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대로 배워 놓고 왜 친구탓 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미안

저의 어린시절은 담배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릴때부터 담배를 피웠냐구요? 아닙니다. 아버지께서 애연가셨습니다. 아버지니까 좋게 말해 애연가라 얘기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불우한 가정이었던 저희집은 요즘처럼 담배를 보루로 사다 놓고 피우는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담배가 떨어지기 몇 개피 전에 아들녀석인 저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시곤했죠. 거의 하루에 한번은 담배 심부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담배 살 형편이 안되는 날에는 피웠던 꽁초를 모아 말아서 피우던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이러한 담배 심부름은 비단 저 혼자가 아닌 저희 삼형제에게 주어진 평소의 의무(?)와도 같았습니다.


어린시절의 담배 심부름 얘기를 서두로 잡다 보니 시작이 별로 유쾌하지 못합니다. 누군다나 어린시절에는 한번쯤은 다짐해 봤음직한 얘긴데요. 늘상 담배 심부름을 하다보면 어른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하여 이해를 못하고는 ‘내가 어른이 되면 절대로 담배 같은 것은 손도 대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담배’라는 단어가 입에 오르내릴때 마다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시절에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음에도 그 다짐은 점점 몸집이 커가면서 희미하게 저 산너머로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담배를 피웠던 때는 고등학교 3학년때였습니다. 처음 담배를 입에 물었던 나름대로의 이유는 바로 따돌림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론 고등학교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중에는 가장 늦게 담배를 배운게 아마도 제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담배는 호기심을 떠나 멋과 남자다움의 상징이었읍니다. 이부분 다른분들께서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시절에 친구들과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시간과 장소의 여유가 조금만 있으면 의례히 담배를 피워 물던 친구들, 그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담배를 안피우는 저는 어느 순간 멋을 모르는 친구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주변 환경은 어린시절의 다짐을 무의미 하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어느덧 머릿속에는 어느친구든 한녀석이 담배를 권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잡더란 얘기죠. 결국 한녀석이 연기 들여 마시는 법을 알려 주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저 또한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남자스러움을 갖춘 멋진 녀석이 되어 가고 있었던거죠. 그런데 문제는 담배를 처음 물었던 그때부터 수십년동안 제 기억속에의 담배를 피게된 원인제공자는 그 친구가 되어 버렸다는것입니다. 그친구가 아니었으면 담배를 피웠을지, 안피웠을지 모를일이지만 어찌되었건 그녀석 때문에 담배를 피우게 됐다는 비겁한 이유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는겁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참으로 철부지 짓이었구나 생각 하지만 당시로서도 사고의 능력이 전혀 없는 어린애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담배에 대한 폐혜를 전혀 생각해 볼 수 없는 연령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시작된 흡연생활, 수십년동안 한 시도 떨어져선 살 수 없는 벗으로 지내온 담배, 2007년 7월27일(2자와 7자만 들어있어 잊혀지지 않음)을 끝으로 완전히 떠나 보낸 담배, 금연한지 1년을 훌쩍 넘겨 버린 지금, 그동안 왜 그렇게 끊지 못해 두려워했는지 담배를 안피워 너무 행복한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됩니다.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 금연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금연보조제의 도움을 받는다? 세간에 떠도는 금연관련 내용들 아무 소용 없습니다. 두려움이 가장 문제입니다. 다수의 흡연가들은 두려움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끊어 보고 안되면 다시 피자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되고, 이제부터 안핀다는 마음으로 정확히 일주일만 견뎌 보시기바랍니다. 술자리나 또는 스트레스 받으니 피게 되더라? 이 경우는 ‘여차하면 피워야지’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금연하시려는 많은 애연가 여러분, 안피면 됩니다. 너무 쉽습니다. 수십년간 담배의 노예에서 해방되시기를 바랍니다. 전혀 다른, 활력 있는 생활을 하실 수 있습니다. 아..참 담배 처음 권했던 친구, 지금 담배 끊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구 불끄러 다니는 소방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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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ceflower.tistory.com BlogIcon 활의노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방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나 ㅋㅋㅋㅋㅋㅋㅋ 잘봤습니다 ^^;

    저도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잘 안되더군요. 그래요, 그냥 '안피면' 되는건데 그렇게 힘들다니. ㅠㅠ

    2008.11.23 17:35
  2. 클라우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대만에 와 있는 교한학생입니다.
    오기전에 인천공항면세점에서 담배를 2보루 사와서 다 피웠다죠
    근데 거의 다 피워갈 무렵 환율폭탄을 맞아서 억지로 끊었습니다.
    지금 약 2달가까이 되어가는데요
    아직도 그립고 두렵습니다.
    님 벌써 1년이 되셨다니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전 아직 어리니까 더 노력해서 힘내보겠습니다.
    힘들긴 힘드네요 하하
    재밌게 잘 읽었습니ㅏ

    2008.11.23 17:49
  3. Favicon of http://maasa.cafe24.com/tt BlogIcon 마아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담배를 군대있을때 피웠었죠. 이등병때 부대분위기가 담배를 안 필 수 없는 분위기였고, 담배 안 핀다고 일부러 입에다가 담배 물리고 그랬던 곳이라...... 나중에 부대가 개편되어서, 옮긴 뒤에는 그런 게 없었지만, 그때 워낙 당해서 그런지 하루에 두 갑씩 피고 그랬다가, 전역후 한 달 뒤에 바로 끊었어요. 달랑 2년밖에 안 피웠는데도, 금단증상이 거의 4-5개월은 간 것 같더군요. 요즘은 금연분위기라 형님도 담배를 끊었다는데 형님도 나름 꽤 길게 참고 계신 걸 보면, 저희집안이 어지간히 독한 집안인가 봅니다 ^^
    아, 저는 이제 담배 끊은지 9년 되었어요.

    2008.11.23 23:11
  4.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수정/삭제  댓글쓰기

    흡연에 대한 이야기 발 보고 갑니다.
    새로운 한주를 즐겁게 보내세요

    2008.11.24 0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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