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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봄나물의 제왕, 청정 고사리

by 광제 2009.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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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온 고사리철, 그에 얽힌 이야기들

봄비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 바로 고사리의 계절입니다. 고사리철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제주도에서 그 열기가 대단합니다. 청정지역이다 보니 맛에서나, 질에서나 단연, 제주고사리가 으뜸이죠.
제주도 사람들은 일년동안 가정의 대소사에 쓰일 고사리를 이 계절만 되면 채취를 하여 잘 건조 시킨 후 정성스럽게 보관하곤 합니다. 제주사람들이 손수 고사리를 채취하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필자의 집에서도 어린시절부터 제삿상에 빠지지 않는 나물인 고사리를 어머니께서 직접 채취를 해 오시곤 하셨습니다.
너무 귀한 음식이라 비교적 많이 채취한 해에는 쓸 만큼만 남겨두고 시장에 내다 파시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어머니의 정성도 볼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몇년전 세상을 떠나시고 이제는 맏며느리인 필자의 아내가 이일을 해야 합니다.
물론 아내는 아무런 불평도 없이 잘 해냅니다.
시집 오자마자 시어머니께서 고사리 장만하시는 것을 곁에서 몇번 보고나더니 이제는 누구 못지 않게 고사리 철만 되면 부랴부랴 챙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채취해야 하는 고사리, 저는 아내에게 힘들면 가지말라고 합니다.
"시장에서 사서 쓰면 되는데, 기어코 채취하려고 하냐." 고 하면,
어머니 아버지 제삿상에 시장에서 산 고사리를 올리고 싶냐고 핀잔을 주곤 합니다.
 
어제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내가 급하게 저를 깨우기 시작합니다.
고사리 채취 가잔 소립니다.
오름등반이라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아내의 성화를 보니 오늘 오름여행은 틀렸습니다.
시기도 적절하여, 이틀전에 단비가 내렸으니 고사리 채취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날이기도합니다.
비가 내린 다음날이면 '우후죽순' 처럼 고사리도 쑤욱~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고사리를 챙겨 넣을 가방 몇개 하고 음료수와 장갑 등을 챙기고 해마다 가는 그곳으로 향합니다.
제주도의 들판 전역에 고사리가 많지만 유독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있기에 자기들만 기억해 놓고 있다가 해마다 가는 곳이 각자 정해 있습니다. 아내와 저는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30분 정도를 달려 한 들판에 도착 하였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길가에는 차량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모두가 고사리를 채취하러 나온 차량들입니다.
이 계절에 한적한 도로가에 차들이 세워져 있는것을 제주도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데, 거의 고사리 채취 차량들입니다.

꺾어야 할 고사리, 꺾지 말아야 할 고사리

고사리를 채취 할때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제 막 솟아 나온 연한 고사리를 꺾어야 하는데 한눈에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행여 구분이 안되시면 손으로 꺾어 보면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부드럽고 쉽게 꺾여서 짤려 나가면 연한 고사리입니다. 이미 시기를 놓친 고사리는 짤려나가지 않고 질기게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사리를 꺾는 이들에게는 불문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산소(무덤)에 자란 고사리는 꺾지 않는다'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산소에는 고사리가 유별나게 많이 자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산소에 불쑥불쑥 들어가서 채취하는것을 금기시 하고 있습니다. 제삿상에 정성스럽게 쓰여져야 할 음식이기에 그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금기에 아랑곳 않고 마구잡이로 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집에서 쓸 고사리가 아니고 시장에 내다 팔 목적으로 채취를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죠. 정성이나 질 보다는 양을 우선시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고사리들은 질에서도 차이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정에 정성스럽게 쓰여져야 할 고사리는 직접 채취를 하는 것'입니다.


어제 들판에서 발견한 고사리들의 모습입니다.
아마 처음 보시는 분들은 어느게 고사리인지 분간이 안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눈에 척 하고 알아 보신다면 경험이 풍부한 분이실겁니다.

제주지역에 따라 채취시기도 달라

제주도의 들판이라 해도 채취시기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대략 지금쯤이면 전 지역이 고사리 풍년이겠지만 처음 솟아 나는 시기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성산포 방향인 동쪽이 조금 빠르게 나타납니다.
약 일주일 정도의 차이를 두고 서쪽은 늦게 솟아 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사리를 채취하다 보면 신기한 부분도 많습니다.
고사리가 바로 홍길동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조금전 금방 봤는데도 한눈을 팔았다가 다시 찾아보면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들풀의 색과 비슷하여 착각을 해서 그런 것입니다.

  
고사리 채취하다 만난 우주선? 
희안하게 생긴 물체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도무지 무엇인지 모르겠더군요.
처음에는 신기한 모습에 깜짝 놀랬는데, 가만히 보니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처럼 보였는데 아직껏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이처럼 도마뱀 가족도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고사리인줄 알고 덤벼 들었다가 놀래 도망치는 것을 보고서야 도마뱀인 것을 알았습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슷한 크기의 도마뱀이 또 나타나네요.
가족인듯 합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아는 녀석입니다.

고사리 장마와 일년에 아홉번 꺾는 고사리

제주도에는 장맛철 말고 또하나의 장마가 있습니다.
바로 고사리 장마인데요, 꽃샘추위가 지나고 4월초의 봄의 길목에서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데, 이 계절이 바로 제주에서는 고사리 장마라고 합니다.
즉 이 고사리 장마철에 들어서야 고사리가 솟아 나는 것이지요.
그럼 언제까지 고사리를 채취할 수 있을까요?
물론 고사리 잎이 생겨 버리면 식용의 고사리로서는 이미 생명 끝입니다.
땅속에서 싹이 자라서 잎이 되기 전까지 꺾으면 되는데요,
남이 꺾고 지나간 곳이라 하여 고사리가 없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하여 땅속에서 솟아나고 또한 풀속에 숨어 있던 고사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에
훑고 지나간 자리에도 고사리는 존재합니다.
이런 연유로 제주도에서는 '꺾은 자리를 또 꺾고 해서 아홉번까지 꺾는다' 얘기가 나온 겁니다.  


3시간동안 아내와 제가 채취한 고사리입니다.
삶으려고 풀어 놓았더니 꽤 많은 양이군요.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고 등에는 이미 채취한 고사리를 배낭에 짊어 메고 다니다 보니 다리와 허리의 근육이 많이 땡깁니다.
하루 두세시간 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하루종일 채취한다면 녹초가 될듯 합니다. 
예년에는 고사리를 삶을때 줄기만 놔두고 잎파리 부분은 털어내어 버렸는데,
이제는 잎파리 부분까지도 있는 채로 삶는다는 군요.
대세를 거스르면 안되기에 이물질만 골라내고 잎파리는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삶았습니다.

 
큰솥에 고사리를 삶는 모습인데요,
삶는 내내 피어 오르는 김과 함께 고사리 특유의 향이 아주 좋습니다.
그날 채취한 고사리는 이처럼 바로 삶아 내는 것이 좋습니다.

아파트에서는 큰솥이 없고 삶기가 불편하여 시골에서 삶는 것이 편하더군요.
익힌 정도는 어느 정도 삶은 다음  손으로 으깨 보면 물컹하고 익혔다고 느껴지실겁니다.그럼 된겁니다.  

 
삶아낸 고사리를 찬물에 살짝 식힌 다음 햇볕에 건조 시킵니다.
비는 절대로 맞히면 안되구요 날씨가 안좋으면 그늘에서 말려야 합니다.
햇볕이 좋은 맑은 날씨에는 약 이틀 정도면 바싹 마릅니다. 마른 고사리는 검게 변합니다.

고사리, 어떤 효능이?

우리는 육개장에 들어 있는 고사리를 자주 보게 됩니다. 탕종류도 좋지만 고사리는 무침이 제맛이지요.
고사리는 양치류(fern)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너무 춥거나 더운지방을 제외한 전세계에 퍼져 있습니다.
삶아서 나물 또는 국거리로 쓰기도 하고, 뿌리줄기에서 녹말을 채취해 빵을 만드는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뿌리줄기는 기생충에 효과가 있으며, 인디언들은 기관지염을 치료하기 위하여 뿌리줄기를 날로 먹었다고 합니다.

위험하기도 합니다.
고사리를 식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일본에서 위암 발병률이 세계에서 가장높다고 하고,
익히지 않은 고사리에는 티아미나아제(thiaminase)가 들어 있어 비타민 B1을 분해해 각기병(비타민B1결핍증)에 걸릴수 있다고 합니다. 
비빔밥에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단골재료인 고사리나물은 고사리의 어린순으로 만든 것입니다.
또한 잎과 뿌리줄기 모두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간단하게 고사리 무침을 만드는 법도 소개합니다.
1.말린고사리를 준비해서 약24시간정도 찬물에 담가놓아 불립니다.
2. 고사리가 잠길정도의 물을 넣고 약20분 삶습니다.
3.삶은 고사리를 다시 찬물에 넣고 한두시간 불리고 난 후 물기를 없앱니다.
4.고사리에 간장,다진마늘,다진파,소금을 알맞게 넣어 양념을 하고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볶습니다.
5.볶으면서 물을 넣고 양념이 스며들 때까지 끓인후 참기름을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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