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용천수에 장갑도 끼지 않고 빨래하시는 할머니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가끔 아주 오래전 어릴 적에 봐 왔던 모습들을 접할 때면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걷노라면 아주 가끔씩은 그 시절 그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향기 나는 모습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어릴 적에는 매일같이 접했던 마을 빨래터의 정겨운 풍경을 보니 새삼스레 옛 추억이 밀려옵니다. 수도가 없고 물이 귀했던 어린시절에는 모든 빨래를 바닷가에서 해결을 했습니다. 제주도에는 마을마다 바닷가에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곳을 개조하여 공동 빨래터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물론 빨래만이 아니고 바닷물에서 멱을 감고 몸을 헹구는 용도로도 사용을 하였죠.



어머니가 빨랫감을 고무다래에 넣고는 빨래터로 향하시며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들에게 신신당부를 합니다. 1시간 후에 빨래터로 오라고 말입니다. 당신이 들기 힘드니 아들 녀석의 힘을 빌어서라도 잔뜩 물을 먹어 무거워진 빨래를 들고 와야 하니까요. 자칫 노는 일에 열중하다 잊어버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부지깽이 세례를 면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 편의 추억으로만 기억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빨래비누 하나 제대로 없었고, 고무장갑 하나 귀했던 우리 어머니들은 꽁꽁 얼어붙은 용천수 표면을 바위로 깨트려야만 빨래가 가능했던 추운 겨울에도 맨손으로 빨래를 했었습니다. 부르트다 못해 갈라진 손등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밭일을 나가시고, 치료약이라곤 오직 한 가지, 집집마다 ‘안티푸라민’ 한개씩은 상비약으로 사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부르튼 손등에는 그만이었거든요. 참으로 오랜 세월 이렇게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살아오신 것만은 분명합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차가운 용천수가 흐르는 빨래터에서 장갑도 끼지 않고 빨래를 하고 계시는 할머니, 최소한 우리 어머니 세대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무장갑 하나 살 돈이 없어서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십 년 동안 맨손으로 험하게 살아오신 당신들만의 방식이요, 노하우가 아닐까 합니다. 자식들이나 며느리에게 맡기면 못미더워서 모든 일을 손수 하셨던 당신들, 앙상한 뼈마디가 보이는 갈라진 손등과 90도로 구부러진 허리, 그리고 유모차에 빨래를 싣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당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오신 그 고귀한 세월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빼어난 자연의 경치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환호성과 함께 찬사를 보내지만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선사 받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은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환경이지만 자연을 중심으로 살아 갈수 없듯이 사람은 사람 중심의, 깊숙한 사람 사는 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선사 받을 때 비로써 세상에 살아 있다는 인식을 하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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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봄날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하시네요 ^^
    울 할머니도 우물가에 앉자서 찬물로 발래 하셨는데....
    손도 느낌이 둔해 지는 걸까요?
    혈액순환도 않되어 더 시러울텐데요
    군에서 찬물로 발래할때 얼마나 손이 시러웠는지..지금도 찬물로 설겆이 할때
    난리 블루스를 추는데 ㅋㅋ

    2009.01.02 17:26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아무래도 많이 익숙해진것은 아닐까요..ㅎ
      오히려 고무장갑이 거추장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편한밤되세요..봄날님^^

      2009.01.02 19:14 신고
  2. Favicon of https://zoommastory.com BlogIcon 줌 마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추워보입니다.
    날도 추운데....
    보기에 마음이 짠하네요...

    2009.01.02 22:49 신고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저기 저 용천수는 엄청 차거든요..
      그나저나..제주 여행 오신다고 하셨는데..
      언제쯤 오시나요?

      2009.01.03 06:34 신고
    • Favicon of https://zoommastory.com BlogIcon 줌 마  수정/삭제

      명절에 갑니다...
      우린 명절 안 쉬거든요..^^
      늘 명절밖에 여유있는 시간이 안되어 그때 여행 잘 갑니다.

      2009.01.03 14:52 신고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아..그렇군요..
      부디 즐겁고..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멋진 포스트 많이 올려주시구요^^

      2009.01.03 14:56 신고
  3. Favicon of https://soon1991.tistory.com BlogIcon 오드리햅번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말 연시가 되면 일상이 더 바쁘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9.01.02 22:59 신고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에구..바쁘면 좋은거죠...ㅎ
      조금씩은 재충전도 하시고..쉬엄쉬엄 하세요..
      행복한 한 해 되시구요...늘 건강하십시요...^^

      2009.01.03 06:35 신고
  4. Favicon of http://blog.daum.net/kya921 BlogIcon 왕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손이다 시럽네요..ㅠ
    주말 잘 보내세요

    2009.01.03 12:20
  5. Favicon of http://prince386.mdtoday.iamdoctor.com/ BlogIcon 추생화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이 짠합니다...

    2009.01.03 13:38
  6. Favicon of http://blog.daum.net/boskim1 BlogIcon 털보아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머니 빨래하는 모습보면
    바라보는 사람이 더 춥겠습니다

    2009.01.03 14:46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그렇더라구요..
      따뜻한 모습을 보면..마음까지 따뜻해지고..
      추운모습을 보면..같이 추워지곤 하죠...
      털보아찌님은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2009.01.03 14:59 신고
  7. Favicon of https://boramirang.tistory.com BlogIcon Boramirang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시에서는 오래전에 사라진 귀한 풍경입니다. 넉넉한 유일 되세요. ^^

    2009.01.03 22:44 신고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네...도시에선..너무 귀한 풍경이 되버렸네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시죠?
      일요일은 재충전의 기회~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2009.01.04 06:56 신고
  8.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9.01.04 10:18
  9.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 우리 어머니, 누나 생각이 납니다.
    한주를 멋지게 시작하세요~~

    2009.01.05 08:45 신고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새해 첫 날 같은 날입니다..
      첫 월요일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펜펜님...힘찬 한주 되시구요...^^

      2009.01.05 09:21 신고
  10.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어머님의 모습이지요.
    요즘에도 장갑 안 끼고 일하시는 우리 시어머님이십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2009.01.05 09:14 신고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설마 노을님은 장갑끼시죠?
      늘 따뜻하게 하시고 일보세요..ㅎ
      그리고 힘찬 한주 시작하세요^^

      2009.01.05 09:23 신고
  11. Favicon of http://arttradition.tistory.com BlogIcon 온누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이 많이 시려우실텐데
    어르신들은 답답해서 장갑을 못 낀다고들 하시드만
    그래도 장갑을 끼시고 하시지...
    잘 다녀왔습니다

    2009.01.05 10:02 신고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저희가 보기엔 시렵게 보이지만..
      어르신들은 저런 모습이 오히려 편하실지도 모르는 일이죠..ㅎ
      수고하셨습니다..ㅎㅎ
      언제 또 나가시나요?

      2009.01.05 20:18 신고
  12. Favicon of http://blog.daum.net/rubytiara BlogIcon 루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제 손이 다 시럽네요.
    고무장갑을 사실 돈이 없으신건가..
    아님 장갑 끼는게 불편해서 그러신가..
    젊은이들이 보기엔 너무 안쓰럽네요..

    2009.01.05 16:40
  13.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9.01.05 18:11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네..정든모습입니다...ㅎ
      편안한 시간 되시구요..
      기축년,힘차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2009.01.05 20:20 신고
  14. Favicon of http://blog.daum.net/hyunphoto/ BlogIcon hyun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 어머님 새대에 당연한듯 하셨던 일인데...
    요즘세대는 이해하기 힘들겁니다.
    빨래돌에 얼음이 얼어 미꾸러운데도 빨래거리를 한다라이
    머리에 이고 와서 빨래하던 어린시절 어머님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7순이 훨씬 넘었지만 그땐 젊으셨는데..
    귀한 장면 잘보고 갑니다.
    언제 제주도 갈기회가 생길지..^^
    멋진 제주의 풍경도 마음으로 많이 담고갑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한 모습으로 올한해 멋지게 보내시길 기원드릴께요.

    2009.01.05 22:05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올해는 바라는 제주여행 이루시길..ㅎㅎㅎ
      늘 건강하시구요..
      새해에도 멋진 포스트 기대할께요^^

      2009.01.06 11:01 신고
  15. Favicon of https://www.thepatioyujin.com BlogIcon Yujin Hwang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스로 자신을 돌볼줄 모르고 희생만 하셨던...
    아니..그걸 강요당한분들(당시엔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이제는 더이상 여성들이 그렇게는 살지않지만...존경스럽긴해요!!
    그러나, 한편은 애틋하면서도 때론 상식밖의 이야기로 갑갑하게 느껴지는건 왜일까요?

    2009.01.06 02:55 신고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그러고 보니...갑갑하게 느껴지실만도 합니다..
      유진님 요즘 많이 힘드셨던거 같은데..
      기운차리고 힘내세요..
      멋진 새해 출발 하셔야죠^^

      2009.01.06 11:02 신고
  16.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9.01.06 07:01
    • Favicon of https://jejuin.tistory.com BlogIcon 광제  수정/삭제

      이긍..두번째인데요..ㅎㅎ
      처음에 음악..달아 놓은지 약 한달정도 됐어요..ㅎ

      2009.01.06 11: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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