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만사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양심, 그 실태

by 광제 2009. 9. 2.
반응형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양심, 그 실태
-환경보호는 뒷전, 나 혼자 편하면 그만-


시내의 한 해안도로변에는 멋들어 진 시민들의 안식처가 있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싱싱한 회를 맛볼 수도 있고 가족들끼리 오붓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곳 입니다. 시민들은 밤에 이곳을 많이 찾는데, 비교적 넓은 공간과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밝은 조명, 그리고 접근이 아주 용이하여 한여름밤에 많은 시민들이 찾았던 곳입니다. 특히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주말이면 언제나 발 디딜 틈 없이 성황을 이루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그 곳, 두 얼굴을 하고 있다 하여 다녀왔습니다. 
 


시원하게 뚫려 있는 해안의 '휴식공간'은 그 길이만도 무려 360m에 폭이 8m에 이르는 대규모에 길가에는 횟집들과 상가들이 늘어서 있고 반대편으로는 망망대해 바다가 시원함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차가 다닐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바닥에는 횟집 등에서 설치해 놓은 탁자들이 쭉 늘어서 있고, 횟집을 이용하지 않고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시민들은 각자 취사도구와 돗자리는 준비하여 정겨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규모로는 제주도 최대의 시민휴식처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시원한 휴식공간.
 도로옆으로 큰폭의 보도블록 인도가 가설되어 있는것으로 보이지만, 
밤이면 삼삼오오 시민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활용되는 곳입니다. 

더욱이 도로변이라 하지만 이곳은 차량통행이 없는 편이라 비교적 조용하고 낮은 방파제로 인하여 시원한 바닷바람이 차단되지 않고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올여름에도 많이 시민들과 관광객이 이곳에서 열대야를 피했습니다. 특히 이 곳 주변에 늘어서 있는 숙박업소에서 묵고 있는 많은 관광객들도 여름밤의 정취를 만끽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안전이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휴식공간' 옆 바다 쪽으로는 방파제를 쌓으면서 사용된 일명 '삼발이'라고 부르는 '테트라포트'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삼발이 밑으로는 깊은 수심의 바다이고, 삼발이의 간격은 넓은 편이어서 어린이들이 위에서 놀기라도 하다 발을 헛디디면 자칫 큰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안전사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삼발이 사이로 버려지는 시민들의 양심이 문제입니다. 약 360m의 도로변으로 길게 이어진 삼발이 지역, 셀 수 없이 수많은 삼발이틈, 그 틈틈이 어느 한 곳 쓰레기가 없이 깨끗한 부분이 없습니다. 삼발이 밑에는 이곳에서 취사를 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시민들의 쓰레기와 파도에 밀려든 해안쓰레기까지 합해져 쓰레기하치장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먹다 남은 음식물을 그대로 비닐봉지에 싸서 버린 경우, 음료수용 패트병, 각종 맥주 캔과 소주병들, 심지어 옷가지들도 보입니다. 고기를 구워 먹다가 이제는 쓸모가 없어 졌는지, 아니면 내년 여름에 다시 사용하려고 숨겨 둔건지 모를 구이용 석쇠와 고장난 것으로 보이는 낚시대까지도 그대로 버려져 있습니다. 음식물을 담아다 먹었었는지 모르지만 주소와 이름 그리고 전화번호까지 버젓이 적혀 있는 스티로폼 박스도 그대로 버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공공용 쓰레기 분리수거용 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걸어서 겨우 1분 거리인 가운데 지역에 보란 듯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설사 쓰레기장이 없다 치더라도 놀다가 발생한 쓰레기는 스스로가 갖고 가야 하는 것이지요. 기분 좋게 먹고 마시고 놀다가 뒤처리 부분에서는 스스로의 양심을 쓰레기와 함께 삼발이 틈에 쳐 박아 버렸습니다. 설마 자녀들에게 이런 일을 시키지는 않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고기를 구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시민들
 

아니, 스스로 치우기 싫으면 차라리 그 자리에 그냥 두기라고 하면 나중에 치우기라도 수월하지요. 사람도 들어갈 수 없는 위험한 삼발이 틈에 온갖 쓰레기들을 쑤셔 넣는 다면  도대체 누가 저곳에 있는 쓰레기들을 치운단 말입니까? 쓰레기가 버려진 삼발이 틈은 워낙 협소하고 막힌 곳이라 파도에도 쓸려나오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깨끗한 풍경, 밑으로는 쓰레기와 함께 시민들의 양심이 옴짝달싹 못하고 쳐 박혀 있습니다. 또한 버려진 쓰레기가 있는 곳은 자타가 공인하는 청정제주의 바다입니다. 지금은 쌓여 있는 쓰레기의 양이 이 정도 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쌓일 것이며, 제주바다가 멍들어 갈지는 눈에 보듯 뻔합니다. 절실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주변 청소를 하시는 분은 묻혀있는 쓰레기는 상상도 못한 채 쓰레기 없는 깨끗한 도로 위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