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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바가지 온상이라는 여름피서지, 뜻밖의 진실

by 광제 201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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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피서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한철장사, 바가지 상혼 등입니다. 전국의 계곡이나 해수욕장 할 것 없이 몰려드는 피서객들을 상대로 불법적인 상행위를 저질러온 것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러한 불법행위는 초기 보다는 피서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욱 심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피서철을 틈타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일부 비양심적인 업소 때문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전국의 유명한 피서지에서 벌어지는 불법 상행위들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 중심에는 항상 제주도가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면서도 여름철 대표 피서지로 인식되는 해수욕장의 분위기가 대부분 이국적인데다, 가까운 곳 보다는 먼 곳을 선호하는 피서객들의 심리에 따른 인기도, 특히 섬 지방이라 다른 곳에 비해 바가지 상혼이 심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반영 되는 것 같습니다.

툭 하면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있지요. '바가지의 온상, 제주도에 갈 거면 차라리 동남아로 간다.' 말입니다. 예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말이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관광객이다 싶으면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 수년전만 해도 일부관광지에 가면 간혹 볼 수 있는 광경이었지요.

전국의 유명한 관광지나 피서지, 사실 바가지 상혼은 어딜 가나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제주도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다 보니 늘 대표적으로 뭇매를 맞는 곳은 항상 제주도입니다.

여름 피서철이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제주도의 피서지, 과연 사람들이 인식을 하는 것처럼 바가지의 온상이라는 것이 사실일까. 언젠가 기회가 되면 피서객의 입장에서 체험을 하며 그 실태를 직접 조사해 보고 싶었는데, 마침 지난 주말에 시간을 낼 수가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와 어린조카, 이렇게 네 명이서 아침에 집을 나섰습니다. 피서를 가면서 챙긴 짐이라곤 수건 몇 장과 갈아있을 옷가지, 그리고 자외선에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챙긴 선크림이 전부였습니다. 실제로 바가지가 극성을 부리더라도 그 실태도 알아볼 겸, 철저하게 피서객의 입장에서 놀다가 오려고 계획을 했기 때문입니다. 부족하면 곤란할 수 있기에 현찰을 넉넉하게 챙겼습니다.



체험 장소로는 협재 해수욕장을 선택하였습니다. 제주도에 열 개가 넘는 해수욕장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독특한 풍경과 편리한 접근성 때문에 피서객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용객수로 따지면 중문 해수욕장에 이어 두 번째로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서 그만큼 바가지 상혼의 실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매해마다 협재 해수욕장을 한 번씩은 찾아 왔지만 준비물 없이 거의 빈손으로 찾아온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해에는 그늘막과 파라솔, 먹을 음식물까지 바리바리 챙겨들고 왔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해수욕장에 오면 하나에서 열까지 온통 바가지 일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거의 빈손으로 찾아온 제주도의 대표 피서지 협재 해수욕장, 과연 얼마나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 나갈지 너무 궁금합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말에 찾아온 협재 해수욕장, 과연 인기가 대단합니다. 얼핏 보면 주차장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해수욕장 앞 도로입니다. 도로가 막혀 차들이 엉켜있는 모습입니다.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이곳 협재 해수욕장으로 모인 듯합니다.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은 안내판입니다.
지난해에 이 안내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객행위는 직접 경험을 했었습니다. 호객행위는 선량한 피서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표적인 불법상행위이기도 합니다. 피서객들에게 읍소를 하며 이미지를 탈바꿈하려는 이곳 사람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합니다.

하지만 안내판에 글자 몇 자 적어놨다고 해서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요. 피서철을 대비하여 불법상행위를 근절하려는 행정기관의 단속에 따른 눈속임 정도로 보여 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직접 부딪혀 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피서객들이 가장 눈에 잘 띠는 곳에 설치된 피서용품 가격안내문입니다.
보기엔 저렴하게 보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파라솔만 보더라도 비록 5천원이라고 적혔다고는 하나 예전에는 웃돈을 요구하는 바람에 수만 원씩 지불해야 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아주 체계적으로 가격을 표시해 놓았다는 겁니다. 과연 이 가격대로 빌릴 수는 있는 건지 실제로 이용해보겠습니다.


안내판에 적힌 대로 파라솔에 돗자리를 포함하여 1만원을 지불하고 빌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돗자리를 갖고 왔을 경우에는 단돈 5천원만 지불하면 대형 파라솔을 시간제한 없이 하루 종일 이용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해수욕을 하면서 타고 놀 튜브를 빌려야했습니다.
대형보트는 1만원만 주면 역시 시간제한 없이 하루 종일 빌려서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보트는 태양광이 부담스러워 우리가족은 튜브를 빌리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탈 튜브는 대형으로 한 개 빌리는 데 5천원, 어린이용은 절반가격인 5천원에 두 개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시간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튜브를 빌리는데 총 1만원을 지출하였습니다. 이밖에도 튜브를 빌리면 탈의실과 물품보관 정도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더군요. 업소를 이용하지 않는 피서객도 튜브의 공기주입은 무료.




어느 해수욕장이나 파라솔을 설치하는 곳은 따로 분리가 되어 있는데, 이곳 역시 개인이 갖고 온 텐트나 그늘막, 파라솔 등을 설치하고자 한다면 따로 마련된 공간을 이용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파라솔 대여비용에 부담을 느껴 백사장과 조금 떨어진 개인 공간을 이용한 적도 있었지만 단돈 1만 원이라면 굳이 번거롭게 개인용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주도 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지요.
각 기관에서 무료로 운영되는 도서  대여 시스템입니다. 간혹 텐트 안이나 파라솔 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은데, 무료하게 그냥 있는 것 보단 책을 읽는 것 또한 괜찮아 보입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보니 배에서 신호가 옵니다. 해수욕을 할 때는 유난히 배가 고프지요. 아이들이 먹을 것을 사달라고 하여 근처에 있는 매점으로 향했습니다. 이 또한 처음부터 계획된 일로 집을 나올 때부터 생수를 비롯하여 일체의 먹을거리는 들고 나오질 않았습니다.


매점 앞에 설치 된 차림표와 가격을 살펴봤습니다.
역시 바닷가와 어울리는 다양한 차림표, 가격들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가격과는 조금씩 비싼 감은 없지 않더군요. 하지만 일부에서 보도된 것처럼 바가지다 할 정도로 과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더군요. 7~8천원이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1만 원선, 3천 원 하는 소주도 4천원, 보통 20~30%정도 올려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은 돈가스가 먹고 싶다고 하여 돈가스 두 개를 주문하고 국물이 필요했기에 따로 사발면 네 개를 주문하였습니다.


차림표에 적혀진 대로라면 이것이 바로 9천 원짜리 수제 돈가스입니다.
처음 주문할 때 설마 이곳에서 수제 돈가스를 팔까? 평범한 냉동돈가스를 대충 익혀 나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가격에 비해 양은 조금 적어 보이지만 나름 퀄리티가 있어 보이는 수제 돈가스입니다.


피서지 계절음식점 답지 않게 맛있는 돈가스였습니다.
고기도 두껍고 매우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시중에서 5천 원 정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조금 많이 받는다 싶었던 것이 사발면입니다.
사발면에 적힌 소비자 가격을 보니 1천5백 원, 하지만 이 제품을 이곳에서 2천5백 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물을 제공하고 비록 소량이지만 배추김치까지 제공을 받았으니 아주 비싸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었습니다.


0.5리터짜리 삼다수 2병을 이곳에서 구입했습니다.
이것은 제주도 일반 대형마트에 가면 300원 남짓이면 구입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동네의 구멍가게에서도 보통 500원하는 제품, 하지만 이곳에서는 천원을 받더군요.


해수욕을 다 마친 후 이용하는 샤워장,
샤워장 이용료는 어른인 경우 2천원, 청소년과 군인은 1천4백원, 아이들은 1천원을 받습니다. 우리가족 전체 이용료로 4천원을 지불하였습니다. 해수욕장 유명세에 비해 샤워장에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단점.

파라솔 대여 1만원, 튜브 대여 1만원, 생수포함 음식 값으로 3만원, 마지막 샤워장 이용료로 4천원을 지불하여 총 5만 4천원을 지출하였습니다. 우리가족 네 명이 제주도내 유명한 해수욕장에서 하루 종일 즐기면서 지출한 비용치고는 아주 저렴하단 느낌입니다. 비용 아끼려고 무겁게 짐 싸들고 갈 필요는 없겠다는 것이지요.

사람들에게 아주 쉽게 바가지의 온상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여름철 대표 피서지인 해수욕장, 그것도 제주도내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에서 직접 체험해본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행정기관의 계도도 있겠지만 업소들이 한층 성숙해졌다는 것,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도 좋은 이미지만 안고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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