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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15년주부를 감동시킨 초보 주부의 한 마디

by 광제 201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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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초보 주부가 천기저귀를 고집하는 이유

방안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얼마 전이었습니다.

아내가 뭔지도 모르는 물건을 낑낑 거리며 들고는 현관으로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없는 줄 알았던 남편이 집안에 있는 것을 보고는 희색이 만연합니다.
잘됐다 싶은 거지요. 구경만 하지 말고 좀 도와달랍니다.

"뭔데 그래?"

아내가 거실바닥에 펼쳐놓은 물건, 가만 보니 하얀 천이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적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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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듣고 이거나 얼른 잡아줘! 수선 집 문 닫기 전에 끝내야 돼 거든..."

하얀 천을 펼쳐 놓고는 똑 같은 크기로 재단을 해야 하니 맞은편에 서서 잡아 달라는 것, 그리고는 가지런히 포개진 천을 싹둑싹둑 가위질로 잘라내기 시작합니다. 영문도 모른 채 거들어 달라니까 잡는 시늉하고 있는데, 아내가 먼저 입을 열더군요. 

"기특하지 않어?"

"누가??"

"은진이 말야...."

"은진이라면???"

올 초에 결혼한 조카며느리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다건너 여수에서 제주도로 시집을 온, 이제 겨우 23살 밖에 되지 않는 새댁입니다. 시내 멀지 않은 곳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는데,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지요. 

그랬던 조카며느리가 아기를 낳으면 사용할 기저귀를 천으로 된 것을 쓰고 싶다고 해서 수소문 끝에 어디선가 천을 구해온 것이었습니다.



아내 또한 첫애를 가졌을 때 천으로 된 기저귀를 썼었지요. 낭비가 심한 일회용기저귀 보다는 빨면서 쓸 수 있는 천기저귀가 엄청난 비용절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세탁기로 돌린다고는 하지만 널어 말리고 정리하는 것은 물론, 시시때때로 갈아줘야 하기 때문에 빨랫감이 쉴 틈 없이 쏟아지지요. 애를 낳고 몸조리를 해야 하는 몸으로선 여간 힘든 게 아니었지요. 잠깐 동안이나마 써본 경험이 있는 아내로서는 극구 말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천기저귀만을 한사코 고집하는 새댁, 비용절감이니, 환경보호니 하는 그럴싸한 이유는 제쳐놓고 아내가 감동을 받을만한 이유가 있었답니다.


결혼해서 아기를 낳으면 기저귀만큼은 꼭 천기저귀를 쓰겠노라 했답니다. 얼룩진 기저귀를 빨아 널고 하얗게 마른 기저귀를 다시 정성스럽게 정돈해 놓는 모습을 일종의 엄마의 로망 정도로 여기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천기저귀를 손질하는 것이 당장은 힘들고 귀찮을지라도 엄마가 아기를 위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본 것이지요.

이제 갓 23살 밖에 안 된 어린 새댁의 생각을 들은 아내, 비록 써보다가 힘들어서 일회용기저귀로 갈아타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기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모정이 너무 기특하고 애틋하여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기어코 기저귀로 사용할 천을 구해온 것이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재단을 하고는 바리바리 챙겨들고 뛰어나가는 아내, 문을 닫아버릴지 모르는 수선 집으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가장자리를 돌아가면서 박음질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지요.

며칠 전에는 조카며느리가 예쁜 공주님을 낳았습니다. 천기저귀를 정성스럽게 갈아주는 모습, 직접 보지는 생각만 해도 애틋해 보입니다. 마음이 참으로 고운 조카며느리, 그리고 손주뻘 되는 아기공주님, 뽀송뽀송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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