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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헌서네 가족을 만났습니다.

by 광제 2009.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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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반 만에 찾은 보금자리


화마와 긴 싸움을 하고 있는 헌서네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어제(28일)시내의 한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그동안 병문안도 한번 못가고 멀리서만 응원하던 차에 헌서와 아빠가 제주시에 살던 집을 찾아온 것입니다. 사고를 당한 날이 12월15일이니 두 달 반이 지나서야 제2의 고향 제주와 보금자리를 다시 찾은 것입니다. 그늘진 모습이었던 헌서는 한층 밝아진 모습으로, 그리고 헌서아빠의 얼굴에는 마스크를 하고 있고 양손에는 그간의 고통을 말해 주듯 붕대처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그간 얼마나 고통이 심했었는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비춰지는 모습에서의 상처는 둘째 치고 헌서와 아빠에게서 그늘진 표정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이유는 고통 후에 실로 오랜만에 찾은 보금자리와의 해후 때문이란 걸 이내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이틀간 제주에 머무르면서 지인들을 만나고 위로와 격려를 받고 난 후에 오는 안도감 때문에 생긴 여유일 것입니다. 헌서도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고 언제 그런 슬픔이 있었냐는 듯이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


식사를 하며 얘기가 오고가는 중에도 헌서 아빠는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내내 걱정하였습니다. 엄청난 병원비의 금전적인 도움도 크지만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힘이 되는 격려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화마와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특히 아내가 투병하는 상황을 얘기할 때는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하였습니다. 당신의 몸 상태도 말이 아닌데, 헌서아빠는 늘 아내 걱정입니다. 아내는 몇 일전 지금까지 수차례 수술 중 가장 어려운 수술을 마쳤다고 합니다.


계속하여 피부를 배양하고 이식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온몸이 제대로 남아 있는 곳이 없고 이제는 이식할 피부가 없어 머리의 살을 이식해야만 할 정도입니다. 온몸의 75%를 화상으로 사라졌으니 피부가 모자라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지금까지 가장 큰 고비였던 낙태수술도 이겨내고 전신마취만도 8차례, 이미 상상을 초월 할 정도의 흔적들이 온몸을 뒤덮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하여 이 고통과의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두 사람이 지금까지 화상치료에 청구된 금액만도 2억7천 여 만원, 두 달 반의 치료비라고 생각하기엔 상상이 안가는 금액인데요, 치료비의 대부분은 아직도 중환자실에서 화마와 싸우고 있는 아내의 치료비입니다. 수술이 잡혀있을 때의 치료비는 일주일에 4천~5천, 수술이 없는 주는 약1,500만원의 병원비가 들어가고 있다니 실로 엄청납니다.


아내의 병원비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려고 헌서아빠 하광수씨는 이제 모든 수술은 마친 상태이나 재활병동에서 계속하여 치료를 하여야함에도 불구하고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광수씨의 병원비만도 지금까지 1,500만원, 아내의 병원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적지 않은 금액에 그마저도 아껴 보려고 손대면 밀려 버리는 약한 피부의 몸으로 통원치료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버린 헌서

식사를 하는 중에도 헌서의 표정이 어떠한지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10살, 어린 헌서에게 닥친 날벼락에 자칫 엄청난 상처를 입었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는 마음에서 유심히 쳐다봤는데, 가만 보니 이 녀석 남자는 남자더군요. 사랑의 리퀘스트에 방송되던 우울한 표정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때의 표정은 사라지고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광수씨가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저 녀석 이제 어른 다 됐다고 말입니다. 두 달 반 동안 화마와 싸우는 부모를 곁에서 지켜보며 나름대로 성숙해졌다고 봐야 할까요. ‘엄마가 나를 보면 너무 슬퍼서 눈물을 많이 흘리니까 엄마가 너무 불쌍해, 엄마가 움직일 수 있을 때 까지 보고 싶어도 참을 거야.’ 라고 말을 했다니 정말 어른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고라 네티즌과 마음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


광수씨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받기만 한 온정을 어떻게 갚아야 할 것인지 말입니다. 아직도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걱정을 그리 하시냐,  치료에 신경만 쓰시면 된다고 누누이 얘기를 해도 생전 처음 받아 보는 온정에 사뭇 흥분된 모습이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도는 해봤어도 당신께서 직접 이렇게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되고 보니 그 흥분된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아고라를 통하여 응원을 보내주시고 모금에 참여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연을 보고 많은 분들의 격려가 줄을 이었는데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일일이 찾아뵙고 고마운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형편상 그러지 못함에 안타까워하였습니다.


지금도 화마와 싸우고 있는 아내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 없다며 이제 바로 공항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조차 모르는 이식수술들, 힘겨운 수술에 자칫 아내가 힘을 잃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는 광수씨, 이제는 그럴려고 해도 지켜보는 이들이 많아 그럴수 없다는 광수씨, 얼른 가서 아내 곁을 지켜 줘야 한다고 헌서의 손을 이끌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헌서야 언제 또 올거야?’ 하고 물으니 ‘엄마 나으면 엄마하고 같이 올게요.’ 라고 말하는 헌서, 엄마 얘기를 꺼낼 때면 이 녀석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공항으로 부랴부랴 향하는 헌서와 아빠를 보며 이 어려움 꼭 이겨내리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두 분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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