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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1박2일후의 엉또폭포

by 광제 2011.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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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으로 변해버린 1박2일후의 엉또폭포, 누구의 잘못인가

1박2일 방송 후의 엉또폭포, 다시 찾아가봤더니

1136번 도로, 제주도의 중문동에서 남원읍 의귀리까지 이어지는 중산간도로입니다. 서귀포시민들의 생활도로이기는 하나, 평소 차량들이 붐비지 않는 비교적 한가한 도로입니다. 최소한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만큼은 낯 설은 도로이기도 하지요.

산간에 호우주의보까지 내렸던 어제,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서귀포 월드컵경기장내에 있는 워터파크로 향할 때입니다. 앞서 말한 도로는 제주시에서 월드컵경기장으로 가려면 가장 가까운 경로이기도 하지요. 평소에는 자주 보이지 않았는데, 어제는 유난히 ‘허’자가 달린 렌터카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여러 대의 렌터카들이 앞서가고 있는 상황, 어디를 향해 가는 차량들인지 처음에는 몰랐답니다.

잠시 후, 서귀포 신시가지의 올림픽생활관 근처에 이르렀을 때, 약속이나 한 듯이 좌회전을 하는 겁니다. '헛! 여기는?' 어느덧 엉또폭포 앞을 지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한 차량이었지만 반사적으로 렌터카의 뒤를 쫓았습니다. 비가내리고 있는 날씨, 보나마나 엉또폭포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밀려든 차량으로 주차장으로 변한 엉또폭포입구>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좌회전을 하고나서 수십 미터나 이동했을까. 갑자기 차량들이 정체현상을 보입니다. 1박2일 방송 후 이승기와 강호동이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붐빌 것이란 생각은 미처 못 했던 것입니다. 뒤쪽으로도 이미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태, 그것보다도 차량을 돌리기엔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린 상태입니다.

차량은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량을 길옆으로 세워놓고 들어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방송 후의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이곳 엉또폭포는 지지난주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 대한민국 1등 폭포를 찾는 폭포특집에서 가장먼저 소개가 되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의 맴버 중 이승기, 강호동, 김종민이 미션 수행 차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의 절호의 기회, 주말이라 수천 명 몰려들어


직접 눈으로 확인한 1박2일 방송 후 엉또폭포의 열풍, 실로 대단하더군요. 더군다나 주말에다가 비가 내리는 날씨입니다. 비가 내린 뒤라야 시원한 폭포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많은 관광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이곳 엉또폭포로 몰려든 것입니다. 1136번 도로 입구에서 엉또폭포까지의 약1km 도로는 관광객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주오는 차량두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농로의 폭포입구>

간혹 귤 농사를 짓는 차량들만 지나다니던 조용한 동네가 하루아침에 발칵 뒤집힘 꼴입니다. 마주 오는 차량도 겨우 비켜가는 좁다란 농로에 차량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진행도 하지 못하고 빼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말 그대로 통제불능, 도로는 완전히 주차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급기야 사람들이 차량을 길가에 세워둔 채, 걸어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걸어 들어가는 것도 그리 녹록치 못합니다. 농로에다 비가내리는 날씨라 시멘트 길이 완전 진흙탕 물로 변해 버렸습니다. 종아리로 튀어 오르는 흙탕물은 아랑곳 않은 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산을 받쳐 들고는 오직 한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줄 알겠더군요.


<진흙탕물로 뒤범벅된 도로, 이 도로를 관광객들이 걸어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차량들은 여행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입니다>

<지자체에서 경찰대 차량이 출동해 봤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듯 합니다>

<이승기가 뛰어 들어갔던 목재데크는 사람들의 발길로 완전 점령된 상태입니다>

<비는 내리고 있으나 폭포수는 없는 엉또폭포, 산간지방으로 시간당 70mm이상의 폭우가 내려야만 생성되는 독특한 폭포지만, 사람들은 아쉬운 탄식 속에서도 폭포수 없는 엉또폭포 또한 절경이라고 탄성을 지릅니다>

<발 디딜 틈 없었던 엉또폭포 전망대>

우리나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소개하여 여행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관광열기와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1박2일의 폐해라며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전 개인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풍경도 1박2일에서는 그럴싸하게 편집을 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도합니다. 방송을 한번 타고 나면 사람들은 멋진 풍경을 보기위해 그곳으로 향합니다.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역사람들과 그 근처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이왕이면 보고가자는 심산에서 찾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욕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몰리는 것도 지극히 정상입니다.

억만금으로 못했던 일 한방에, 뒷짐만 지고 있는 지자체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대한민국 어느 지자체를 막론하고 지역을 홍보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곳은 없습니다. 많은 세금을 들여가며 지역홍보에 열을 올리고 광고료로도 적지 않은 금액을 쏟아 붓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고장에 좋은 곳이 많으니 놀러오라는 것입니다. 수억, 수 십 억을 들여도 못하는 일을 1박2일에서 단 한 번에 해치워 버립니다.

저는 이번에 몸살을 앓고 있는 엉또폭포를 보면서 해결점은 지역사람들과 지자체에 있다고 보여 집니다. 자신들이 똥구멍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녀도 못했던 일입니다. 시청 홈페이지에, 또는 관광소개책자에 서귀포의 숨겨진 비경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소개를 했던 엉또폭포입니다. 그래도 찾아오는 사람들은 쏟아지는 폭포수를 담으려는 사진가들 외에는 거의 없었지요. 그런 고민을 단 한 번의 방송으로 해결을 해줬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서귀포시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지요. 엉또폭포가 1박2일에서 소개된 것은 지난 7월31일입니다. 어느덧 보름이 지났지요. 때마침 여름성수기를 맞아 제주도로 여행 온 사람들은 방송 직후부터 엉또폭포로 몰려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지역사람이 말을 빌리면 예전 평상시에는 고작 한두 명, 비가 내린 뒤라고 해봐야 수십 명이 찾아오던 이곳에 평일에도 수백 명, 주말이면 수천 명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번처럼 비가내리는 주말이면 상상을 초월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입니다.


<사람들은 쓰레기가 버려진 곳에는 죄의식 없이 마구 버리는 심리가 있습니다.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들과 담배꽁초입니다. 물론 버리는 사람들도 나쁘지만, 조그마한 재털이 하나 설치하지 못하는 지자체입니다>
    
보름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것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외에는 단 한 가지도 없었습니다. 사람들과 차량들이 몰리면 체증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인데도 그 흔한 교통경찰 한명 보이지 않습니다. 지리를 잘 모르는 여행객들 차량들이 서로 뒤엉켜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었지만 누구하나 이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면 사고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엉또폭포로 향하는 목재데크,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좁다보니 사람들이 오며가며 자꾸 부딪힙니다. 하늘로 솟아있는 기암절벽은 풍화작용에 의해 낙석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으며 실제로도 위험표시판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사고로 이어진다면 주차장으로 변한 농로에서 어떻게 대처하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라 어쩌질 못하고 있다구요? 아니지요. 엉또폭포 주변의 지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생각하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엉또폭포에는 틈 없이 세워야 겨우 열대정도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습니다. 이정도 규모면 주자장이 없다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주차장을 만들 수는 없지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엉또폭포로 향하는 농로는 일방통행으로 진출입이 가능한 도로입니다. 동쪽과 서쪽에 나 있는 도로 중 한 곳을 지정하여 일방통행을 하도록 유도만 하여도 이런 체증은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요. 차 두 대가 겨우 비켜갈 수 있는 도로지만 한쪽 주차를 유도하면 주차난도 자연스레 해결됩니다.

민원이 들어갔나요? 월드컵경기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그곳을 경유해 오면서 보니, 입구에서 4~5명의 교통경찰들이 통제를 하고 있더군요. 무전으로 연락을 하며 차량진입을 막고 있어서 입구의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있더군요.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길을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걸어 나오면서 들었던 어느 관광객의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교통체증에 짜증을 밀려와서 그랬을까요. 오늘 폭포수를 보지 못하고 가지만 다음에 제주도에 온다 해도 이곳은 오지말자고 하더군요. 방송에 홍보를 해준 것도 고맙고, 찾아와주는 손님도 고마운 것입니다. 차려주는 밥상도 못 챙겨먹는 지자체가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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