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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사기 당한줄 알았던 택시요금, 절반 돌려받은 사연

by 광제 201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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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눈앞에서 놓치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반드시 타야만 했고 놓치면 안 되는 버스였다면 참으로 암담하지요.

마산역앞.

김해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호를 받고 로타리를 돌고 있는데,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출발을 한 상태입니다.
남겨놓은 비행기 시간은 1시간 30여분 정도, 공항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반드시 타야할 버스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놓쳤습니다.

당황하면 묘책도 잘 떠오르질 않습니다.

매표소에 물어보니 다음버스는 25분 뒤, 안되겠습니다.
서둘러 택시를 잡아탑니다.

"어서오세요.." 투박한 경상도 억양의 아저씨입니다.


"아저씨...3분전에 출발한 공항버스 따라 잡을 수 있겠어요?"

"어디......."

"김해공항 가는 버스요. 그거 꼭 타야하거든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아저씨..

"버스가 몇 정거장을 돌아서 가는데, 한번 가봅시다..."



1박2일간의 합천 대장경축전 취재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던 때였지요.
목요일 제주에서 출발하는 편은 여유로웠으나 금요일 제주로 돌아오는 항공편은 정말 어렵게 구한 것이었거든요. 주말과 개천절 연휴를 앞두고 제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 때문입니다. 만약 비행기를 놓치게 된다면 이후의 일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대기표를 기다려야 합니다.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총알택시라는 것이 있어 급한 일이 있으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달려가고 했지만 요즘은 신호등과 단속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어 제아무리 난다긴다 하는 택시기사라도 용빼는 재주가 없겠더라구요. 더군다나 마음이 조급하다보니 왜 이렇게 신호등은 자주 걸리는지...

"저기가 중간 정류장인데, 손님이 없으면 버스가 지나간 겁니다."

어디쯤이었을까.

버스의 노선을 알고 있던 아저씨.
우회하여 달려왔지만 이미 버스는 이곳마저 지나친듯합니다.

결정을 해야만 했지요.

보통 장거리는 미터기 요금이 아닌 따로 일정의 요금을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저씨와 흥정을 시도합니다.

"아저씨..이대로 공항까지 가면 얼마를 드려야 하지요?"

"음.....3만원에 도로비까지 생각해 주셔야 겠는데요.."

"도로비라니요.. 그건 뭐지요?"

"고속도로 통행료 말입니다."

"아...네에~~~"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택시기사
 
통행료를 도로비라고 하는 것도 처음 듣고, 의사전달 자체도 조금 힘이 듭니다. 더욱이 택시 기사와의 요금흥정에 있어 바짝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다른 것에 있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는 것이었지요.

마산의 지리를 전혀 모르는 이방인, 버스를 잡아 보려고 노력은 했는지, 과연 이 택시는 급박한 나의 처지를 이해는 했는지,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 바가지 요금을 달라고 하는건 아닌지....하지만 이미 키는 기사아저씨가 쥐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었지요.

"공항으로 바로 가시지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달려, 김해공항을 수 킬로미터 남겨놓은 지점.

다행히도 20여분 정도 비행기 시간을 남겨놓고 있지만 부지런히 달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을 절약하려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아저씨..미리 요금 받으세요..3만 2천원 드리면 되겠지요?"

"엥 3만2천 원이라뇨? 택시요금만 4만원인데요?"

"네?????택시비 3만원이라고 하셨고, 거기에 통행료까지 2천원 드리는 건데요?"

"이런...3만원이라고 들으셨어요? 전 4만원이라고 얘기했는데..."

"아니...처음부터 4만이라고 얘기 했으면 생각을 달리했지요. 한 시간 거리에 3만원도 바싸보이는데, 4만원은 너무 한데요..아저씨...ㅜ"(실은 4만원이라고 했어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음..ㅜㅜ)

마산에서 김해까지 4만원을 받지 않고는 남는 게 없다며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설명하는 아저씨, 경상도 발음이라 잘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라며 안절부절, 난처해하는 건 오히려 아저씨입니다.

"그럼 4만원 드리면 되는 건가요?" 이렇게 해서 4만원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했던 아저씨.

수 킬로 남겨놓은 지점부터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정말 오해는 하지 말라고, 정말 받을 만큼만 받는거라'며 몇 번이고 되풀이합니다.


택시기사의 기막힌 반전

언짢아진 기분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어버린 상황.
택시에서 내려 탑승수속을 밟으려고 걸어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습니다. 조금 전, 택시기사였습니다.
 
"왜 그러시죠?"

"마음이 편하질 않아서 그래요...정말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이러면 공평하겠다' 며 5천원을 돌려주는 아저씨.
나를 내려주고는 이미 출발하는 것을 봤는데, 그 짧은 시간에 가던 길을 멈추고 달려 온 것이었습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려옴이 느껴집니다.

얼마나 마음에 걸렸으면 이랬을까 싶더군요.

잠깐의 틈만 보여도 속고 속이는 세상, 약간의 허점만 보여도 바가지를 씌우는 세상에 살다보니 잠깐, 색안경을 끼고 보았던 택시기사분.....

두 번 다시 안볼 사람, 그냥 돈 챙기고 가버리면 그만인 상황에서 부득불 5천원을 들고 공한 안까지 쫓아온 걸 보면 마음은 분명 따뜻한 사람이란 걸 느꼈답니다. 비행기 안에서도 가시지 않았던 훈훈한 기운, 다음에 또 마산에 갈일이 있으면 노란색 택시를 골라 탈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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