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km의 걷기여행을 마친 다음 지친 몸을 이끌고 10여분에 한 번씩 지나가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시외버스에서 목을 좀 축인 후 머리를 뒤로 기댄 채 잠깐 졸았을 시간이었습니다.

운전기사 아저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버스 안에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 앉은 할머니 차비 안 낼 거 에요? 얼른 차비 내세요.'

좌석에 앉아 있는 한 할머니에게 하는 소리였습니다.

언제 버스에 올랐는지 잠깐 졸고 있는 사이에 한 마을에서 할머니 세분이 보따리를 하나씩 등에 짊어진 상태였고, 좌석에 앉으면서 짐을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시골에 갈 때면 늘 보던 모습이라 채소를 장에 내다팔고 돌아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이구나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까 오를 때 차비 냈는데, 뭔 소리여~ 그거하나 기억 못할까봐? 아까 차비 냈어~!'

정황을 보니, 기사 아저씨는 할머니를 가리키며 차비를 내라고 하는 상황이었고,

할머니는 차에 오를 때 이미 차비를 냈다고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세등등하게 차비 내라고 소리치던 기사 아저씨.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차비를 냈다고 하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였습니다.

'아~오를 때 차비 내셨어요? 네! 알았어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대답을 하던 기사 아저씨.
사실이 어떻든 간에 버스 안에 다른 승객들도 보고 있고 하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기 싫었던지 할머니가 차비를 낸 것으로 인정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버스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고 그 후 2~3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쿠~내 정신 봐라!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나..'

할머니가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기사아저씨에게로 가고 있습니다. 기사 아저씨에게 할머니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아이구 늙으면 죽어야지... 탈 때 차비를 낸 줄 알았는데, 호주머니에 보니 돈이 그대로 있네 그려~ 정말로 미안해 기사양반~'

순간, 차비를 지불하고 좌석으로 돌아와 앉는 할머니를 보고 있는데, 왜 당사자도 아닌 저의 얼굴이 화끈거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의 착각으로 낸 줄만 알고 있었던 차비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미 상황이 종료된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미 버스 안에 있는 승객들이나 기사아저씨 그리고 다른 할머니 까지도 모두가 차비는 지불된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자신을 속이지 못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꼬깃꼬깃 접어뒀던 차비를 지불하였습니다.

할머니에게는 보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팔다 남은 채소로 보여 집니다. 대부분의 시골의 할머니들은 집 뜰에 가꾸었던 채소를 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용돈을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물론 많지 않은 돈 이겠지요. 많아 봐야 1~2만원 벌자고 채소를 장만하고 장에다 내다팔려고 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오늘 할머니는 차비조차도 벌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데도 자신을 속이지는 못했습니다. 비록 불편한 몸의 자신일지라도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고생하는 기사 양반이 자식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리에 돌아와 앉은 할머니. 무슨 큰 죄 값을 치른 사람처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고 있었습니다. 기사아저씨는 룸미러를 통해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또 보기를 수차례, 이미 아저씨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합니다. 점점 각박해져가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세상이지만 이런 모습은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추천도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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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들면 저런 일도 가끔 일어납니다.
    저도 비슷한 일을 목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운전기사는 할머니에게 기어코 욕을 하고 난리를 첬었는데....

    2011.12.10 06:51 신고
  2.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직한 사람이 더 잘사는 우리였음합니다.

    잘 보고가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1.12.10 07:12 신고
  3. Favicon of https://marketing360.tistory.com BlogIcon 미스터브랜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구나 이렇게 관리 감독하지 않아도
    서로가 지킬 건 지켜 주는 믿음을 가져야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 같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2011.12.10 07:26 신고
  4. Favicon of http://centurm.tistory.com BlogIcon 연리지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머니와 운전기사님 같은분이 계셔서 세상이 살맛난다고 생각합니다.
    훈훈한 이야기가 제 마음도 따뜻하게 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12.10 08:27
  5. BlogIcon 벼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분 모두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신 분들입니다.
    모두가 냈다고 인정하는 것을 나중에 ,,,,아긍,,,저도 자신 없습니다...
    아직은 안 당해봐서요,,,

    2011.12.10 08:33
  6. Favicon of https://oks03.tistory.com BlogIcon 산들강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지요.
    할머니 오래동안 건강하게 사세요.

    2011.12.10 08:50 신고
  7. Favicon of https://slds2.tistory.com BlogIcon ★입질의 추억★  수정/삭제  댓글쓰기

    길거리에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가지고 나와 파시는 할머니들 종종 봅니다.
    주말에 그 분들 채소 좀 팔아주고 와야겠어요.
    더 싱싱하고 좋은데 말예요. 멋진 주말 되세요^

    2011.12.10 09:09 신고
  8. Favicon of http://landbank.tistory.com BlogIcon landbank  수정/삭제  댓글쓰기

    휴 잘보고 갑니다 ^^

    2011.12.10 09:12 신고
  9. Favicon of http://phjsunflower.tistory.com BlogIcon *꽃집아가씨*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머니가 그래도 양심적으로 내셨네요.
    그분은 내셨다고 하셨는데.. 주머니에 돈이 있는걸 확인하고
    차비를 넣으시고...
    할머니건강하세요~

    2011.12.10 09:14 신고
  10.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ah99 BlogIcon 주리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른척 눌러 앉았을 수도 있는데...
    그래선지 저도 조그만 행상을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더라구요.

    2011.12.10 10:29
  11. Favicon of http://donghun.kr BlogIcon 멀티라이프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세상을 바르게 살아오신 할머니신가 봅니다.
    글을 읽다보니 그냥 씨익하고 웃게 되네요 ㅎㅎ

    2011.12.10 11:06
  12. Favicon of http://blog.daum.net/cola1018 BlogIcon 바람될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지내시죠..?
    태백을 다녀오느라..ㅎㅎ
    오빠도 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2011.12.10 11:38
  13. Favicon of http://blog.daum.net/choch1004 BlogIcon 맛돌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사는 훈훈한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져옵니다.

    2011.12.10 14:23
  14. Favicon of https://bihea.tistory.com BlogIcon 은이엽이아빠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사아저씨가 언제 냈나고 하면서 싸우는 줄 알았습니다..ㅎ
    할머니의 양심적 행동이 아름답게 보이네요..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십시요..^^

    2011.12.10 16:17 신고
  15. Favicon of http://BLOG.DAUM.NET/524CO BlogIcon 봉황52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마음까지 훈훈해 집니다,,

    2011.12.11 01:15
  16. Favicon of https://borisu1004.tistory.com BlogIcon 누리나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할머니의 훈훈한 이야기에 미소가 절로 피어나는군요..^^

    2011.12.11 06: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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