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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카페

제주도 맛집, 열흘 동안 고민하다가 말하는 진실

by 광제 201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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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맛집, 열흘 동안 고민하다가 말하는 진실

제주도 맛집이 관광지 식당으로 변해가는 이유

블로그를 통해 제주도 맛집을 소개해 오면서 가장 난감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개내용을 보고 맛집을 다녀온 분이 실망을 호소할 때입니다. 제주도에 살면서 그동안 가봤던 음식점들 중 남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만한 가치가 있으면 소신 있게 글을 써서 올리곤 하는데, 일부 맛집들이 초심을 잃어버리면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직접 블로그에 올려놓은 맛집들을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체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간혹 같은 방면으로 이동할 일이 있으면 간만에 들어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업체로부터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제주도 맛집을 소개하다보니 근황 또한 알 길이 없습니다.

돈(댓가)을 언급하는 이유는 제주도에는 많은 식당들로부터 돈을 받고 블로그에 소개 글을 써주는 블로그들이 상당수(아주 많은)있고, 이들은 수시로 업체를 현황을 체크하고 업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체계가 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제주도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가면 대부분이 실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처음부터 맛집도 아닌 것이 맛집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에는 자신 있게 남들에게 소개할만했던 맛집이 장사가 잘되고 손님이 늘어가면서 부터는 초심은 간데없고 배짱 영업으로 일관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며칠 전, 제주도의 싸고 맛있는 횟집의 실태를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아이엠피터님의 글이 비슷한 경우입니다. 보고 느낀 내용, 얘기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묻혀 두는 것이 옳은 것일까. 열흘 동안 고민하다가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얘기를 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장사를 시작할 때에는 찾아온 손님의 곪은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먹을거리를 대접해야겠다며 단 한사람의 손님이라도 반갑게 맞아줬었는데, 어느덧 소문이 나고 아는 이들이 많이 찾아주면서 부터는 손님들이 모두 돈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어서 이쯤 되면 기본적인 규칙과 도리마저도 망각하기 일쑤입니다.

-추천하던 맛집, 이제는 목록에서 지웠습니다.

제주도의 동부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하던 맛집이 있습니다. 본인 또한 끼니때에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으면 다른 곳은 제쳐두고 꼭 한번 들러 보던 맛집이었습니다.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처음부터 시행해오던 방식을 오래도록 고집하고 친척집에서 쉬어가듯 소박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정말로 매력적이었던 집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성산포에 조개잡이를 가다가 가족들과 함께 그곳을 찾아갔다가 눈을 씻고 둘러봐야할 정도로 바뀌어 버린 그곳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소박하고 정겨웠던 옛집은 사라지고 대궐처럼 으리으리한 최신식 건물이 그곳에 들어서 있었던 것입니다. 확장 증축을 한 것이었습니다. 인기가 좋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면 얼마든지 시설확충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돈이 벌리고 그 돈으로 건물을 크게 짓는 것을 무어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확충을 하기 전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손님들이 몰렸던 이집, 엄청나게 넓은 홀로 증축을 하고서도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손님들이 이렇게 몰린다면 과연 대박은 대박입니다. 때문에 우리가족은 주방 앞, 개방형 주방이라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 직원들이 서빙하는 과정을 낱낱이 볼 수 있는 곳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날 이후 저의 블로그에 소개했던 내용을 모두 삭제해버렸지만, 이 맛집에 대한 환상(?)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만든 것은 바로 요리과정이었습니다. 이집의 대표메뉴인 손칼국수, 반죽이야 미리 만들어 놔야 정상이겠지만, 이후의 과정은 면발의 쫄깃한 식감과 맛을 유지하기위해 손님들이 주문을 하고나서야 손으로 말아내고 요리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집에 들어서면 한눈에 들어왔던 안내문인 '조리시간 30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이 안내문은 예전에도 걸려있었고 지금도 커다랗게 걸려있었습니다. 그것도 손님들이 눈에 가장 잘 띠는 곳에 말입니다. 때문에 이집 손칼국수는 모두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대부분의 손님들이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손칼국수가 기계칼국수로 변해버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실상은 지금까지의 환상을 한꺼번에 깨트려 버렸습니다. 밀려드는 손님을 생각하면 쉴 새 없이 칼국수를 빚어내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주방장의 칼국수 빚어내는 손은 한가로웠던 것입니다. 음식을 주문해놓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자동국수제조기’, 그동안 손으로만 만들어내는 칼국수인줄 알았던....그래서 손칼국수인줄 알았던 이집의 칼국수가 바로 자동제조기로 만들어지는 국수였던 것입니다. 주문량에 비해 비교적 한가했던 주방장 모습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조리시간 30분이란 글자가 무색하게 기계에서 면을 뽑아내는 장면


이쯤에서 과연 언제부터 자동국수제조기를 사용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정말 순수하게 손으로 만들어 냈는데, 밀려드는 손님들을 감당해내기 어렵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국수제조기를 사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예전부터 사용을 해왔다면 모든 손님들이 감쪽같이 오해(?)를 했던 것이고, 지금에야 사용을 하는 것이라면 손칼국수라는 메뉴명을 빼고 그냥 칼국수라고 바꿔야 손님들의 혼란을 막고 정직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손으로 만드느냐, 기계로 만드느냐, 손님들에게 혼란을 야기 시키지 않고 맛의 차이만 없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집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돈으로만 보는구나하고 느끼게 된 장면이 눈앞에서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손님들이 먹는 생수는 수돗물

눈으로 보게 되어서 다행인지, 반대로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홀 쪽에서 손님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설치된 간이 싱크대, 이곳에서 싱크대 수도에서 직원들이 흐르는 물을 그대로 물병에 담아 손님들에게 제공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검증을 거친 생수를 제공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다면 정수기를 거친 생수를 받아 냉장고에 보관해뒀다가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대형(?) 식당에서 정수도 거치지 않은 수돗물을 그대로 손님들에게 마시라고 하고 있었다니 조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론 제주도의 수돗물이 깨끗하고 물맛이 좋아 그냥 먹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정수기를 거치는 것보다 차라리 그냥 수돗물을 먹는 것이 더 위생적일 수도 있고 실제로 많은 제주도민들은 과거에도 수돗물을 그냥 마셔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얘기이고 지금 제주도민들 중 흐르는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차라리 못 봤다면 모를까, 눈앞에서 보고도 그냥 모른 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손님들 또한 같은 광경을 봤다면 과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싱크대 앞에서 벌어진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조금 전, 물을 받았던 그 수도꼭지에서 이번에는 행주를 빨고 있는 광경을 보고 말았던 것입니다. 수돗물을 제공하는 거에 대해선 백번 양보하고 그냥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손님들을 이해시키는 부분은 업주의 몫이라도 쳐도 어떻게 손님들이 먹는 생수를 받았던 수도에서 행주를 빨 수 있는지, 이런 모습을 보고서는 도저히 물을 마실 수가 없더군요.


 


제주도맛집의 행태를 고발하면서 제주도 블로거인 아이엠피터님도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괸당문화가 발달하여 동네사람들이 식당을 이용하면서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그냥 눈감아주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동네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으면 장사를 할 수 없는 구조가 바로 동네의 맛집입니다.

하지만 동네맛집을 넘어 전국맛집으로 발전을 하게 되면 그동안 지켜왔던 마인드나 영업방식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행태를 보게 됩니다. 동네사람들이 와주지 않아도 더 많은 관광객이 쉴 새 없이 찾아주기 때문입니다. 2012년 제주도 관광객수 970여만 명, 하루 평균으로 잡아도 2만6천명이 넘습니다.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관광객들 덕에 한번 와본 손님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아도 식당 측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주도의 순수맛집들이 관광지 음식점으로 퇴색되어가는 진짜 이유입니다.

사필귀정, 음식점들이야 본인들이 스스로 만든 일이니 시간이 지날수록 소문에 꼬리를 물고 하나둘 손님들이 줄어도 할 말은 없겠지만, 이로 인해 제주도민들과 제주도 전체 관광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찌해야 할지 제주도민으로서 캄캄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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