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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짧은 생애, 마지막이 되어 버린 국기게양

by 광제 2009.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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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애의 마지막이 되어 버린 현충일 국기게양

아저씨~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칠 때면 가던 길을 가다가도 돌아서서 언제나 큰소리로 인사를 하던 애였습니다. 하는 짓이 나이 닮지 않게 어른스러워 주변에서서도 늘 칭찬이 자자하였습니다. 볼 때마다 그늘진 구석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이 해맑은 애였는데, 그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정말 속상합니다. 


△보기에도 아찔합니다. 11층 맨위에는 지금도 걸다 만 태극기가 걸려 있습니다.

현충일인 어제 오전 아파트의 주민들은 안타까운 광경을 눈앞에서 접하고는 흐느끼는 하루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하늘이가 살던 아파트는 맨 위층인 11층, 현충일을 맞아 조기를 게양하려다 중심을 잃고, 그만 11층 아래 화단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순간, 엄마의 눈앞에서 사라진 딸애를 찾아 엘리베이터를 탈 겨를도 없이 11층의 계단을 정신없이 뛰어 내려간 엄마는 눈앞에 쓰러져 있는 딸애를 보며 오열을 했고 구급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현충일 국기게양이 뭐 길래, 어른들조차 귀찮아서 달지 않는 국기를 어린 녀석이 그거하나 자기 손으로 직접 달아 보겠다고 하다가 그만 변을 당한 것입니다. 올해로 꽃봉오리 같은 나이인 이제 10살, 하늘이가 이 아파트에 이사를 오면서 부터인 2000년,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던 시절부터 보아온 이쁜애입니다.


자라면서 여자애라고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똑 부러지는 성격에 남한테 의지 안하고 혼자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을 보고는 주변사람들의 언제나 칭찬을 하던 애였습니다.


평소에 하늘이의 성격을 알기에 국기게양 정도에 엄마의 손을 빌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보나마나 자기 손으로 직접 해야 직성이 풀렸을 테니까요. 상황을 보니 현충일이라 조기를 달아야 하기에 국기의 매듭을 깃대 밑으로 내려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하여 고정을 시키려다가 중심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눈에 선한 해맑던 모습도 안타깝지만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은 오로지 딸애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무남독녀였기에 엄마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을 겁니다. 우리 애들과도 잘 알고 뛰어놀던 애라 우리애들한테는 차마 입밖에 꺼내지도 못하고 아내만 하늘이가 누워있는 병원을 다녀왔는데, 하늘이 엄마는 충격으로 거의 실신 상태에 있어 위로도 제대로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어린 동심에게는 어수선한 나라의 분위기도 눈치를 채지 못하나 봅니다. 현충일은 국기를 게양해야 하고 또한 국기는 조기를 게양한다는 사실 하나만을 머릿속에 그리며 뿌듯한 마음으로 국기를 달고 있었을 하늘이를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어린 주인을 잃은 걸리다 만 태극기.
하늘이네 아파트 주변에는 태극기가 달린 집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푸른 하늘처럼 티 없이 맑게 자라라고 지어준 이름 ‘하늘’.
오늘 하늘이는 티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에 손수, 나라의 상징인 국기를 게양하다가 겨우 10년이라는 짧은 생을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보지도 못하고  마감한 채 자기 이름과 같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이 생에서 못한 나머지 생을 이 세상의 그 무엇 보다고 아름답게 영위하길 빌며, 마지막으로 고운 이름 불러봅니다. 하늘아!   


※ 어젯밤 언론으로 보도된 위 사고에 대한 악플들을 보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린 영혼에 명복은 빌어주지 못할망정 악담이라뇨, 해도 너무합니다.
부모는 산산히 부서진 자식의 뼛가루를 땅속에 묻지 않고 가슴에 묻습니다.

한 순간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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