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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차량 배기가스 때문에 싸우는 이웃

by 광제 2009.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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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주차 차량 배기가스에 죽어가는 식물들

아침부터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야근을 하고 붙힌 잠인데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소리에 깬걸 보니 어지간히 작은 싸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보니 두 사람이 실랑이가 붙었는데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누가 말리기라도 했으면 하겠지만 아침시간이라 저마다 바쁜 시간인지 말리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이 아줌마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지랄이야! 내차 갖고 내맘대로 하는데 뭔 상관이야~"

"방귀뀐놈이 오히려 잘했다고 큰소리네~ 집안이 온통 매연냄새로 가득이야! 어떡할거야~"


그런데 가만 보니 실랑이 붙은 당사자가 남자와 여자입니다. 고요한 아침 시간이라 특히 여자의 고성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파트 단지에 쩌렁쩌렁 울려 퍼집니다. 조금 있으니 싸움이 붙게 된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남자가 주차장에서 자동차의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로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나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자동차에서 배기통에서 나오는 매연과 악취가 자동차 뒤편 아파트의 창문을 통하여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아파트 여주인이 차주를 보고 ‘차량의 매연이 집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빨리 차를 빼라’ 소리쳤나 봅니다. 그냥 차량을 뺐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을 ‘사람이 내려와야 태우고 갈거’라며 시동이 걸려 있는 상태로 한참을 그 상태로 있었던게 발단이 되었습니다.

사실, 남자의 자동차는 경유차량으로 보이고 후면주차를 하고 있어, 배기가스로 방출되는 매연이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싸우는 소리에서 알 수 있었지만 여자의 아파트 창문은 마침 환기를 시키려고 활짝 열어 놓은 상태였던지라 자동차 매연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화가 치밀어 올라 뛰쳐나온 듯 했습니다.

싸우는 두 사람의 고집도 보통은 넘은 듯 보였습니다. 시동을 걸었으면 빨리 차를 빼놓던가, 매연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창문을 잠시 닫아 두면 될 것을 서로가 자기주장만 내세우다가 큰 싸움으로 번진 것이었습니다. 남녀간의 싸움이라 말싸움으로 끝났고 오래가지 않아 끝나서 다행이지만 아침시간에 아파트 주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니 보기 좋은 일은 아니었죠.

싸움의 발단이 된 자동차의 후면주차, 배기가스가 집안으로 침투하여 문제를 야기 시키는 일보다는 아파트 화단의 조경수에 대한 피해가 더 심각해 보여, 생각난 김에 카메라를 들고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그리고 인근의 아파트 몇 군데를 돌아봤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 주차장 옆으로는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고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하여 조경수에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의례히 전면주차를 유도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팻말이 세워졌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차량운전자들은 주차를 할 때면 전면주차 보다는 아무래도 후면주차가 편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차량들은 조경수 피해를 아랑곳 않고 후면주차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근 아파트의 주차장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배기가스에 의한 식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팻말을 세우고 입주자들에게 당부를 하고 있었지만, 이를 지켜 전면주차 하는 입주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였습니다. 나무와 꽃들은 이미 배기가스에 말라 시들어 있었고, 어떤 나무들은 차량의 범퍼에 부딪혔는지, 부러지거나 껍질이 벗겨져 나간 나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파트의 주차장이 후면주차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위 아파트는 어떻게 홍보를 하고 주민들에게 의식을 심었는지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차량들이 전면주차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화단의 조경수들이 성할 리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배기가스에 노출되었는지, 나무들은 꽃들은 말라비틀어지고 잔디는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해 버린 곳이 많았습니다. 또한 차량에 받혀 상처를 입고 있는 나무들도 부지기수 눈에 띠었습니다.

간혹 대부분의 차량들이 전면주차를 하고 있는 아파트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체적으로 홍보를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은 건지 모르겠지만 서로가 조금씩만 신경 쓰면 될 것 같은 전면주차, 괜한 일로 주민들끼리 싸우는 일도 없고 화단의 나무들과 꽃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인 홍보와 주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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