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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5살짜리 아들녀석 데리고 체육관 간 사연

by 광제 2008.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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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어오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녀석이 태권도 3품 심사를 치르는 날이기도 합니다. 전날 야근을 하여 새벽 6시에 퇴근을 하다보니 아들녀석과 같이 심사장으로 가진 못하고 눈좀 붙이고 나서야 늦지 않게 부랴부랴 심사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매서운 아침바람을 보니 녀석의 몸이 굳어 버리진 않았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녀석은 엄마와 함께 일찌감치 도착하여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5년전, 5살의 어린녀석 손을 잡고 들어선 체육관

녀석의 아빠는 비교적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어린시절 그다지 유쾌한 시절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따돌림을 받는다 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 하고 무슨일이든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감 보다는 두려움을 먼저 생각하는 소극적인 삶을 오랜세월 살아왔습니다. 주변에서 이르길, 붕어빵 보다 더 닮았다는 녀석과 나, 녀석이 커 가면서 말 귀를 알아 듣고 의사 표현을 시작하면서 면면을 살펴보니 제 아들 맞더군요. 최소한 녀석에게 만큼은 소극적인 삶을 살아 온 아빠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강인한 정신을 바탕으로 매사에 적극적인 사고를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아빠가 녀석을 데리고 체육관의 문을 두드린 이유입니다.



처음 두 달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녀석

함성소리가 울려 퍼지는 체육관에 들어서니 이제 갓 5살이 된 녀석이 기겁을 하는건 당연했습니다. 녀석의 표정을 보아하니 잔뜩 겁을 먹은 동그란 눈동자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시작이 중요하니 일단 시작해 보자'고 체육관 관장과 상의를 끝내고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다음날부터 발생하였죠. 체육관 셔틀에 녀석을 태울 수가 없었습니다. 가기 싫다는거였죠. 하는 수 없이 직접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고 두 달간은 곁에서 수련과정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토록 하기 싫어 했던 태권도 수련, 첫 승급을 하여 노란띠를 받고 현관을 뛰어 들어오면서 소리치며 기뻐하던 때가 수련기간중 녀석이 가장 즐거워 하였던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랬던 녀석이 어느덧 3품 심사를 치르고 있습니다. 일찍이 수련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3품심사를 치르는 애들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덩치도 작습니다. 아빠가 맞은편에서 파이팅 하라고 손짓을 하는데도 얼굴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실내라고 하지만 차가운 실내공기에 점퍼를 껴 입은 모습에 긴장까지 더해지니 측은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긴 아빠도 긴장이 되는데 어린 당사자는 오죽할까요.



품새 추첨을 거쳐 태극8장 심사, 그리고 겨루기 까지 3분 남짓한 시간인데도 아빠의 손에는 땀이 흥건합니다. 얼굴이 상기되는 건 녀석이 아니고 아빠입니다. 심사를 끝내고 나니 녀석의 눈길을 보내오는 녀석에게 뛰어가 잘했다고 얼굴을 감싸보니 얼마나 긴장을 했었는지 뜨끈뜨끈합니다. ‘잘했어 아들, 많이 긴장했지?’ ‘아냐, 아빠 아무렇지도 않아. 너무 쉽다 아빠, 60점 이상만 받으면 합격이래~’ 녀석 다컸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아빠를 안심시키려고 합니다. 심사를 마친 녀석의 어깨를 감싸 안고 밖으로 나와보니 여전히 공기가 매섭습니다. 따끈한 오뎅국물이 먹고 싶다는 녀석에게 국물을 건네고는 종이컵에 담긴 오뎅국물로 건배를 하였습니다. 잘했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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