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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고기 굽는 연기에 소방차 출동한 사연

by 광제 2009.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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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굽는 연기때문에 대규모 소방차가 출동한 사연


발원지 찾고 보니 고기 굽는 연기, 맥 풀리는 소방대원들


휴일인 어제, 제주소방서 노형 파출소의 소방관들은 아마 맥없는 휴일을 보냈을 겁니다. 급박한 화재신고에 의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신속하게 출동한 소방대원들, 출동한 차량만도 대형 살수차 2대에 119구급차량까지 출동한 대원만 하더라도 10여명,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할 휴일 한낮의 시간에 출동한 지역은 다름 아닌 11층 아파트, 자욱한 연기에 타는 냄새는 아파트 전체에 진동을 하고, 출동한 대원들이 약30여분에 걸쳐 화재 진원지를 샅샅이 찾아 나섰는데, 어처구니없게도 화재의 발원지는 고기 굽는 불판, 온 동네를 발칵 뒤집어 놓은 어이없는 사연을 소개합니다.


휴일이라 애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관리실에 안내방송이 울려 퍼집니다. 시간은 대략 낮 1시경, 현재 000동의 0,0호 계단에서 연기와 함께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여 해당 계단의 가스를 차단한다는 내용입니다.


관리실 직원의 급박한 목소리의 들으니 사태가 심각한 모양입니다. 글쓴이도 같은 동에 살고 있기에 가만히 앉아 있을 정도로 가벼운 사안은 아닙니다. 우선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웅성웅성 화재가 발생한 계단 앞에 몰려있고 이미 타는 냄새가 아파트 전체에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나도 단단히 난 것 같습니다. 옷을 신속히 밖으로 나가려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긴박하게 달려오는 소방차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고 있고 완전무장한 소방대원들은 관리실 직원의 도움을 받고 화재가 발생했다는 계단으로 신속하게 투입됩니다.

 

노형파출소의 소방 훈련 모습(이미지출처:노형파출소)

화재가 크게 번지기 전에 불씨를 잡아야 하기에 이들의 행동은 정말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연기가 발생하고 냄새가 진동을 한 곳은 바로 5층, 연기가 자욱한 5층의 세대 안에서는 불씨를 찾아낼 수 없었고 출동한 모든 소방대원들과 관리실 직원은 새어 들어오는 연기의 행방을 찾으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러는 사이에 연기는 전세대로 이어집니다.


위층과 아래층을 오가며 발원지를 찾아 나섰고 행여 문이 잠긴 채 외출한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잠긴 세대까지 비상키를 동원해 가면 샅샅이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는 불씨, 하지만 계속되는 연기 속에 소방대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쉴 세가 없었고, 주민들이 몰려들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기를 30여분, 이윽고 대원들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세대는 윗층의 한 세대, 그런데 대원들 앞에 펼쳐진 광경이 가관입니다.


그 세대의 가족들이 집안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집안에 자욱한 연기가 환기구를 통해서인지 모르지만 같은 계단에 있는 거의 모든 세대에 퍼질 정도로 피워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 여름날, 집안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야 개인사생활이라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소방차까지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한 상태고 온 동네가 시끌벅적 계단 전체가 난리법석인데도 바깥의 긴박한 상황은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각박해져 바로 앞집에 사는 이웃의 얼굴도 모르고 산다는 세상이지만 소방차의 급박한 사이렌소리가 바로 밖에서 울리고 있고, 관리실에서도 여러 차례 안내방송이 흘러나온 후라 한번쯤은 주변의 상황을 돌아봄직도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일이 한사람 생각처럼 같을 수만은 없나봅니다.


그나저나 무거운 소화 장비를 온몸에 짊어지고 이리저리 불씨를 찾아 나섰던 소방대원들은 어이없는 눈앞의 광경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재가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사소한 일인지도 모르고 대규모의 인력과 장비로 출동한 대원들은 어이없는 광경 앞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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