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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직접 묵어본 해수욕장 모텔, 남은 것은 피부병 뿐

by 광제 2011.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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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철, 
모텔에서 하룻밤 묵어보니

혼자의 몸으로 고행을 마다않고 떠나는 여행은 다소 불편함이 있다 하더라도 참아낼 수 있습니다. 죽지만 않을 정도라면 빵 한 조각으로도 끼니를 때울 수도 있고, 비를 피할 수만 있으면 나무 밑이라도 잠을 청할 수가 있지요. 하지만 즐거움을 위한 가족여행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최소한 잘 먹고, 잘 자고, 잘 보고 와야 제대로 된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지요.

며칠 전 모처로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왔지요. 위 세 가지 중 잘 먹고, 잘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유독 처음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바로 숙소 문제였답니다. 우리나라의 국내여행지로 제주도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그 곳. 마침 성수기로 접어든 탓에 숙소를 잡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괜찮아 보이는 펜션들은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였고, 그나마 어렵게 찾아낸 펜션들 중 일부는 평상시의 세배가 넘는 성수기 요금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펜션에서 하룻밤 지내는 비용으로 무려 25만원을 달라는 것입니다. 이마저도 최소 요금이고, 대부분이 이를 상회하는 요금을 요구하더군요. 아무리 잘 먹고 잘 자려고 떠난 여행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평상시의 3~4배, 터무니없는 성수기 펜션요금>
 
그래서 알아본 것이 바로 모텔입니다. 펜션처럼 아기자기한 멋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곳이지요. 그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지인의 예기로는 모텔의 하루 숙박비로 6~7만원이면 충분할 것이라더군요. 펜션에 비하면 4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격으로 묵을 수 있기에 혹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모텔 또한 어설픈 여행객들에겐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10만원을 요구하더군요. 3~4만원에 아옹다옹 흥정을 하고 싶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예약을 하고 송금까지 마쳤습니다. 웃돈을 지불한 만큼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왕이면 경관이 좋고, 청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애들이 함께 묵어야 할 것이라 더욱 그랬지요.



처음에 느꼈던 인상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깨끗한 건물에 커다란 욕실과 트윈베드에 꽤 널따란 방바닥을 갖고 있어 애들과 하룻밤 지내기에는 더없이 좋아 보였습니다. 더욱이 다음날 아침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모텔의 위치 또한 아주 중요했었는데, 원하던 곳에 위치해 있어 더욱 맘에 들었지요. 단, 아침이 되기 전까지만 말입니다.

처음에는 아들 녀석과 함께 침대에서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잠시 후 깨어보니 아들은 방바닥에서 자고 있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빠인 제가 코골이를 조금 했나 봅니다. 하루 종일 차를 운전하고 다녔으니 피곤할 만도 했지요.

<진드기와 전쟁을 벌여야 했던 모텔에서의 하룻밤>

코를 골 정도로 피곤한 몸이었지만 몸이 가려운건 참을 수가 없더군요.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고 긁어대기에 바빴습니다. 비록 잠결이었지만 무엇인가가 팔뚝을 간질이는 느낌이 영락없이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애꿎은 팔뚝만 때리고 긁고, 때리고 긁고, 그렇게 무더운 여름밤은 지나갔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욕실에 들어가서야 처참하게 변해버린 팔뚝을 발견할 수가 있었답니다. 처음에는 땀띠가 난줄 알았습니다. 에어컨이 시원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땀띠가 날 정도는 아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간밤에 잠을 설쳤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인가가 깨 물은 것입니다. 아침이 되었는데도 후끈거립니다. 찬물을 몇 번 끼얹고 나서야 조금 시원해진 느낌입니다. 사진은 많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것입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유추해 보건데, 이건 분명 청결하지 못한 침대의 매트리스와 침구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불결한 침구에 서식하고 있던 진드기 등 어떠한 해충에 물린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MBC '불만제로'에서는 본격적인 피서 철을 맞아 전국 해수욕장 모텔들의 위생 실태 특별 점검에 나서 취재한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었지요.
 

제작진들은 얼마나 많은 모텔들이 침구를 재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텔을 방문해 침대시트와 패드, 베개보 등에 미리 표시를 해둔 후에 나중에 다시 찾아가 침구에 남아있는 표시를 확인한 후 재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었지요.

결과는 암울했지요. 해수욕장 주변의 모텔 총 7곳을 취재한 결과, 4곳에서 베개보와 침대시트, 이불 등을 재사용하는 것을 제작진이 직접 확인했습니다. 베개보는 얼룩을 감추기 위해 겹쳐서 진열하고, 침대패드는 뒤집어 재사용하며, 몸에 덮고 자는 이불은 오랜 기간 동안 교체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할 관청에서 모범 숙박업소로 지정받은 모텔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모텔들의 불결한 위생상태가 도마에 오른 지 며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이런 피해를 당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지요. 아니, 그것보다는 휴가철 특수를 예상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모텔로 묵을 곳을 정해버린 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뭐 생각해보면 고급펜션이라고 해서 위생상태가 좋을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숙박업소의 이불보와 요, 베개보 등의 침구류는 숙박자 한사람이 사용할 때마다 세탁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대목의 휴가철에 한 철장사라고 사람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까지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면역이 되어 있는 피부라서 며칠 만에 자연스럽게 나았지만 자칫 어린아이들이 이런 피해를 당했으면 어떠했을지 아찔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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