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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제주도 축산분뇨 사태의 진실

by 광제 2017.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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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제주도 축산분뇨 사태의 진실

제주도내의 양돈장수는 296개,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모든 양돈장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육두수와 분뇨발생량과 처리량, 그리고 양돈장 주변으로 숨골의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한다고 합니다. 의심되는 농가가 있으면 정밀조사를 하고,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사법처리와 행정처분을 한답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지금까지는 정확한 사육두수도 몰랐을 뿐더러 분뇨의 발생량과 처리과정의 실태 또한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수십 년간 축산분뇨를 모르게 숨골로 흘려보낸 사실조차도 몰랐던 게 오히려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 숨골로 흘려보낸 축산분뇨의 양이 무려 8500여 톤, 이 수치는 공소시효에 해당하는 최근 5년간의 양에 불과합니다. 90년대에 지어진 양돈장임을 감안하면 그동안 숨골로 흘려보낸 축산분뇨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좀도둑도 한두 번 하다보면 간덩이가 부어올라 나중에는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고 점점 대범해진다고 하였습니다. 초기에 위법사실을 발견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과연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수십 년이 지나도록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것일까요?

쉬쉬하면서 들려오는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양돈장 주변으로 숨골이 있다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돈을 들이지 않고 축산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것 또한 주변의 부러움을 샀고 자랑을 하며 다녔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축사 건물이 밀집해 있는 한림 금악리 일대)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금악리 마을 인근은 수년전부터 악취로부터 시달리고 있는 곳입니다. 마을에 있는 금오름에 올라보면 얼마나 많은 축사들이 밀집되어 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차를 타고 지나가기만 해도 축산 악취를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악취에 시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조용했던 이곳 중산간 마을에 빨간 글씨의 현수막들이 내걸렸습니다. 축산분뇨를 무단 배출한 양돈 업자를 처벌하라는 목소리지만, 이를 방치한 행정에도 큰 책임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곳을 지하수를 마시면서 살아온 주민들의 분노는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지하수 숨골로 흘려보낸 곳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그곳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축사는 이곳에서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지만, 숨골을 타고 계속 흘러내려왔고, 과거 채석장이었던 이곳에서 그 흔적이 발견된 것입니다.


(용암동굴 내부에서 바라본 모습)

(파리가 날리고 악취가 나는 축산분뇨)

(축산분뇨 슬러지가 그대로 붙어 있는 용암동굴의 바위)

채석장에는 큰 용암동굴도 존재합니다. 적발이 되는 순간부터 분뇨를 차단해서 그런지 흐르는 분뇨를 볼 수는 없었지만 동굴 안에는 당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악취를 풍기는 분뇨가 그대로 남아있고 용암동굴 바위틈과 바닥에는 분뇨 슬러지들이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더 이상 분뇨가 흐르지 않아 악취는 좀 줄어든 느낌인데, 똥파리들은 용암동굴 안에 가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근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축산분뇨가 섞인 지하수를 수십 년간 마셔왔다는 데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입니다. 지하수 오염의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생수로 알려진 삼다수를 더 이상 마시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축산분뇨 무단 배출 사태,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관련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그렇다 치겠습니다. 하지만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2006년입니다. 최소한 이때부터라도 체계적인 관리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에서는 안일하게 관리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이 법 제39조에 명시하고 있는 ‘가축분뇨의 수집 장소·수집량 및 처리 상황’을 기록한 장부만 점검하고 확인을 했더라면 불법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겁니다. 초기에 행정처분을 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지금의 악취와 생명수가 위협받는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란 겁니다.


2013년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제주도에 ‘가축분뇨전자인계시스템’이 가동되기도 하였습니다. 축산분뇨를 수거하는 차량에 GPS장치와 무게를 계측할 수 있는 장비를 달아서 언제 어디서 얼마의 양이 수거되었는지를 자동으로 알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 계측 장비에 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만 했더라면 즉시 위법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이 부분도 행정에서는 소홀히 하였습니다.

(양돈장 내부의 모습. 사진은 내용과 무관함)

한 축산농가에서 사육하는 두수의 기준은 보통 모돈을 기준으로 합니다. 새끼를 낳은 엄마돼지 한 마리는 일 년 평균 20~25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엄마돼지 100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농장의 규모는 2500두수가 되는 것입니다. 제주도에는 적게는 이 정도의 규모에서 2천 모돈, 즉 5만 두수 규모의 큰 농장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2500두수 규모의 농장에서 배출되는 축산분뇨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발생하는 축산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은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대규모 농장에서는 발생하는 축산분뇨를 전량 액상비료로 처리하는 시설을 완비해 놓지만, 규모가 작은 농장에서는 조합단위를 결성하여 한꺼번에 처리를 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 액비처리 시설도 없고 조합에도 가입하지 않은 농가에서는 별도로 처리비용을 들여 분뇨를 처리하는데, 이 때의 양이 2500두수를 기준으로 하루 5톤에서 10톤의 양이 배출됩니다.

(사진의 차량은 액상비료 운반차량, 분뇨 운반차량은 어두운색)

축산분뇨 5톤이면 2.5톤 수거차량의 두 대 분량인데, 한 달을 기준으로 하면 적게는 150톤, 일 년이면 1800톤에 달합니다. 숨골로 흘려보낸 양이 5년간 8500톤이라고 하니 아마도 최소의 양으로 계산을 한 듯한데, 이 비용만도 일 년에 1억이 넘습니다. 무법천지였을 때는 모르겠지만, 법이 만들어진 2006년부터만 하더라도 10년 넘게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본 셈입니다.

그렇다면 불법을 저지른 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축산분뇨를 몰래 흘려보낸 것일까요. 위에서 언급했지만 시설이 잘되어 있는 농장에서는 액비처리장치가 있어서 발생되는 분뇨를 따로 저장할 필요가 없지만, 시설이 취약한 농장에서는 분뇨 저장시설을 따로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분뇨 저장시설은 돼지를 기르는 축사 건물의 하부에 개별적으로 설치 할 수도 있고, 떨어뜨려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저장시설이 어디에 설치되든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모아놓고 저장하는 방법은 같습니다.

(오른쪽 아래를 보면 바닥의 형태를 알 수 있음)

때문에 돼지축사의 바닥은 좀 독특합니다. 분뇨를 배설하면 바닥에 남아있지 않고 그대로 떨어지는 구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돼지들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 약간의 훈련만 거치면 자신들이 누워 지내는 곳에는 배설을 하지 않습니다. 일정한 곳에 배설을 하면 아래로 떨어지고 떨어진 배설물은 모아주는 기계장치에 의해 저장소로 흘려보내게 됩니다. 이 분뇨에는 돼지의 배설물로 있지만 돼지들이 먹고 흘리는 물도 상당량이 포함이 됩니다.

이렇게 하루 수천 키로 발생하는 분뇨는 모두 저장소에 저장이 되는데, 저장소의 중간에 구멍을 뚫어 배관을 연결한 뒤, 배관 있는 곳까지 분뇨가 차면 자동으로 배관을 타고 지하수 숨골로 흘러가도록 한 것입니다. 이번에 밝혀진 배관의 규모가 길이 30m에 직경10cm로 알려졌습니다.

행정에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시행 등 강력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악취관련 시설을 집중점검하고 위법을 저지른 축산농가에 대한 처벌과 분뇨처리시설의 확충이 전부입니다. 모든 일에 있어 앞으로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지난 일을 되짚어 꼼꼼히 살피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냥 잘못했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가축분뇨전자인계시스템’은 차치하고라도 관련 법령에 존재하는 ‘분뇨관리일지’를 일 년에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보고 확인만 했더라면 어땠을까. 도지사가 일 년에 한 번씩 환경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처리실적’은 또 어떤 식으로 보고가 되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련자를 문책하고 안일했던 행정처리를 점검하고 바로잡지 않은 이상, 이 같은 일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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