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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한 겨울 맨손으로 빨래하는 할머니

by 광제 2009.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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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용천수에 장갑도 끼지 않고 빨래하시는 할머니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가끔 아주 오래전 어릴 적에 봐 왔던 모습들을 접할 때면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걷노라면 아주 가끔씩은 그 시절 그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향기 나는 모습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어릴 적에는 매일같이 접했던 마을 빨래터의 정겨운 풍경을 보니 새삼스레 옛 추억이 밀려옵니다. 수도가 없고 물이 귀했던 어린시절에는 모든 빨래를 바닷가에서 해결을 했습니다. 제주도에는 마을마다 바닷가에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곳을 개조하여 공동 빨래터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물론 빨래만이 아니고 바닷물에서 멱을 감고 몸을 헹구는 용도로도 사용을 하였죠.



어머니가 빨랫감을 고무다래에 넣고는 빨래터로 향하시며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들에게 신신당부를 합니다. 1시간 후에 빨래터로 오라고 말입니다. 당신이 들기 힘드니 아들 녀석의 힘을 빌어서라도 잔뜩 물을 먹어 무거워진 빨래를 들고 와야 하니까요. 자칫 노는 일에 열중하다 잊어버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부지깽이 세례를 면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 편의 추억으로만 기억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빨래비누 하나 제대로 없었고, 고무장갑 하나 귀했던 우리 어머니들은 꽁꽁 얼어붙은 용천수 표면을 바위로 깨트려야만 빨래가 가능했던 추운 겨울에도 맨손으로 빨래를 했었습니다. 부르트다 못해 갈라진 손등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밭일을 나가시고, 치료약이라곤 오직 한 가지, 집집마다 ‘안티푸라민’ 한개씩은 상비약으로 사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부르튼 손등에는 그만이었거든요. 참으로 오랜 세월 이렇게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살아오신 것만은 분명합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차가운 용천수가 흐르는 빨래터에서 장갑도 끼지 않고 빨래를 하고 계시는 할머니, 최소한 우리 어머니 세대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무장갑 하나 살 돈이 없어서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십 년 동안 맨손으로 험하게 살아오신 당신들만의 방식이요, 노하우가 아닐까 합니다. 자식들이나 며느리에게 맡기면 못미더워서 모든 일을 손수 하셨던 당신들, 앙상한 뼈마디가 보이는 갈라진 손등과 90도로 구부러진 허리, 그리고 유모차에 빨래를 싣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당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오신 그 고귀한 세월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빼어난 자연의 경치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환호성과 함께 찬사를 보내지만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선사 받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은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환경이지만 자연을 중심으로 살아 갈수 없듯이 사람은 사람 중심의, 깊숙한 사람 사는 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선사 받을 때 비로써 세상에 살아 있다는 인식을 하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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