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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화마가 앗아가 버린 한 가정의 꿈

by 광제 2008.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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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정의 행복을 이렇게 가져가 버릴 수도 있구나. 슬픔에 복받쳐 가슴이 미어지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행복을 잃어버린 한 가족의 슬픔을 달래 줄 수도 있겠다 싶어 자판위에 조용히 손을 올려놓습니다. 2년 전 인천에 살던 꿈 많은 젊은 부부의 한 가정이 제주도로 이사를 왔습니다. 회사일로 인하여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공기 좋고 인심 좋은 낭만의 섬 제주도는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젊은 부부의 열정을 쏟아 붓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서서히 익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최소한 3일전까지는 말입니다.


지난 15일 밤 11시께 화마가 덥쳐 행복한 꿈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젊은 부부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고요한 섬의 최대 화재거리로 등장하였습니다. 지방언론에 의해 스쳐 지나가는 사고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이야 이루 헤아릴 수 없었지만 그 사고 당사자인 젊은 부부와 초등학교 2학년인 자녀가 다름 이닌 평소 친하게 지냈던 이웃이다 라는 사실을 접하는 순간, 그리고 그 초등생 자녀가 바로 제 조카 녀석의 소꿉친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 젊은 부부의 평소 소박했던 꿈을 알고 있었기에 가슴 미어지는 슬픔은 더했습니다.


부인이 임신 5개월의 상태였기에 더욱 가슴 아파

 

이웃인 하씨 가족일행은 제주시 애월읍의 한 식당에서 오손 도손 고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거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 고기의 기름을 받쳐놓는 접시에서 조그마한 불씨가 생긴 것입니다. 불씨를 끄려고 기름에 물을 붓는 순간, 불붙은 기름이 이리저리 튕기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불길은 온 식당 안으로 번졌습니다. 남자들과 젊은 사람들은 식사 중에 닥친 화마에 너나 할 것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하씨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차가운 공기에 행여 임신 중인 아내의 몸이 춥기라고 할까봐 되도록 안쪽으로 앉혀 두었던 하씨, 임신 중이라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아내의 몸뚱아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불똥을 제거 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였으나 이미 탄력을 받은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임신 5개월의 사랑하는 아내는 전신에 화상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아내를 구하려고 했던 하씨는 얼굴과 상체 일부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긴급 후송이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찾아 온 엄청난 불행이었지만, 제 조카 녀석의 소꿉친구인 하씨의 자녀, 하군은 다행히도 밖에서 놀고 있을 때였으니 화마는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부부는 화상 정도가 너무 심각하여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까지 그 결과에 대한 소식은 접할 수 없으나, 행복을 꿈꾸려 했던 머나먼 타향에서 부부에게 닥친 엄청난 시련에 아픈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화마에 휩싸인 부모의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이제 초등 2년생인 자녀는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고 현장을 조용히 찾아가봤습니다. 15평 남짓한 조그마한 건물의 식당 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아니 전쟁터도 이러진 않을 겁니다. 완전 아수라장에 뭐 하나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없이 모조리 타버렸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집기들과 먹다 남은 음식들이 이리저리 널 부러져 있는 모습이 당시의 긴박하고 참혹했던 상황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몸으로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갑자기 덮치는 화마에 반사적으로 뛰쳐나가는 사람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하는 아내를 살리겠다고 필사적으로 혼신을 다한 하씨와 불길이 온몸을 감싸고 있을 때에도 뱃속의 아기를 감싸 안고 있었을 아내, 그리고 엄마, 아빠의 봉변에 큰 충격을 받았을 하군, 한 가정의 행복이 이렇게 허무러 지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쾌차를 하고 일어나 악몽을 떨쳐 버리고 예전에 소박하고 단란했던 행복한 가정을 다시 이룰 수 있기를 멀리 제주에서 간절히, 너무나도 간절히 두 손 모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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