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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8층에서 낙하한 휴대폰이 살아 남은 사연

by 광제 2009.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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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덤벙덤벙 살림기

글쓴이가 살고 있는 집은 11층의 아파트의 8층에 살고 있습니다. 남들이 로얄층이라고 말하는데, 이제 4년째 살고 있지만 로얄층이 좋은줄은 모르겠더군요. 앞뒤로 꽉 막힌 형태이다 보니 차라리 층수는 아무래도 좋으나 전망이라도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8층 아파트에 이사 오기 전에는 11층에 살았던 적도 있지만 글쓴이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록 늘 불안합니다. 바로 덤벙덤벙 아내 때문입니다.

글쓴이의 집 거실에 있는 가정용품 중에는 제명을 못살고 일찍이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용품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TV리모콘입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리모콘은 마트에서 산 만원짜리 만능 리모콘입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무선전화기입니다. 무선전화기는 두 번이나 주인의 곁을 떠나는 아픔을 겪어야만했던 비운의 주인공입니다. 두 번씩이나 아픔의 현장을 곁에서 지켜봤는데 더 이상은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글쓴이의 집에는 무선전화기가 없습니다.

비운의 두 주인공은 모두다 글쓴이의 아내의 손을 떠나 8층 아파트의 아래로 추락사를 당한 아픔을 간직한 주인공들입니다. 그나마 리모콘은 콘크리트 벽에 튕겨지지만 않으면 쉽게 망가지지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설사 망가진다 해도 금액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라서 큰 걱정은 않는데, 무선전화기는 정말 아깝습니다.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수리불가일 정도로 망가져 버려 이제는 무선전화기 셋트는 치워버리고 도망 못가는 유선전화기만을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아픔을 간직한 사태들은 모두 아내가 베란다에서 이불을 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매번 주의를 당부하지만 그게 왜 쉽게 안되는지는 불가사의 중에 하나지만 말입니다. 이불을 터는 과정에서 추락사를 당하는 용품들이 그나마 한정되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입니다. 글쓴이가 모르는 사이에 더 다양한 물건들이 추락사를 당했는지 말입니다. 그런데 엊그제 또 한번의 큰일(?)이 아내의 손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베란다에 있던 아내가 괴성을 지릅니다. 또 뭔일 났구나 하면서 달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베란다 밑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아내, 아내의 놀란 표정을 보니 덜컥 겁이 나더군요. ‘무슨일이야? 또 뭐 던졌구나?’ ‘저저저...휴대폰....’ 하고는 부랴부랴 아파트 밑으로 달려가는 아내, 어찌됐나 싶어 밑으로 쳐다보니 휴대폰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조금 있으니 현장에 도착한 아내, 주섬주섬 무엇인가 줍더니 현관으로 들어서는 아내, 얼굴이 사색이 다 되었습니다. 우앙~내 휴대폰. 아내가 이불을 털면서 같이 털어버린 물건은 다름 아닌 내 휴대폰이었습니다.


밧데리가 떨어져 나갔고 노란색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완전히 금이 갔습니다.

아내의 손에 들고 있는 부서진 휴대폰 조각들, 여러개로 분리된걸 보니 떨어지면서 구조물에 부딪힌 모양입니다. 밧데리와 밧데리 덮개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고 슬라이딩 방식의 본체는 부러지기 일보직전의 아슬아슬한 상태입니다. 떨어져 나갈 것 같았던 본체의 슬라이딩 부분을 손으로 꾹 물러 형태를 갖추고는 밧데리를 끼워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믿기지 않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금전 산산이 부셔졌던 휴대폰이 경쾌한 시작음을 내면서 켜지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저것 간단하게 기능들을 살펴보니 모든 기능이 제대로입니다. LCD창 부분에 부러져 버린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완전 정상의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더군다나 경쾌한 시작음이 휴대폰에서 울려 퍼질 때의 아내의 표정은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물건들을 추락사 시킬 때마다 남편에게 핀잔을 들어야 했던 아내, 그것도 남편의 휴대폰을 집어 던져 버렸으니 얼마나 놀랬을까요. 하지만 그 휴대폰이 지금 아내의 눈앞에서 ‘나 이상 없는데?’ 하면서 경쾌하게 켜지고 있으니 그 기분이 아내의 표정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완전히 금이 간 상태의 옆부분, 하지만 시원스럽게 켜집니다.

그나저나 8층에서 내동댕이쳐져 하마터면 주인과 생이별을 할 뻔했던 휴대폰이 금이 간 것을 빼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보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몇 년전 한국의 모 휴대폰이 외국의 화재현장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기사를 본적은 있었으나 그 튼튼한 구조를 실제로 눈앞에서 확인을 하고 보니 정말 실감이 나더군요. 외국의 내노라 하는 휴대폰 단말기 업체들이 유독 한국에서만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휴대폰 만세입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당하는 비운의 물건들도 더 이상은 나오지 말아야 하는데, 울 아내도 힘내라고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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