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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내시경 받는 날 새벽, 혼자 목욕탕으로 간 이유

by 광제 201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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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받는 날 새벽, 웃음거리로 전락한 사연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 했습니다.

얼마 전에 아내와 함께 그동안 소홀했던 건강을 돌아보자고 의기투합했지요.
그동안 못했던 동네 한 바퀴도 하고, 여유가 좀 된다면 가진 사람들이 먹는다는 보약(?)도 좀 먹어보고....

그래~!
아등바등 살아서 뭐 하냐....
우리 몸, 말라 삐틀어져 봐야 누가 자기 몸처럼 보살펴 줄 것도 아니고...
꼴에 반려자라고 서방 각시끼리 라도 보듬고 살펴줘야 하지 않겠어?

하여, 가장 먼저 내시경검사를 받아보기로 하였답니다.

저는 물론 아내조차도 위나 장내시경을 받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답니다.

완전 겁보였지요.

수면을 하지 않고는 아예 엄두조차 나질 않았고, 수면을 하자니 그러다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지레 겁을 먹고는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아내가 팔을 걷어붙였지요.

"남자가 그래 겁이 많아서야..까짓 내가 먼저 할 테니 옆에서 잘 지켜보기나 해!"

"어? 어~~! 그래 그럼......;;"

이렇게 해서 저는 며칠 뒤로 미루고,

아내가 먼저 위내시경과 장내시경 검사를 하게 되었지요.

검사 전 날에 이것저것 주의사항 듣고, 약물 받아오고 밤새 화장실 들락날락 거리고 난 뒤, 드디어 검사 당일 아침.....
아내가 잘못될까봐, 은근히 걱정이 앞섭니다. 차라리 이럴 거면 내가 먼저 받을 걸...(^^)

잠시 후, 이름이 불려지고, 안으로 들어가는 아내를 따라 들어갔지요.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이상하게 생긴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아내.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침대위에 눕더니, 보호자는 이제 나가 있으라는 겁니다.

"예?? 나가 있으라구요?"

"네...이제 수면 들어갑니다. 나가 계세요..."

"아~~~네....;;"

간호사가 나가 있으라니 순순히 지시는 따랐지만, 이거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간호사들이야 전부 여자였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무의식 상태에서 의사에게 맡겨질 아내를 생각하니, 머리가 쭈뼛. 우리 각시 내가 옆에서 지켜야 하는 데, 어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으니 더욱 안절부절, 환장할 노릇이더군요.

이렇게 아내의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터라,
저의 검사일이 다가올수록 은근 걱정이 되더군요.

다른 건 몰라도 무의식 상태에서 내 몸이 의사와 간호사에게 맡겨진다는 두려움....
이건 어쩔 수 없겠더라구요.

이런 염려는 결국, 검사당일 아침에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만들어 내고 말았답니다.



아내와 마찬가지로 주의사항 귀담아듣고 메모하고, 약물 받아오고....밤새 고생하며 검사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고 생각했지요.

이윽고 새벽.

이제 얼마 후면 병원에 가서 의사와 간호가가 보는 앞 침대에서 의식 없이 누워있을 모습이 상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 아무리 치료라고는 하지만 추한모습은 보이지 말자.'>

밤새 화장실을 들락 거렸으니 더욱더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이미 속은 텅 비어 있는 상태. 추욱~늘어진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나섰지요.

이 모습을 본 아내....

"엥? 새벽부터 어딜 가??"

"어~~사우나 좀 다녀올게...."

"사우나는 왜에? 조금 있으면 병원 갈 사람이..."

"응..그래서 그런 거야.....병원가면 간호사들이 내 알몸 그대로 볼 건데...때 좀 밀고 와야지 않겠어?"

이 말을 들은 아내가 갑자기 배꼽을 잡고 뒹구는 겁니다. 솔직히 왜 박장대소를 하고 쓰러졌는지 나중에야 알았답니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하는 말...

"누가 당신 홀라당 벗긴데? 혼자서 오바하고 그러네..웃겨서 말도 안 나온다...ㅎㅎ"

이어지는 아내의 설명. 그리고 뻘쭘한 나의 표정.

나이 지긋하게 들어서야 처음 받아보는 내시경 검사 때문에 아내에겐 평생 잊혀 지지 않는 웃음거리를 선사한 셈이네요. 아니 이제는 만천하에 공개한 셈인가요.ㅋ

추천도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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