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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관리소홀, 망가져 가는 문화재

by 광제 2009.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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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대통령 별장을 찾아가 보니
-버려지는 문화재 실태-

관리를 하지 않을 거면 문화재 지정을 하지 말고 차라리 허물어 버리는게 낫지 않을까요? 50년전에 지어진 대통령 별장으로서 건물이 지닌 역사성과 근대주거사적의 가치를 인정 받아 '등록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제주 별장, 하지만 이 별장은 문화재임을 무색케 할 정도로 관리를 하지않고 방치를 해두는 바람에 음산하다 못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1958년에 지어졌으니 50년이 지났습니다.  원래 명칭은 '귀빈숙사', '귀빈사'로 불리기도 했던 제주 이승만 별장은 제주특별자치도 구좌읍 송당 목장내 민오름의 수림이 울창하게 조성되어 있는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5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듯 마당에는 늙은 팽나무 한그루가 늘어진 가지를 겨우 지탱하며 버티고 서 있고, 멀리서 노루의 울음소리가 간혹 들려 오기도 하는 그 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이 건물의 신축 배경은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플리트(James Alward Van Fleet)가 1953년에 '동양 최대의 미국식 목장'을 제주도에 만들 것을 건의 하면서 시작됩니다. 그 후 3년이 지난 1956년에 이승만과 밴플리트 그리고 관계자들이 제주도를 방문하여 목장 후보지를 물색한 결과, 이 곳 송당목장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하게 됩니다. 결국 1957년 목장 축사 7동과 창고 1동, 그리고 특호관사 1동(사진에 보이는 별장)과 을호관사 3동을 짓게 됩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외형에서 미국식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별장건물은 제주도 현무암을 이용하여 지으면서 해방이후 유입된 외래문화와 제주고유의 문화를 접목 시킨 톡특한 건축물의 하나로 그 가치를 인정 받은 것이 등록 문화재로 지정하게 된 배경이라고 봅니다.
 


주인도 없고 객도 없는 쓸쓸하고 외로운 건물에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었습니다. 마당에 깔린 잔디에는 들꽃들이 피어나고 정원에 심어 놓은 팽나무에서는 계절을 알리는 새싹이 싱그럽게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현관앞 처마는 그 모습도 위태롭게 힘겨운 형태로 떠 받쳐져 있고, 천정부분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이 으스러져 보기에도 불안해 보입니다.



50년전 당시를 생각하면 최고급 건축재재로 보여집니다. 물론 미국에서 공수해 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손잡이의 스텐레스 부분은 지금도 광채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출입문의 나무 부분은 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하고 삭아 가고 있었습니다. 침실에서 사용하였던 침대는 매트리스의 스프링만 앙상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의 모습인데요, 50년전이지만 양변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옆에 설치된 라지에이터의 모습입니다. 별장의 난방 시스템은 한국식의 온돌이 아닌 서양식의 시스템을 사용됐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녹이 슬어 흉측하게 변해 버린 라지에이터의 모습에서도 관리부재와 함께 지나간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신기한 물건도 눈에 띠었습니다. 바로 화재경보시스템인데요, 당시 시대의 상황으로 보아 소방서와의 출동 체계는 없을 것으로 보여지고 단지, 자체 경보 차원에서 설치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오른쪽은 회의에 사용된 것으로 보여지는 거실에 놓여 있는 탁자의 모습입니다. 수북이 먼지가 쌓여 있었습니다.

    

수십년 수령의 팽나무가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고, 그 너머로 별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한편 그림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지만 실제의 모습은 음산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건물은 문화재청에 의해 2004년 9월 4일 등록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됐는데, 문화제보호법에 보면 '등록문화재' 제도는 2001년 3월28일 개정(법률제6443호) 때 신설된 규정으로 우리나라 개화기에서 해방 및 한국전쟁 전후기에 건립된 많은 근대문화유산들이 문화재로서 인식이 부족한 가운데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멸실,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보존 관리하기 위하여 도입 것입니다.

제주의 이승만 별장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로는 미국식 전원형 단독주택형식으로 입식생활, 식침 분리의 내부공간구성, 인테리어 등 이국적인 건물특징이 잘 나타나 있으며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통해 미국식 주택건축양식과 기술이 전해져온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등 국가원수와 관련된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점에 그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문화재보호법에 명시한 등록문화재의 지정범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기준을 두고 있었습니다.
 
  1. 우리나라 근대사에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큰 것
  2. 지역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되고 있으며, 그 가치가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것
  3. 한 시대의 조형의 모범이 되는 것
  4. 건설기술이나 기능이 뛰어나고 의장 및 재료 등이 희소하여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
  5. 전통 건조물로서 당시의 건축사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 

위 기준만 놓고 보더라도 제주 이승만 별장 건물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학술적 가치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책 없이 방치해 놓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별장 주변의 자연환경과 연계를 하여서라도 얼마든지 명소로 사랑 받을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다고 보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버려둘건지 염려스럽습니다. 건물이 쓰러지고 사라진 후에 학생들에게 이곳을 가리키며 '저곳이 문화재인 대통령 별장이 있던 자리였다.' 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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