 있니?"

"네...아파하는 아저씨 갖다드린다고 해서 허락받고 갖고 왔는데요..."

아내와 여덟 살짜리 꼬마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들어보니, 스토리가 그려집니다. 가족끼리 수박을 까먹던 중에 자기들이 실수했다고 판단한 나머지 엄마아빠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는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수박을 받아들고는 고맙다며 꼬마를 돌려보냅니다. 꼬마 앞에서 고개를 못 들고 있는 나를 배려한 것이지요.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쳐다보는 아내의 눈빛이 의미심장합니다. 더욱 나를 괴롭게 하더군요.

꼬마의 부모들은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차라리 수박 한 조각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 걸,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하여 어리석은 행동을 한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또한 일순간에 이렇게 초라해 질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네요. 인내해야 하는 이유 또한 이제 초등학교 1학년에게서 배웠답니다. 몸집만 크다고 어른은 아니라는 사실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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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blog.samsungcard.com BlogIcon 삼성카드블로그지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이 너무 예쁜 마음을 가졌네요 ^^
    화났던 마음이 스르륵 가라앉을만한 수박 한조각이네요~ㅎㅎ

    2011.08.08 11:16
  3. Favicon of https://zasulich.tistory.com BlogIcon 자수리치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고... 이쁜 초딩때문에 쑥스러우셨겠네요.^^

    2011.08.08 11:39 신고
  4. Favicon of http://www.saygj.com BlogIcon 빛이 드는 창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의 부모가 참 멋지네요.
    예전에는 이런게 당연했었는데....

    2011.08.08 11:42
  5.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귀여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네요.
    훌륭한 부모님 아래서 잘 자라난 아이 같습니다.

    2011.08.08 12:09 신고
  6. Favicon of https://hbebe.tistory.com BlogIcon ♡♥베베♥♡  수정/삭제  댓글쓰기

    똘똘한 꼬마네요^^

    2011.08.08 12:10 신고
  7. Favicon of https://boyundesign.tistory.com BlogIcon 귀여운걸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구.. 정말 민망하셨겠어요..^^;;

    2011.08.08 12:54 신고
  8. Favicon of https://clason.tistory.com BlogIcon 오드리햇반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니 저라도 파르르님과 똑같이 행동 했을 것 같네요..
    그 아이의 부모가 참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것을 사과까지 할 줄 아는 것을 보면 보통 아이는 아닐 듯 하네요.
    많은 것을 배우셨을 것 같아요... 그리고 글을 보며 저도 또 배우게 되네요..

    2011.08.08 14:13 신고
  9. Favicon of https://rkfka27.tistory.com BlogIcon 담빛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젓한 아이네요...
    필시~!
    멋진사람으로 자랄거예요~+_+

    2011.08.08 14:14 신고
  10. Favicon of http://blog.daum.net/saddy9578 BlogIcon 하얀초롱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공 울 파르르님 조금은 민망하고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ㅎㅎ
    그래도 사람이니까..화도 내고 ..
    그럴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래도 아이들이 참 이쁘네요!
    실수 했다고 그렇게 잘못했다면서 수박을
    가져오는 아이들은 흔치가 않은데...

    울 파르르님 덕분에 많은 것을...ㅎㅎ
    초롱이는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여긴 어제밤부터 또 비가 내리더니..
    태풍으로 인해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는
    월욜날 오후입니다.
    제주도는 어떤가요??ㅎㅎ

    2011.08.08 14:49
  11. Favicon of https://neonastory.tistory.com BlogIcon 네오나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똘똘한 아이군요.
    이런 순수한 마음으로 사과를 하는 점은 이 아이에게 확실하게 배워야할 것 같습니다.

    제주에 피해가 많다고 하던데 무사무탈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11.08.08 15:11 신고
  12. Favicon of https://pjsjjanglove.tistory.com BlogIcon 영심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아이는 교육을 잘 받았나봐요...
    큰아인 줄 알았는데 8살이라니.. 똑똑하고 어른스럽고..

    아이를 보면서 이렇게 또 배우게 되네요 ^^

    2011.08.08 15:39 신고
  13. Favicon of http://golden21.tistory.com BlogIcon 오붓한여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파르르님보다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더먼저생각나는건?
    요즘애들 똑소리나요

    2011.08.08 16:35 신고
  14. Favicon of http://blog.daum.net/nhicblog BlogIcon 건강천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애들 정말 어른 같죠....
    어른이 애들 같구요 ㅎㅎㅎ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더운 여름철 땀이 많이 분들은 탄산음료보다
    황기를 달여 마시면 땀을 줄여준다고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여름되세요

    2011.08.08 17:46
  15. Favicon of http://blog.daum.net/cola1018 BlogIcon 바람될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빠..
    욱하는 성격도 있었어..?

    2011.08.08 18:14
  16. Favicon of https://somang365.tistory.com BlogIcon 늘푸른나라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기들이 착아네요.

    미안한 마음에 수박까지 가지고 오고...

    수도해야 겠네요. ㅎㅎ

    2011.08.08 18:22 신고
  17. Favicon of https://kung2.tistory.com BlogIcon 놀다가쿵해쪄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른교육을 받은 참 잘 큰 아이들이네요...ㅎㅎ

    2011.08.09 00:23 신고
  18. Favicon of https://mijuhosi.tistory.com BlogIcon 쿤다다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기특한 어린이네요. 생각은 어른보다 더 어른같네요.

    2011.08.09 00:40 신고
  19. Favicon of https://realog.net BlogIcon 악랄가츠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의바른 꼬마 친구네요! ㅎㅎㅎ
    분명 훌륭한 인물이 될 듯 하옵니다! ㅎㅎ

    2011.08.09 05:54 신고
  20. 처음처럼  수정/삭제  댓글쓰기

    훈훈한 글이네여^^

    2011.08.26 18:25
  21. 지나가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집 부모님들이 정말 훌륭한 분들이네요
    전 찜질방에서 애들이 마구 뛰어다니다 주무시던 70대 할아버지 발을 콱 밟은 걸 봤더랬죠. 화가 나신 할아버지가 애를 큰소리로 야단쳤는데 30대로 보이는 애엄마가 달려와 "18놈이 왜 남의 애한테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냐" 며 고래고래 소리를 치더라구요.
    애가 자는 사람 발을 밟고도 사과없이 도망가는건 아무 것도 아니고 "왜 거기 자빠져서 자고 지랄이냐. 재수없게" 하는데 참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더라구요.
    공중도덕이라곤 전혀 가르치지 않는 요즘 부모들에 비하면 그집 사람들 참 훌륭하다 싶습니다. ㅜㅜ

    2013.06.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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