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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내가 본 리얼했던 애정행각, 그 후

by 광제 2009.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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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뜨거운 애정행각, 그 후의 영광도 없는 상처 


바야흐로 일년 중 가장 뜨거운 밤을 연출하는 계절. 열대야가 밤잠을 설치게 하고 뜨거운 애정의 열기도 밤잠을 설치게 하는 계절입니다. 여러분은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그림 같은 밤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지새우는 야한 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진짜 야한 밤을 지새우는 열정의 현장 때문에 곤욕을 치룬 일이 있어 소개합니다.

    

며칠 전 해수욕장의 야경과 함께 멋드러진 구도를 잡기 위해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어깨에 짊어진 채 해변가에 있는 숲 속을 거닐 때 입니다. 저의 임무로 말할 것 같으면 제주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의 풍경을 전국의 피서객들에게 소개하여 좋은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 투철한 사명감(?)을 안고서 말입니다. 남들은 띄엄띄엄 연인들끼리 밤바다의 시원한 풍경을 만끽하는데, 필자는 무거운 카메라 가방에 삼각대까지 짊어지고 나니 아무리 시원한 바닷가라 할지라도 이마에는 땀이 송글 송글, 온몸은 이미 칙칙하니 땀으로 베어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멋진 풍경과 구도를 찾으려고 모든 신경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어서 신체의 고단함이나 주변의 상황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필자로 잠시 후에 벌어질 피비린내(?) 나는 사태의 예측도 못한 채 구도 찾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순간, 어디선가 간지러운 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단번에 직감할 수 있는 애정행각의 소리.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멀리도 아니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립니다. 한마디로 리얼합니다.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곳으로 쳐다보니 이미 상황은 '19금'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 졌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을 낮춘 것입니다. 반사적으로 뜨거운 애정행각 중인데 괜한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세를 낮춰 몸을 숨긴 곳은 다름 아닌 약간의 풀이 돋아나 있는 잔디밭이었고 주변에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곳입니다.


조명등은 희미하게 띄엄띄엄 켜져 있었지만 숲 속이라 몸의 자세를 낮추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앞뒤 정황을 잴 것도 없이 반사적으로 낮은 자세로 몸을 숨긴 뒤라 그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몸을 일으켜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가 자칫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나는 이미 응큼하게 남의 애정행각을 몰래 지켜본 놈으로 전락할 것이고, 그렇다고 불편하게 쪼그린 자세로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건지 참 난감합니다.


어서 빨리 애정행각을 끝내고 자리를 이동해 줬으면 하는 조그만 바램은 미련한(?) 희망에 불과했고, 펄펄 끓는 뜨거운 가슴(?)을 소유한 필자가 도저히 감당해 내기 어려운 간드러지는 애정의 음파는 일순간에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꼼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을 감싸버렸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그냥 이대로 있어도 그만이겠다 싶을 정도의 환경. 그런데,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수만은 없는 법.


온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 그 순간 종아리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고통. 윽!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고통의 소리는 입안에서만 맴돌고 필자에게 아픔을 선사한 이는 다름 아닌 풀모기. 반바지를 입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종아리에 살며시 앉아 아주 맛있게 식사를 하는 풀모기에 필자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부채질뿐. 냅다 후려갈겨서 종아리에 붙어있는 채로 모기 박재를 만들어 버리고 싶었지만 숨을 잔뜩 죽이고 있는 처지라 소리를 낼 수 없었던 필자가 모기에게 할 수 있는 건.. '모기님! 저리 가주세요~' 라는 힘없는 손짓뿐. 더 큰 난제는 지금부터 라는 것을 직감하실 겁니다.


필자의 약점을 눈치 챈 모기는 이내 친구들에게 삐삐(?)를 쳤고 모기의 친구들은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빠르게 그 수가 불어났습니다. 친구들은 저마다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빨대를 꽂아대기 시작하였습니다. 종아리에는 이미 여러 개의 빨대가 꽂힌 듯 하고 종이리가 취향이 아닌 친구들은 팔뚝과 목, 하물며 얼굴에까지 공포의 빨대를 꽂아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정도 되면 참는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몸을 비틀고 손을 저어 본들 이미 먹잇감을 앞에 두고 달콤한 피 맛을 들인 저들에게는 허공속의 메아리뿐.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으면 아마도 과다 출혈(?)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웅크리고 있던 자세를 슬그머니 일으켜 세웠습니다. 아직도 뜨겁게 진행 중인 애정행각. 하지만 순간적으로 저들이 눈치를 챘는지 모르지만 멈춰진 음파(?)와 함께 허겁지겁 뒷수습에 나선 저들. 헛기침을 크게 한번 내지르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악몽과도 같았던 그 자리를 빠져 나오는데 입안에서 토해져 나오는 긴 한숨.


차라리 처음부터 헛기침을 하며 지나쳐 버렸으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것을 일순간의 부질없는 반사적 행동 때문에 이미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 밝은 빛에 확인해본 나의 몸은 울퉁불퉁 이런 험난한 산골짜기도 일찍이 본적 없다. 집에 들어가서는 아내에게 상처만 남은 영광의 이 몸을 뭐라고 하면서 보여주나..걱정이 됩니다. 현관을 들어서며 '아따~바닷가인데 모기가 무쟈게 많구만~' '그래? 그러게 멋 하러 가래?' 이렇게 필자의 한여름 밤은 누구보다도 뜨거웠습니다. 행여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두 분. 이글을 보게 된다면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뜨거운 애정의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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