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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주민소환 실패, 그래도 제주도민이 자랑스러운 이유

by 광제 2009.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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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 실패, 그래도 제주도민이 자랑스러운 이유

-49,537명 투표, 11%투표율 종료-
-주민갈등, 소환투표 이전 보다 더 심해질 듯-

힘겹게 싹을 틔우고 결집의 줄기에서 어여쁜 꽃봉오리가 탄생되었지만 결국에는 채 피우지도 못하고 사그러져 버렸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표본을 만들어 내려던 제주의 주민소환이 저조한 투표율에 따라 한낱 없던 일이 돼 버린 것입니다. 주민들이 직접, 지극히 민주적인 수단으로 해당지역의 단체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여, 제주지역은 물론이요 전국의 자치단체에 민주주의를 외면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본보기로 보여주려 했던 열망이 물거품 되어 사라진 것입니다. 제주도민이 제주의 주인임을 확인하려 했는데 그것마저 무위에 그친 것입니다.

2009년 8월26일은 제주사회에 큰 획이 그어진 하루입니다. 아니 제주뿐만이 아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한 장을 장식한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이번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 소환은 법으로 정한 유권자의 3분의1인 13만9706명에 턱없이 모자란 49,537명의 투표를 보이고 말았습니다. 유권자의 11%만이 겨우 투표를 한 것입니다.

지난 5월6일 제주군사기지저지범대위와 시민단체 등이 김태환 제주특별자지도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을 결정한지 정확히 112일째인 오늘, 지난 5월14일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 했던 주민소환운동은 충족 조건인 4만1649명을 훨씬 넘긴 7만6854명이 서명을 하여 도민들의 열망이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결국, 선관위의 심사결과 무효서명을 빼고 나서도 5만1044명이라는 유효서명자를 확정하기에 이릅니다.

도민들의 서명을 받아 냈다고 하더라도 제주도 총 유권자인 41만9540명의 33.3%인 13만9706명이 투표에 임해야 하는 부담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이유인 즉, 현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는 유권자수의 3분의1 이상 투표와 함께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 이상이 주민소환에 찬성하는 표가 나와야 소환이 이뤄져 김태환 도지사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문제는 투표율이 3분의 1에 미달되면 투표함 개봉자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6일, 고유기 주민소환 청구인 대표가 제출한 청구요지에 따른 투표가 발의 되고 김태환 도지사의 업무는 투표결과가 나오는 시점까지 정지가 되면서 본격적인 주민소환운동이 전개되기에 이르렀고, 김태환 도지사도 기자회견을 열면서 까지 투표불참을 도민들에게 호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주민소환운동본부에서는 정책결정에 대한 도지사의 권력남용, 무능과 독선, 특히 강정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의 주민갈등 유발, 정부와의 기본협약(MOU)을 제주의 미래와 역행하는 방향으로 체결 하는 등을 주민소환운동의 이유로 들었으며, 김태환 도지사는 도민들에게 투표불참을 호소하는 이유로 국가안보를 비롯한 국책사업은 주민소환의 명분이 될 수 없고,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도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이번 제주도의 도지사 주민소환은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2007년에 광역화장장 유치계획을 이유로 경기도 하남시의 김황식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이뤄지기도 하였는데, 당시에는 투표율이 유권자의 3분의 1을 채우지 못하여 부결된 적도 있어, 비슷한 사례의 이번 제주도의 주민소환은 예상보다 빠르고 신속한 서명운동, 그리고 도지사의 업무정지. 더군다나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불협화음을 내며 추진되고 있는 마당이라 국민들은 물론이요, 정부에서 조차 촉각이 곤두 설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제주도의 주민소환운동은 소용돌이 정국과도 때를 같이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전 대통령이 서거가 주민소환운동이 활발하게 진행 되는 동안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주도와는 각별한 사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또 한분의 제주도를 아낀 대통령인 민주화의 상징 김대중 전 대통령, 두 전 대통령의 서거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 올수 있겠다는 도민들의 정치적 위기의식도 한몫을 단단히 하여, 사전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많은 도민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40%대의 투표율이 나올 것이라 확신 하였던 것 입니다.

저녁 7시40분경 한산한 투표소 분위기

제주도의 주민소환운동은 도민들의 풀뿌리 의식이 정.관의 조직적인 힘에 당당히 맞선 값진 시도였습니다. 4.3 사건의 왜곡 등 언제나 정부의 정책에 소외되어 오던 제주도민들, 역대 선거에서 늘 전국 표준을 나타내며 예리한 정치적 시각을 보여 오던 제주도민들, 정치적, 또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애로는 예상되었지만 이번 주민소환을 성공으로 마무리하여, 주민들의 시각에 잘못되어진 정책은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막아 낼 수 있다는 역사적인 본보기를 보여 주려 했던 것입니다.

투표의 결과로서 김태환 도지사는 바로 업무에 복귀하겠지만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시켰고 주민들의 힘을 모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민소환 운동의 이유 중에 하나였던 도민들과의 소통부재에 따른 불협화음에 대한 갈등은 소환운동 전 보다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노골적인 투표방해 공작 등 투표과정에서 나온 비민주적인 사안들로 인해 제주사회는 한동안 커다란 홍역을 치를 것이 뻔해 보입니다. 투표 결과 하나만을 놓고 자만하는 것 보다 지금까지 잘못 끼워진 톱니바퀴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끼워 넣고, 자칫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주력하는 도정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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