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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흉물로 변해버린 천연기념물 용머리해안

by 광제 2016.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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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로 변해버린 천연기념물 용머리해안

혈세 5억7천만 투입하여 만든 흉물, 이제 어떡하나

올봄 제주도의 곽지해수욕장 백사장 위에 콘크리트를 들이 부어 해수풀장을 건설하려했던 일이 있고 난 뒤, 이번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경관이라 할 수 있는 서귀포의 용머리해안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다리를 건설했습니다. 더욱이 이곳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지질공원이기도하고 천연기념물로 보호되는 곳입니다 이미 지난달에 완공을 하여 한 달이라는 기간이 경과한 상태입니다.

우선 용머리해안이 어떠한 곳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앞바다에 있는 용머리해안은 180만 년 전 수중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수성화산채로서 오랫동안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사암층 중 하나입니다. 해안의 절벽은 오랜 기간 퇴적과 침식에 의해 형성된 거대한 암석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그 형상이 마치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2010년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이 되고, 2011년에는 천연기념물 526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기도 합니다.


흉물스럽게 놓인 다리

그런데 얼마 전, 이 아름다운 천연기념물 암석위에 철제 볼트를 박고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다리하나를 완공했습니다. 기존에 사람들이 다니던 통로가 있었는데, 2014년 11월, 이곳을 지나가던 관광객이 절벽에서 떨어진 낙석에 맞아 부상을 당하면서 전면 통제 후 안전진단을 거쳤고, 이후 낙석구간만 통제를 하고 나머지 구간은 2015년 초에 재개방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낙석구간을 통제함에 따라 사람들은 이곳에서 발길을 돌려야만했습니다. 원래 용머리해안은 해안으로 이어진 탐방로를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입출구 매표소가 남쪽과 북쪽, 두 곳에 설치되어 있고 한 바퀴를 돌아 나오는 거리가 약 850미터에 이릅니다.


남쪽매표소(좌)와 북쪽매표소

낙석이 떨어진 지점은 남쪽 매표소를 출발하여 약 620미터 지점입니다. 때문에 남쪽 매표소를 출발한 사람들은 대략 4분의3 지점까지만 탐방을 하고 다시 남쪽 매표소로 돌아가야 했었고, 반대로 북쪽 매표소를 통해 진입한 사람은 4분의1지점만 탐방을 하고 돌아가야 했었습니다.


이렇듯 탐방로 중간에 통제된 위험구간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해안 일주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 낙석구간 가까이 접근을 하지 않아도 해안일주를 할 수 있도록 우회하여 다리를 건설한 것입니다. 사업비만도 5억7천만 원의 혈세를 투입하여 길이 28m, 폭 2.8m, 높이 1.15m 규모의 보행용 다리를 건설한 것입니다.


보행용 다리가 완공되어 사람들은 용머리해안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주변 경관을 무시한 설계로 다리가 흉물로 변해 버렸습니다. 용머리해안 절벽지대는 대부분 응화암질로 되어 있는데 반해, 다리에 사용된 판석은 전부 현무암질이 사용되었고 구조는 철제로 만들어져, 온통 브라운 색 계열의 응회암 절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경관을 무시하는 설계는 둘째 치고, 과연 이곳에 이렇게 흉물스런 다리를 놓아야만 했을까요? 수만 년 동안 파도와 바람에 의한 침식으로 응회암질의 변형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인데, 자연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었을까요?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면 통제를 하고, 볼 수 있는 구간을 제한하면 되는데, 바득바득 인간의 탐욕만을 고집해야만 했을까요?


사암층으로 이뤄진 용머리해안

이곳 용머리해안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일부 탐방로에 물에 잠기면서 한국의 기후변화 1번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987년에 조성된 탐방로는 워낙 해수면 가까이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만조 시나 조금만 높은 파도가 일어도 사람들이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연간 200일 넘게 출입이 통제되었고, 하루 중에도 물이 차오르는 만조 시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됩니다.


2008년에 한층 높힌 탐방로

당시에는 만조 시에도 물에 잠기는 일이 없었던 탐방로, 이후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여 출입에 지장을 초래하자, 2008년 서귀포시에서는 기존 탐방로 위에 한 층을 높여 다리를 놓아 탐방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해수면은 계속 높아졌고, 앞으로 50년 후면 용머리 해안은 사람들이 출입 할 수 없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이에 한때는 인공적인 구조물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언제나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도 나왔었지만, 해수면 상승은 자연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응회암 위에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할 경우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용머리해안의 파괴와 경관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구조물은 설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같은 장소 다리 설치 전과 후

그렇다면 몇 년 전과 지금은 무엇이 다르기에 이제 와서 어울리지도 않는 구조물을 설치하게 된 것일까요? 천연기념물이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기도 한 용머리해안에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문화재청에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몇 년 전에는 안 되고 지금은 가능하게끔 되었을까요? 해당 방면에 전문가가 없고 알만하면 부서를 옮겨 버리는 공무원들의 인사 시스템을 억지로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번에 설치된 다리의 목적은 관광객 불편을 해소하고 침체되었던 주변 상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관광객의 불편이라고 해봐야, 갔던 길을 돌아와야 하기에 약 850m의 거리를 1.2km, 그러니까 역300~400m를 더 걸어야 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용머리 해안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렇다면 주변 상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일까요? 용머리해안의 지형과 상권이 들어선 상황을 아는 분들은 많이 의아해 하실 겁니다. 용머리해안에서 장사를 하는 상권은 대부분 주차장 근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북쪽 매표소 앞에는 달랑 한곳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안일주를 하게 됨으로서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곳은 단 한곳입니다. 주변 상권에 도움을 준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약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설사 상권의 이익과 얽혀 있다 해도 이 공사는 해서는 안 될 공사였습니다.


1987년에 만든 친화적인 다리

이미 용머리 해안에는 탐방을 하기 위해 1987년에 만들어진 인공다리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응회암석이 끊겨 사람들의 건너갈 수 없는 자연구조라서 이곳에 인공적으로 다리를 놓은 것인데, 당시에 만들어진 다리는 돌다리로서 주변의 응회암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 친화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암층이 계속 파도에 침식되고 있지만 30년이 지나도록 크게 훼손되지 않고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채 견뎌내고 있습니다.


지금 설치된 다리는 어떠한가요? 주요 골조는 철재로 되어 있습니다. 철재를 응회암 암석위에 볼트로 고정을 하고 골조를 완성하고 그 위에 현무암 판석을 시멘트로 붙여 깔아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세찬파도가 연일 몰아치는 이곳에 철재로 된 구조물을 박아 놓았으니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염분 때문에 벌겋게 녹이 스는 것은 어떡할 것이며, 볼트로 고정을 해놓아 응회암석에 충격을 주어 훼손의 가속화는 어떡할 것입니까. 30년 전에는 자연친화적으로 다리 설치가 가능했는데, 최첨단을 살고 있다는 21세기에는 왜 그때처럼 만들지를 못하는 것일까요?

자연친화적인 시공은 차치하고라도 왜 우리는 자연의 순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일까요? 사암층으로 이뤄진 용머리해안은 강한 바람과 파도에 세월이 흐르다 보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때를 가리지 않고 낙석이 떨어질 수 있으며, 탐방로 또한 침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출입으로 인해 사고의 우려가 있다면 더 이상 출입을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겁니다. 날로 심해지는 낙석 때문에 용머리해안 두 군데 매표소에는 공사장에서나 봄직한 안전모를 수백 개 비치를 해놓았습니다. 용머리 해안 곳곳이 낙석위험지역이기 때문에 안전모를 착용하라는 얘기인데, 실제로 안전모를 쓰고 탐방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보이질 않습니다.


전시품이 되어버린 안전모

매표소 맞은편에 안전모를 써야 하는 이유를 적어 놓긴 했지만, 매표소에 시선이 집중되다 보면 유심히 볼 수도 없거니와 안전모 보관함에도 아무런 표시가 없습니다. 매표소 직원에 의한 안전모의 존재 또한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안전모 미착용으로 인해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그때 가서 인재니 뭐니 하면서 뒷북을 칠 것이 뻔합니다.

우리는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경험하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낙석이 시시때때로 떨어진다고 하여 용머리 주변 전체에 철조망을 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낙석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탐방로가 물에 잠기면 잠기는 대로, 위험지역이라 접근할 수 없게 되는 날이 온다면 보트를 타고 용머리 해안을 둘러보면 되는 것입니다. 그때는 그러겠지요. “수십 년 전에는 저길 직접 걸어 다녔다고....”

자연에 거슬리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 결국 우리가 우리를 지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최근 청정과 공존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제주도정의 방향과도 일치되는 것입니다.

아닌 것은 아닌 겁니다. 곽지해수욕장에 해수풀장을 지을 때도 그랬지만, 피 같은 혈세를 투입하고 또 다시 피 같은 혈세로 원상복구를 하는 일에 진저리가 나고 분통이 터지지만 원상복구 할 수 있다면 속히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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