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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총명한 아이를 바보로 만들어버린 엄마의 한마디

by 광제 2011.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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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식품에 대한 유통기한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믿을 수 있는 브랜드의 대형마트든지, 조그마한 구멍가게든지 어떤 형태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 잘못 먹으면 병원신세까지 져야하는 신선제품인 경우에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더군요.

진열장에서 물건을 깨내들 때부터 유통기한을 살피곤 했는데, 잠깐 딴 생각을 했었나봅니다. 이틀 전, 잘 가는 마트에서 팩으로 된 신선제품을 구입하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입니다.

문득 생각난 유통기한, 이미 계산을 완료한 제품이었지만 살펴봐야겠다 싶어 구입한 물건을 카트에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까마귀고기를 삶아먹었는지 갑자기 오늘의 날짜가 생각이 나질 않는 겁니다. 왜 이럴 때는 항상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지 모르겠네요. 자신의 휴대폰이라도 꺼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을 말입니다. 고기 팩을 손에 들고는 아내에게 물었답니다.

"오늘이 며칠이지??"

고기 팩이 유통기한을 넘겼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오늘 날짜를 물어본 것. 하지만 아내조차도 갑자기 물어본 질문에 눈동자를 치켜 올리며 기억을 떠올려 보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눈치입니다. 거참, 부부는 닮는다더니 기억력도 닮아가는군요.

"잠깐만......."

생각이 나지 않자 곧바로 핸드백 열어젖히는 아내. 누가 보더라도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하려는 행동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

"아저씨~! 26일인데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제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었습니다. 가만 보니 엄마와 함께 단둘이 쇼핑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인 것으로 보입니다. 딴에는 날짜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부부를 돕겠다고 나선 것이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타고 있었던 엘리베이터 안이지만 매우 조용했던 공간이라 어린아이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지요. 더군다나 살짝 미소를 띤 아이의 얼굴은 총명함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에 차 있었던 눈빛은 좁은 공간에서도 그 존재감이 발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총명한 눈빛에 해맑은 웃음을 띠고 있는 아이었고, 잊고 있었던 날짜를 알려줬다는 고마움보다는 자신감 넘치는 행동이 참 마음에 들었던 아이었습니다.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로는 왠지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여유까지 보여줍니다.


그런데 총명했던 이 아이에게 전혀 뜻밖의 상황이 연출된 것은 바로 이때였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자동차가 있는 방향으로 서로 흩어지는 찰나, 이 아이의 엄마가 내뱉은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황당했기 때문입니다.

"이 바보 같은 놈아! 낯선 사람과 얘기하지 말라고 한 거 까먹었어?"

뭔 소린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점점 멀어지고 있는 엄마와 아이. 하지만 걸어가면서도 계속해서 아이를 추궁하는 모습입니다. 조금 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있었던 그 일 때문이란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쫓아가 말리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남의 가정사라 함부로 끼어들 문제는 아니라고 보여 지더군요.  

엘리베이터에서 아이와 오갔던 대화내용은 둘째 치고, 아이에게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필히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아이와 엄마에게 있었다고 짐작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차를 몰고 나오면서도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방식이 여간 염려스러운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갓 학교생활을 시작한 어린자식에게 ‘바보 같은 놈’이라니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총명하고 순수하게 보였던 아이의 행동이 엄마에게는 그저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니, 어떠한 사정이 있는지를 떠나 이런 방식의 대화라면 아이가 커 가는데 큰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추천도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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