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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30년 만에 만난 친구, 밥 산다기에 따라갔더니

by 광제 201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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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났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처음 봤으니 약 30년 만에 얼굴을 본 것입니다. 경황이 없던 차에 가까스로 서로를 알아봐, 대충 인사만 나누고는 나중에 다시 만나자며 연락처만 주고받고 헤어졌지요.

중학교시절이라면 당시에는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생각해보면 코흘리게나 다름없지요. 어린 시절 소꿉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으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지요. 처음에는 못 알아 볼 정도로 얼굴이 달라져 있었지만 사람의 얼굴이란 게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모습이 그대로 묻어난다는 게 정말 신기하더군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집에 돌아와 당시 앨범을 들춰보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으면 만난 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전화기를 붙들고 여자들처럼 수다를 떨기도 하였습니다. 대부분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이었지요. 이 녀석,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서울에 있는 대그룹에 다니고 있더군요. 시골 조그마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엘리트였습니다.

이 친구와 아주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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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만났으니 그냥 있을 수 없었지요. 녀석이 밥을 산다며 시간 내라 하기에 만난 지 3일 만에 시내의 근사한 횟집으로 향했지요. 돈도 많이 벌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사준다고 하더군요. 잘나가는 친구 덕에 오랜만에 대접 좀 받게 생긴 것입니다.



이렇게 소꿉친구와의 30년만의 만찬은 시작되었고,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들로 시간 가는 줄이 몰랐습니다. 역시 엘리트는 살아온 과정부터가 화려함 일색이더군요. 대부분의 시간을 녀석의 드라마 같은 일대기를 듣다보니 다 흘러간듯합니다. 잠시 후면 벌어질 기막힌 신경전도 예상 못하고 말입니다.

자리에서 일어서야할 시간이었지요. 계산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리에서 먼저 일어서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이지요.  그런데 일어서자고 말은 하면서도 녀석이 일어서질 않는 겁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지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에 신경전 벌일게 아니라, 까짓 밥 값 얼마나 나온다고, 내가 계산하고 말자고요. 그런데 한편으로 밥을 산다고 말한 친구의 성의를 무시해버려 자칫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을까 염려도 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시간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하여 쓸데없이 전화기만 만지작거리는 녀석. 소리를 질렀지요.

"얌마! 가자며...얼른 일어서라."

"어? 어! 그래 가자~"

그때서야 어렵게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더니 이 녀석, 가야할 카운터로는 가지 않고 미니자판기로 향합니다. 커피를 뽑고 나서 계산을 하려나보다 했지요. 그런데 오산이었습니다. 생전 자판기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고, 커피 한잔 뽑으면서 기다리는 사람의 진을 빼놓는 것이었습니다.

이정도 되면 녀석의 의도가 완전 드러난 셈입니다. 본의 아니게 그런 의도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 오히려 낯 뜨겁더군요. 더 이상은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묵묵히 지갑을 열었습니다.



둘이서 생선회로 배를 채웠는데도 공교롭게 딱 5만 원이 나왔더군요. 제가 카드로 긁었습니다. 자판기와 씨름 중이던 친구, 계산하는 걸 흘낏 쳐다보더니, 그때서야 "야야 관둬 내가 계산할거야." "--;;" 뒤늦게 자기가 계산한다고 소리를 질러보지만 이미 계산은 마친 뒤였다는 것....어쩌라구..

옛말에 서울사람 깍쟁이라는 말이 있지만 촌사람도 서울 가서 오래 살면 이렇게 깍쟁이가 되는 가 봅니다. 그렇게 돈이 아깝다면 처음부터 밥 한 끼 사라고 하든가, 자기가 산다고 큰소리 뻥뻥 쳐 놓고 결정적일 때 살짝 빠지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친구 없지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할 이런 친구는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늘은 이런 얌체족을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더군요. 식당에 들어가면서 도로 옆에 주차해뒀던 녀석의 차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때마침 녀석의 휴대폰에 날라 온 건, 견인조치 문자메시지!!!!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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