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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카페

경미휴게소, 라면 한 가지 메뉴로 대박 터트린 맛집

by 광제 201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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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하나 먹으려고 30분 기다리는 건 보통

줄서서 라면 먹는 휴게소 같은 맛집, '경미휴게소'

며칠 전에 성산일출봉엘 다녀왔답니다.

하루전날, 육지 사는 지인과 통화중에 "내일은 애들 데리고 성산일출봉이나 다녀 올랍니다." 했더니 "성산일출봉이란 곳이 내키면 후딱 다녀올 수 있는 곳이로군요."라며 웃으시더군요. 듣고 보니 딴에는 그렇습니다. 남들에게는 아주 큰맘을 먹어야 다녀올 수 있는 곳이지요. 하지만 제주도에 산다는 이유로 이웃집에 놀러 다니듯 갈수 있다는 것, 소중한 것도 아주 가까이에 있다 보면 가끔은 잊고 사나 봅니다.

일출봉에서 내려온 시간이 마침 점심시간이었지요. 무얼 먹을까 고민 하다가 라면 얘기를 꺼냈더니 애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라면이라면 아주 환장을 합니다.^^ 아~ 어른인 저도 아직까지 라면만큼은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음식이기도합니다.

마침, 일출봉 근처에는 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집이 하나 있지요. 달리 말하면 라면 한 가지 메뉴로 대박을 터트린 곳이기도 합니다. 아주 독특하게 라면을 끓여내는 곳, 아주 오래전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동안 맛집으로 소문이 나는 바람에 어떻게 변했는지도 보고 싶고 한번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차량은 일출봉 주차장에 그대로 세워둔 채입니다. 광치기 해변 방향으로 내려서서 걸어 이동하면 불과 3분도 채 걸리지 않아 이집을 만날 수 있답니다. 간판이 없는 관계로 예전에는 두리번거려야 찾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그런지 다른 집과는 다르게 쉽게 눈에 띱니다.


얼핏 보면 시골의 마을버스 정류장과도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휴게소라는 낡은 간판이 은근 어울리네요.
점심때라 그런지 입구 쪽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입구 쪽에 설치된 수조안에는 제주도산 커다란 돌문어들이 가득 들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 문어들은 이집에서 가장 중요한 요리 재료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문어라면을 널리 알려진 해물라면, 거기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재료로 쓰입니다.

가뜩이나 비좁은 실내의 테이블은 사람들로 이미 꽉 들어찬 모습입니다.
슬쩍 눈치를 살펴보니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아직 요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꽤 오래 기다려야할 것 같은 예감. 이때 주인아주머니 왈, 삶은 문어를 먹을 사람은 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수조에서 놀고 있는 문어를 보니 급땡깁니다. 문어 하나를 삶아내는데 2만원이라고 합니다. 라면만 먹고는 왠지 허전할 것 같아 문어 한마리 삶아 달라고 하였지요.

"훌근걸로줍써예"

사투리로 힘껏 외쳤습니다.해녀 아주머니들에게 제주사투리는 친근감을 표시하는 최고의 무기입니다. 힐끗 쳐다보는 주인아주머니,

"조꾸띠서와꾸나"라며 살짝 미소를 보이시고는 힘차고 큼지막한 녀석으로 하나 건져 올립니다.

이게 2만 원짜리 문어입니다.


문어를 삶는 사이, 실내를 슬쩍 살펴봤습니다.
사람들로 꽉 들어찬 실내, 이제는 너무 소문이 많이 난 것 같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끼니때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테이블은 오래전에 왔던 그대로입니다. 애들까지 낑기고 앉아봐야 20명이 가까스로 앉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춥지 않은 계절 사람들이 많을 때는 건물 뒤편에 마련된 평상에서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할머니 한분으로도 손님을 감당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세분이서 쉴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여도 밀려드는 매우 버거워 보입니다. 모든 요리와 해산물 손질까지도 가정집 부엌 같은 이곳에서 이뤄집니다.    


벽에는 낙서와 방명록으로 가득합니다.
흔적을 남기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개방을 해 놓은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며칠 전에는 개그맨 이홍렬씨가 맛집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 제작 차 다녀갔다고 합니다. 이홍렬씨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나요? TV를 잘 안 봐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재지는 못했는데, 나중에 사진에 찍힌 시간을 보니 정확히 30분을 기다렸더군요. 기다림 끝에 나온 자리, 곧이어 미리 주문한 삶은 문어가 나옵니다. 커다란 문어가 접시 하나에 들어 있습니다.



응?? 근데 수조에서 꺼낼 때 보다는 얼추 줄어든 느낌?
라면에 놓을라고 슬쩍 하셨나??ㅋㅋ



해녀 분들은 문어를 삶아내는 재주가 탁월합니다. 아주 부드럽고 냄새도 좋습니다. 문어는 초장에 찍어먹는 것 보다 참기름장에 찍어 먹어야 더 고소하다고 합니다. 참고하세요^^ 실제로 이곳에서는 참기름장이 같이 나옵니다.


삶은 문어를 채 먹기도 전에 라면이 나왔습니다.
삶은 문어도 있고 해서 적당히 시킨겁니다. 라면 세 개를 끓인 겁니다. 요건 한 개에 5천원을 받습니다. 얼핏 비싸 보이지만 양은냄비 안에 들어 있는 해물을 보고나면 그닥 비싼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냄비의 크기한번 보세요.
라면 세 개를 끓였다고는 하지만 해물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양이 장난 아니거든요.


오징어처럼 보이지만 문어입니다.
문어가 많이 들어있어 사람들은 이 라면을 문어 라면이라 부릅니다. 문어 외에도 바지락도 잔뜩 들어있습니다.


애들에게 배급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 할당된 라면, 라면의 면발보다는 해물이 더 많이 보입니다.

님들 그거 아세요?
라면 끓일 때 해물을 곁들이면 잘 퍼지지 않는다는 거...
특히 오징어 먹물은 아주 대박! 그래서 그런지 면발이 아주 쫄깃합니다.


국물은 따로 설명을 안 해도 알겠지요?
해물로 국물 맛을 냈으니 시원한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요리비법은 따로 없는 것 같더군요. 누구라도 이정도의 해물을 넣고 끓인다면 비슷한 맛은 낼 수 있겠다는 거...응?? 비법이 있다고요? 설마요...


국물이 좀 남았기에 밥도 한 공기 시켜 말아먹었습니다.
공기밥은 서비스입니다. 대신에 남기지는 말랍니다... 허리띠 풀고 다 먹었습니다^^


이곳 해물라면은 끝물이 대박입니다.
라면만 건져 먹다 보면 냄비바닥에 깔려있는 바지락의 실체를 잘 모르게 됩니다. 바지락 까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끼니때 찾아가면 30~40분 기다릴 각오하시구요. 여행객들 입장에서는 자주갈 수 없는 성산일출봉입니다. 지나는 길에 슬쩍 들러 독특한 문어라면의 시원한 맛도 경험해 보세요. 
일인분 5천원, 문어 2만원.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45-4, 전화 064-782-2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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