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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카페

밥 먹으러 갔다가 코미디 듣고 나온 황당 맛집

by 광제 201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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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만큼 실망도 컷 던 대표적인 맛집

소문난 맛집이라고 해서 기껏 찾아갔지만 실망만 안고 돌아서는 경우가 더러 있지요. 인터넷이 발달하다보니 과장되어 알려진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입맛이라는 것이 딱히 이것이 정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지인이 내려와 우도를 여행 중에 들렀던 맛집이 대표적인 경우였습니다. 우도라는 곳이 섬 지역이다 보니, 끼니를 때울만한 곳이 몇 곳 되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방문하는 여행객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지요. 따라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 일행이 갔던 곳도 우도에서는 아주 이름난 맛집 중 한곳인 로뎀가든이라는 곳입니다. 더욱이 이곳에 가면 주 메뉴는 아랑곳없고 먹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볶음밥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한라산 화산분출과 백록담을 주제로 하여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라산볶음밥이 그것입니다. 기발한 상업적인 전략이 먹혀든 것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맛은 어떨까. 앞서 말했듯이 맛이란 것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이 곳만큼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곳 중에 한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맛있는 집이니 가보라고 추천하기에는 어딘가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이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위에 보이는 커다란 액자입니다.
볶음밥을 만드는 요령을 차례대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액자인데, 이것이 바로 앞서 말한 한라산 볶음밥입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이 이집에 처음 들어 왔다면 이집의 대표메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겠더군요. 하지만 이 요리는 메인요리가 아닌 주물럭을 먹고 난 뒤 팬에 남아있는 양념에 밥을 넣어 볶은 후식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밑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집에서 취급하는 메뉴입니다.
우도라는 곳이 섬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주로 해산물을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요리라고는 하지만 우도현지에서 공급할리는 만무, 주요 재료들 대부분은 제주도 본섬에서 공수를 하는 까닭이겠지요. 또한 한눈에 봐도 이 집의 대표 메뉴는 한치주물럭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문한 한치주물럭 4인분입니다.
4인분 치고는 양이 좀 적은 것 같지만 지리적 여건을 아니 탓할 수는 없는 겁니다. 맛이 좋으면 이 정도는 용서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쥬얼은 나름 근사해보입니다.
식감을 돋우는 고추장 양념에 갖은 야채들이 듬뿍 들어있는 모습입니다. 양념에 버무려진 것을 제외하고도 부추와 새송이 버섯, 파프리카에 떡국도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에 가장 많이 띠어야 할 한치가 보이질 않습니다. 처음에는 아래쪽에 깔려 있겠거니 했습니다.  


주물럭을 볶는 과정도 손수 쥔장께서 해주십니다.
이 과정에서 아래쪽에 깔려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한치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군요. 기대만큼 양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소량의 한치에 대부분의 재료를 야채로 이뤄진 한치주물럭, 맛은 어떨까요.


처음에는 나의 입맛이 잘못된 줄 알았습니다.
먹음직스런 색감에 처음부터 너무 기대한 탓일까요. 차라리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 낫겠다고 느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같이 간 분들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가정집에서 오징어와 야채를 사다가 볶아도 이정도의 맛은 낼 수가 있겠다는 겁니다.



한치주물럭에서 실망했다면 곧이어 만들어지는 한라산볶음밥은 기분을 전환하는 데는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이 또한 쥔장께서 직접 요리를 해줍니다. 적당히 남겨놓은 주물럭 양념에 공기밥과 김가루를 비롯한 갖은 양념을 넣고 볶아주는데, 만드는 과정에 있어 한라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엮어 손님들의 눈과 귀를 한곳으로 집중시키게 한다는 것입니다.



볶음밥을 만들면서 쉼 없이 이어지는 한라산 스토리에 지켜보던 손님들은 박장대소를 합니다. 손님들의 호응에 힘을 얻은 쥔장께서도 주물럭을 볶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집중을 하는 모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봤더라면 어느 것이 주 메뉴인지 쉽게 분간할 수 없었을 겁니다.



볶음밥을 봉긋하게 모아 놓아 한라산을 형상화하고 수저로 가운데 부분을 눌러 백록담을 만들어 놓았으며 저어둔 계란을 백록담에 부어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재밌는 것은 분출되어 제주전역을 덮은 용암위에 치즈 조각을 뿌려 제주도의 수많은 오름 형성 과정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볶음밥 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는 기발한 아이디어, 정말 대단하더군요. 



오름을 특징을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제주전역에 분포된 오름의 이름을 나열하는 부분은 볶음밥 요리 중에서 가장 압권, 제주도를 여행 중인 손님들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제주도의 유래도 들을 수 있으니 무엇보다도 즐거운 시간이었겠지요.



하지만 물이 없는 백록담을 가리켜 접시 백록담이라고 부른다는 근거조차도 찾을 수 없는 얘기는 조금 자제를 해야 할 듯하더군요. 밥 먹으로 왔다가 코미디만 듣고 간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이쯤에서 한라산 볶음밥의 맛이 궁금하지요?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단하다거나 독특한 맛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달짝지근한 고추장 영념에 고소한 김가루를 뿌린 후 마지막에 담백한 계란과 치즈로 마무리를 하였으니, 이런 맛이 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평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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