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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길가다 닥친 생리현상에 화장실 좀 쓰자고 했더니

by 광제 2011.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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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변 보려다가 뺨 맞을 뻔, 너무 야박한 화장실 인심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길을 가다가 급한 상황(?)을 만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주변에 보는 사람이 없는 야산이나 들판이라면 급한 나머지, 눈에 띄지 않는 곳을 골라 용무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심지라면 얘기는 달라지지요. 주변이 온통 건물들이고 상가이다 보니 화장실이 없을 리 만무, 그런데 외각지에 있을 때 보다 마음은 더 조급해 지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얼마 전에 초등생 남매를 데리고 성산포 인근에서 있었던 축제에 다녀온 적이 있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본 사람이이면 누구나가 공감하지요. 공중화장실이 보일 때 미리미리 다녀오라고 그렇게 일렀는데도 그때는 괜찮다고 하더니 결국 그곳을 벗어나면 당장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안달을 하는 경우가 있지요. 아빠가 호주머니에 화장실을 넣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나오라면 뚝딱하고 나오는 게 아닙니다.

금방이라도 일을 치를 것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딸애의 손을 잡아챕니다. 도로 한 가운데서 일을 치르게 할 수는 없지요. 급한 마음에 무작정 들어간 곳은 음식점입니다. 끼니때도 아닌 시간에 찾아온 손님이라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어서오세요~~!"

"저기....죄송한데요...애가 너무 급해서 그럽니다...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

"..........;;"

조금 전까지 화색을 하고 반기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급랭모드로 바뀐 주인장의 표정. 싫다면 싫다고 시원하게 얘기라고 해주면 좋으련만, 썩소만 짓고 서 있는 주인장. 못 빌려주겠다는 뉘앙스인 것입니다.

밥을 먹으러 온 손님인 줄 알았는데, 실망한 마음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도 애를 키우는 부모일터, 발을 동동 구르는 애를 보며 조금만 배려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오히려 미안한 마음에 실례했다고 목례를 하고는 서둘러 다른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더욱 급해진 딸애의 얼굴을 보니, 점점 속이 타들어갑니다. 또 다른 음식점.
이번에는 주인장이 대놓고 요구를 하더군요.

'화장실을 쓰고 나서 음식을 먹을 것이냐'구요.

한마디로 거래를 하자는 것입니다. 욕을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뺨을 맞지 않은 것이 어딥니까. 꾹 참고 다시 다른 집으로 가볼 요량으로 서둘러 이 음식점을 나왔습니다. 애들이 쉬 마려울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아시지요? 이제는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 것 같더군요. 아빠의 체면은 구겨질 데로 구겨진 상태입니다.

이대로는 기어이 일을 치를 것만 같습니다. 무슨 수를 써야할 다급한 상황, 두리번거리다 보니 길 건너편으로 경찰지구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래 저기다 싶더군요. 애를 안고 달려 들어간 지구대안.

자고로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은 조금 다르리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표정은 음식점의 주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쓰디쓴 미소를 던집니다. 위아래를 잠깐 훑어보더니 귀찮다는 듯 화장실이 있는 쪽을 턱으로 가리킵니다. 너무 황송하고 고마워서 허리가 절로 90도로 구부려 지더군요.

우리나라의 화장실 인심이 왜 이렇게 야박한 것일까요.

건물들은 즐비하지만 화장실을 시원하게 개방해 놓은 곳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열이면 열, 자물쇠를 이용하여 꼭 걸어 잠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나 사용하다보면 쉽게 더러워지게 되고, 관리가 힘들어지는 것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요. 우리네가 참고는 견딜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생리적 욕구에 포함되는 배설, 타인에게 이런 고통을 헤아려 달라는 것이 어쩌면 욕심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유산소운동과 걷기 열풍이 불면서 도심지를 오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에 비해 화장실 가기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중화장실 팻말을 붙이고 무료로 개방하는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문제라고 보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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