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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멘붕 불러온 낚시꾼의 평상시 밥상

by 광제 201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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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서울에서 살다가 제주의 중산간 마을 귀농을 하여 살아가는 한 지인을 직접 찾아가 만난 적이 있었답니다.
때마침 저녁시간, 손님이 찾아왔다하여 나름 정성스럽게 차려낸 반찬들을 보니 대부분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들이었습니다.
육류는 물론 그 흔한 생선 한조각 없는 식탁,
나물이나 버섯 부추 등 농약한번 친 적 없는 천연재료에 된장이나 간장으로만 맛을 낸 반찬들이었으니 최고의 웰빙 식품이 따로 없었지요. 하지만 고기반찬에 익숙해져 있는 저로서는 며칠 동안 계속 먹으라면 솔직히 이렇게 먹고 살진 못 하겠더라구요.
지인의 입장에서야 뜻한바가 있어 스스로 산중에 머물며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입장이라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처해진 환경에 따라 식탁이 바뀌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업으로 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면 주로 생선이 식탁에 자주 오를 것이며,
바다가 없는 산 중에서 농사일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고구마나 감자 등이 식탁에 오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낚시꾼은 어떨까요.
가끔 재미삼아 바다로 떠나는 낚시꾼이라면 모를까,
일상의 상당 시간을 할애하여 낚시를 즐기는 전문 낚시꾼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이런 낚시꾼의 식탁은 어떨까 한번쯤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 ↓ ↓ ↓ ↓콕! 누르시면 더욱 재밌게 보실 수 있답니다^^
 

얼마 전, 제주도의 낚시환경이 너무나 부러웠던 탓에 두 달 간 낚시유학을 오신 한 낚시꾼이 있습니다.
날씨가 나쁘고 물때가 안 좋은 날은 빼고 거의 대부분의 일정을 낚시생활로 지내고 있는 분이지요.

마침 서귀포에 볼일이 있었던 터에 생각이 나 전화를 넣었더니 공교롭게도 이날도 서귀포의 외돌개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새벽 이른 시간부터 오후 늦게까지 한번 낚시가 시작되면 점심도 거르는 것도 불사하고 오로지 낚시에만 매달린다고 하더군요.
생활낚시, 낚시에 집중하다보면 밥 생각마저도 까맣게 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확한 얘기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침밥이라도 먹었으면 모를까,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낚시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끼니를 해결한다는데
낚시를 즐기지 않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다에서 소풍 기분 좀 내보려고 했습니다.
점심은 물론 아침까지 굶고 낚시 중인 낚시꾼부부의 배도 좀 채워줄 겸,
집에서 보온병에 끓는 물을 준비하고 시내에 들러 사발면과 김밥, 그리고 감귤 몇 개를 준비하고 외돌개로 찾아갔답니다.


절경을 자랑하는 외돌개 해안, 같은 색이라 잘 눈에 띠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커다란 돌기둥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외돌개이다.

낚시꾼이 세월을 낚는 곳은 외돌개에서도 험하기로 소문난 기차바위,
얼마 전, 처음 찾아갔다가 두 번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예기를 블로그를 통해 들었는데,
당시 출조가 너무 아쉬웠던 것일까요.

험한 지형을 갖고 있는 외돌개의 기차바위

전화통화를 하며 겨우 찾아간 곳의 지형을 보니 블로그를 통해 보았던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수직으로 떨어진 절벽으로 거의 암벽등반에 가까운 낚시터로 찾아가는 길은 정말 험한 곳이었습니다.

바위끝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부부

멀리 범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기막힌 풍경, 서귀포의 외돌개에서 낚시 삼매경에 빠진 부부낚시꾼,
바닷가로 놀러오면 싱싱한 횟감을 맛보게 해준다고 했는데, 과연 조과는 얼마나 올렸을까.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었지요.
갖고 간 도시락에 횟감을 곁들여 멋진 바닷가 점심을 머릿속으로 그렸는데......


수직절벽 암벽을 타고 들고 온 도시락 가방입니다.
뭐 정성스럽게 집에서 싼 도시락은 아니지만 이런 곳에서 먹는 음식, 가리지 않고 먹어도 꿀맛일 겁니다.


사발면에 필요한 뜨거운 물도 준비하고
서귀포 시내에서 유명한 오는정김밥에 들러 김밥도 네 줄 준비했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나름 푸짐한데요...

"밥먹고 합시다.!!"를 외치는 순간, 아주 힘찬 입질이 왔습니다.

왔다! 하고 소리를 지르며 파이팅에 들어가는 순간,
옆에서 낚시중인 어복부인이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바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

낚시줄을 감아주고, 상황에 따라 풀어주기도 하고,
힘 조절을 하며 버티는 물고기와 씨름을 하는 동작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내는 어복부인,
입질의추억님이 생생한 낚시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활처럼 휘어진 낚시대, 낚시대의 힘으로도 어쩌질 못하는 상황,
커다란 행동반경에 한동안 바들바들 떨던 낚시대,

결국은 팅! 하며 떨어져 나가는 대어,
긴장감을 늦추기 않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만 목줄이 끊어지며 놓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순간 터지는 탄식! 오늘은 그냥 사발면에 김밥이나 먹으라나 봅니다.

떨어져 나간 대어가 못내 아쉽습니다.
강한 너울파도 때문에 바위틈으로 피해 사발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는 모습이랍니다.

그리곤 바로 이틀 전이었습니다.
제주도로 낚시원정을 오면서 꼭 해보고 가겠다고 했던 추자도의 절명여 낚시를 떠났던 날이었지요.
아마 입질의추억님 입장에선 정말 고대하던 출조였을 겁니다.

제주본섬을 떠나 바닷길을 따라 약 1시간 20분 걸려야 도착하는 절명여는
낚시꾼들에게는 꿈의 포인트라는 얘길 많이 들었던 곳이기도 하지요.

절명여에서 낚시를 마치고 제주본섬으로 향하던 입질님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저녁식사에 원 없이 생선회를 맛보게 해준다고 7시까지 묵고 있는 펜션으로 오라더군요.
70cm급 부시리와 먹음직한 돌돔을 여러 마리 낚았으니 이정도면 꽤 근사한 저녁이 될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 저녁 초대 과연 이번에는 어떤 상차림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찾아간 펜션, 한창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지요.
어복부인님은 매운탕과 돌돔 구이를 주방에서 준비하고 있고 입질님은 베란다에서 잡아온 부시리와 돌돔회를 준비하고 있었답니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으로 만든 요리들을 모두 올려놓기에는 부쩍 작아 보이는 밥상,
밥상위에는 막 끓여진 매운탕과 생선회를 먹을 때 곁들일 양념장과 간장 등이 올려져 있답니다.

"가시에 살점이 붙어있질 않은 걸 보니, 이제 회 뜨는 솜씨가 좀 늘었네?"

얼핏 보기에도 가시만 앙상한 매운탕입니다.
그만큼 살점으로 대부분 도려냈다는 뜻이 됩니다.
초보 때에는 가시에 살점이 너무 많아 상대적으로 횟감이 부실했는데, 이제 점점 전문가 솜씨를 묻어난다는 뜻입니다.

생선회를 먹을 때 곁들일 양념장 만드는 일은 항상 신경이 쓰인다는 군요.
대부분 초고추장을 곁들이지만 생선회의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고추냉이(와사비) 간장과 된장이 안성마춤!
무엇보다도 양념을 잘 배합하여 직접 만들어낸 된장이 최고라는 겁니다.
지난번에는 설탕인줄 알고 소금을 듬뿍 넣었다가 실수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맛있는 양념장이 만들어졌답니다.  


프라이팬에서 익어가고 있는 돌돔구이,
최고의 횟감인 돌돔을 구이로 먹는다는 것이 조금 아깝기도 하지만, 많은 양이 잡힐 때 어쩔 수 없답니다.
더러는 횟감으로 먹고 더러는 이렇게 구이로도 먹어줘야 하는 것이지요.


펜션 베란다에 마련된 싱크대에서 한창 생선을 손질하고 있는 입질님, 지금 썰어내고 있는 생선은 돌돔이랍니다.


횟집에서나 보아오던 것과 비슷하게 무채고 갈아 넣고 그럴싸하게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돌돔회 접시,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넘어가지 않습니까?


펜션 룸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끌던 이것,
야생 열매와 꽃으로 보였는데요, 이게 왜 있을까 생각했는데.......과연 이것의 용도는.....


바로 회 접시 데코레이션용이랍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손질하고 썰어놓은 부시리회 접시에 깔아놓은 솜씨가 완전 전문가 수준이었는데,
여기에 야생화로 모양까지 낸다니 이거 오늘 제대로 대접받게 생겼는데요.. 


전문 횟집에서도 과연 이렇게 가지런히 회를 썰어낼 수 있을까요?
가정에서 이런 회접시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 정말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시리회와 야생화의 조합이 정말 환상입니다.


이것은 돌돔회에 얹어진 야생화


낚시꾼의 평상시 밥상

이번에 근사하게 차려진 밥상입니다.
같이 찾아간 아내의 입꼬리가 완전 귀에 걸렸습니다.
부시리회와 돌돔회, 그리고 돌돔구이, 회를 뜬 돌돔 머리와 가시로 푹 끓여낸 매운탕,

그런데 말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근사하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다른 반찬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냉장고에도 별다른 반찬이 없다는 사실....

냉장고에는 항상 잡아온 생선이 가득하기 때문에 따로 반찬 걱정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냥 밥통에 밥만 있으면 한상 근사하게 차려내는 것은 일도 아님,
오늘은 손님이 오는 관계로 약간 모양을 냈지만, 평상시 먹는 밥상이 딱 이 모습 그대로랍니다. 낚시꾼의 밥상이지요. 


고추냉이에 찍어낸 돌돔회입니다.
이 녀석 살점이 탄력이 좋아 씹는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요즘 제철인 방어나 부시리의 부드러운 살점과는 비교가 되질 않지요. 아주 쫄깃쫄깃합니다.


생선회에 한잔 안할 수 없지요.


살점이 얼마나 싱싱하고 고운지, 불빛에 비춰 눈으로 볼 때는 약간 무지개빛이 돌았는데,
사진에는 그걸 잡아내지 못하네요. 그만큼 싱싱하단 얘깁니다. 


생선회 못지않게 돌돔구이의 맛도 일품입니다.
생선이란 것이 원래 비릿내도 약간은 나는 것이 정상이지만 워낙 싱싱하다보니 고소한 향기밖에 나질 않습니다.


상추쌈을 먹는 회는 부시리 뱃살인데요, 이거 사각거리며 씹히는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이제 낚시꾼의 제주생활도 딱 일주일 남았네요.
날씨가 항상 변화무쌍한 탓에 원래의 계획대로 많은 시간 낚시로 보내진 못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제주생활이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잡아 온 물고기만 가득한 냉장고, 이번에도 냉동실을 탈탈 털어 찌개거리를 싸주시네요^^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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