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키지 않는 애들에게 반성문 쓰라 했더니

우리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각기 다른 상황별 자녀교육 10계명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디언의 자녀교육 10계명 중에 보면 "꾸지람 속에 자란 아이는 비난을 배우고, 격려 속에 자란 아이는 자신감을 배운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애들에게 꾸지람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부모들도 사람인지라 항상 관대함과 칭찬만 있을 수는 없지요.
가끔은 체벌 없이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을 저지를 때도 있답니다.

바로 며칠 전, 그 같은 일이 저희 집에서 있었답니다.

퇴근을 앞두고 있는 저녁시간.
이제 초등하교 4학년인 딸애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통,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깊이 반성을 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아빠가 퇴근할 때 까지 손들고 서 있겠다."며 소리 내어 우는 것입니다. 필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울부짖는 딸애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컥해지지 않을 아빠 없지요.

딸애와의 통화를 끊고는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여름방학 내내 꾸준히 잘해오던 학습지 풀이를 며칠 동안 하질 않았던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사가 방문하여 지도를 받는 학습지는 애들의 하루 계획 중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이미 오래전부터 엄마아빠와 굳게 약속을 했던 일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가 개학하는 틈을 타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의기투합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공교롭게도 아들 녀석과 딸애가 동시에 일을 저지른 겁니다.

아내가 이를 보고 가만히 있질 못했던 것이지요.
따끔하게 혼을 내는 과정에서 애들이 눈물콧물 다 뺏던 모양입니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지만, 일단은 깊이 뉘우치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이쯤 했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손을 들고 딸애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들고 있는 손은 내리되, 깊이 반성하는 의미에서 아빠가 퇴근하기 전까지 둘 다 반성문을 써 놓을 것. 단, 반성문을 쓰되 A4용지 한 장을 채워야 하며 글씨 또한 자신이 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작은 글씨로 써 놓을 것을 요구했고 애들 또한 그러겠노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지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밤 10시.
늦은 시간인데도 아이들이 반성문을 들고 현관에서 아빠를 맞아 주더군요. 반성문을 건네주는 애들의 얼굴에는 울었던 기색이 역력합니다. 아마도 울면서 반성문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애들에겐 잠을 자라고 한 뒤, 얼른 씻고 나와 애들이 건네준 반성문을 펼쳐봤지요.



깔끔한 글씨로 써내려간 아들의 반성문은 이제는 제법 문장의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반성문을 보니 어느덧 6학년이라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문제는 딸애의 반성문이었답니다.

4학년과 6학년의 차이가 이렇게 다른 것일까요. 아니면 아들과 딸의 차이일까요.
여태 화가 풀리지 않고 있던 아내도 애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반성문의 내용이 궁금하여 같이 읽어 봤답니다.

"반성문이란 걸 처음 써봐서 어떻게 쓸지 몰라 그냥 이렇게 씁니다."로 시작한 글.

문장의 첫 글귀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거 어른 뺨치는 정말 의미심장한 사전포석입니다. 

중간의 내용은 딸애의 프라이버시도 있으니 중략하고....
 
내용을 쭈욱 읽어 내려가던 우리부부.
반성문의 말미에서 동시에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글씨가 컸다면 죄송합니다. 제 작은 글씨는 원래 이거여서......"

가능한 작은 글씨로 A4용지 가득 적어 놓으라고 했더니, 이리 적어 놓은 것이랍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빠를 그냥 사랑하는 것도 아니라, 무지 사랑한답니다.....;;

그저 딸래미 하나 키우는 게 아니라,
교활(?)여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이긍...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추천도 꾸욱~~눌러주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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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11.09.07 14:47
  3. 바람처럼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나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자녀 키우시는데 도움이 되는 분이
    계실지 몰라서 적어봅니다.

    미국의 경우, 방학은 그냥 말 그대로 break입니다.
    스스로 공부를 하기도 충분히 쉬기도 하고 여행도 즐기고
    학교 다니느라고 못했던 취미생활도 하지요. 여름방학의 경우는
    석달 가량을 말입니다. 실상 아이들은 그 기간 철저히 놉니다.
    논다는 것은 refresh의 의미겠지요. 재충전하고 다시 회복한다는...
    몽상을 즐기고 머리를 비운다는 것은 새로움을 다시 시작 하기 위한
    꼭 필요한 과정이라 여겨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학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방학 때 해야 할 또 다른 과제들이 있어서 부모나 당사자인 아이들이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여겨집니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해서 공부만 열심히 했는데 공부 잘해서 연결된
    장래와 연계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다른 길을 생각할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참고로 저도 대학생을 둔 학부모입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떠한 인생이 행복하고 보람되는지
    스스로 깨우치도록 돕는 것이 윗세대의 몫이 아닐까요?
    하루종일 반성문 쓰면서 얼룩진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안쓰럽게 느껴짐은
    저만의 기우입니까?
    얼마 전, 다 커서 대학생이 된 후에 고백한 아이의 입에서
    충격적인 얘길 들은 적이있답니다.
    초등학교시절 수영대회를 앞두고 대회준비 때문에 수영장에서 레슨을
    받아야 했는데, 그 때 수영코치가 늘 키판으로 아이들을 때리면서 훈련을 시켰고
    자신은 지금도 그 공포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을 저를 포함한 부모들이 웃으면서 보고 있었답니다.
    금메달을 받은 아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기억이 너무나 한심스럽고 부끄러워
    이제서야 아이에게 미안했다고 말하며 나도 저도 울었답니다.
    결론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매를 들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이름하여 '짱'으로 불리던 아이는 실은 본인이 무서움을 아니까 그것을 당하지 않으려고
    싸우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모든 싸움을 잘 하는 아이들의 내면은 싸움을 모르는 아이들
    보다 공포심이 더 하다는 거지요. student counselor를 지낸 아이의 말입니다.

    미국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부모가 끝까지 대화하자고 쫓아다니는......
    말로도 얼마든지, 가슴으로 전달 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11.09.07 14:53
    • Favicon of http://blog.daum.net/cutejinny BlogIcon 초코  수정/삭제

      가슴에 와닿는 글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진심으로 공감하며 반성합니다.
      매일매일 정해진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우리 아이들...
      그 정해진 것들이 아이들의 미래 혹은 행복을 위해 과연 얼마나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인지....

      2011.09.08 08:46
  4. Favicon of https://yongphotos.com BlogIcon 용작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위 '바람처럼' (이웃님하고 필명이 똑같으시네..ㅎㅎ)님의 댓글이
    너무 가슴에 와닿네요.. ^^

    2011.09.07 14:58 신고
  5. Favicon of https://boyundesign.tistory.com BlogIcon 귀여운걸  수정/삭제  댓글쓰기

    빵 터지는 반성문이네요ㅎㅎ
    요렇게 쓰다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2011.09.07 16:37 신고
  6. 안영진  수정/삭제  댓글쓰기

    42살 노총각입니다.
    부럽습니다^^
    잘 키우신듯 합니다. (잘 모르지만^^)
    빵 터진건 잠시였을것 같구, 흐뭇해 하실 필자의 미소가 느껴집니다.
    이렇게 건강하고 착한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밝게 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게
    기성세대의 의무이지 싶습니다.

    한동안 극심했던 인면수심의 사건들과 청소년의 악행을 보면서 왜 저 아이들이 저리 컸을까도 걱정해 봅니다만, 몰라서 그리 되진 않았을진데 말이죠

    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부덕한 탓이겠지요

    필자분 처럼 화목한 가정의 아빠들이 많아야 할텐데, 작은 힘이나마 노총각으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미력 보태겠습니다.

    화목한 가정 이끄시고 가내 모두 평온 하시길 바랍니다. ^^
    하느님과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가 함께 하시길...

    2011.09.07 17:16
  7. Favicon of https://theuranus.tistory.com BlogIcon 소인배닷컴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
    긴장하면서 읽고 있다가... 막판에 이럴수가.... ㅋㅋ

    2011.09.07 19:55 신고
  8. 나그네..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개인적인 사정으로 반성문 a4용지 글자크기 10~11 정도로 10장써야됩니다.. 현재 2장까지 채웠고 뭘 써야할지 막막하네요 ... 근데 10장은 좀 심하지 않음?

    2011.09.07 20:04
  9. zzz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반성문 진짜 쓰기 싫어서... " 차라리 맞을께요. " ... " 몇대맞을래? " ... " 한대요 " 라 했던 기억이..ㅋㅋㅋ그래도 맞기는 싫어서....

    2011.09.07 21:35
  10.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작게는 쓰되 쓸말 없어서 슬쩍 노래 가사 섞어놨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 반성문싫어요ㅋㅋㅋ

    2011.09.07 22:09
  11. 으햐~~~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휴~~~ 진짜~~
    정~~말 정말 이쁘네요 ㅋㅋㅋ
    이런 딸 두고 어떻게 출근하시나요!! ㅋㅋㅋㅋㅋㅋ

    2011.09.07 22:23
  12. 미혼남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딸키우고 싶네요ㅎㅎ
    근데 결혼 먼저...

    2011.09.07 23:02
  13. 닭털송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으시겠어요. 좋은 아빠 좋은 가정에서 이쁘게 자라는 따님같아요. 더 부러운 것은 "아빠를 무지 사랑한다"는 말이 포함된 마지막문장입니다.

    2011.09.08 01:11
  14. 곰보다 여우가 낫습니다.ㅎㅎㅎ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예쁘시겠어요^^
    부디 아이들에게 학습지보다는,
    책을 많이 읽게 해 주세요.
    이토록 예쁜 아이들의 더욱 나은 삶을 위해서요.ㅜㅜ
    (음악교육도 아울러...음악적 교양이랄까...)
    성적은 저절로 좋아집니다.

    요즘 주변의 사람들, 아이들을 보면서
    이게 바로 책을 읽지 않은 결과로구나.
    성적은 좋은데,
    상황판단 제대로 못하고,
    추리력도 없고...

    그러니 여기저기 쑤셔는 보는데...
    이 아이들이 사회에서 문제에 부딪칠 때
    어떻게 헤쳐 나갈까...라는 걱정이 너무나 앞섭니다.

    한 아이의 말..
    "요새는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죄악입니다."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쓴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2011.09.08 01:25
  15. Favicon of http://infocafe.ne.kr BlogIcon 인포카페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지! 원래 제일 작은 글씨가 이런걸 어떡하란 말입니까? ㅎㅎㅎ

    2011.09.08 01:47
  16. Favicon of https://gitano.tistory.com BlogIcon Rio F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기억에 항상 "쓰라니 씁니다..' 로 시작했던것 같네요 ㅎㅎ

    2011.09.08 06:57 신고
  17. 행복가득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딸 키우는 재미를 아는 딸바보라 따님의 사랑스런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같아 미소가 번지네요.

    2011.09.08 08:53
  18. 돌덜도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여줄려면 다 보여주지...

    2011.09.08 09:08
  19. Favicon of http://blog.daum.net/kailang BlogIcon 아는 여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성문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네요 ^^

    귀여운 자녀를 두셨네요~

    2011.09.08 10:32
  20. Favicon of https://datafile.tistory.com BlogIcon 신기한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어려서 반성문이 뭔지도 잘 모를 것 같아요.
    잘 보고 갑니다.

    2011.09.08 13:43 신고
  21. Favicon of http://www.meincupcake.de BlogIcon ㅋㅋㅋㅋ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

    2011.09.11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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