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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 올 레

제주올레, 그 길에서 마주하는 해학

by 광제 200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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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그 길에서 마주하는 해학


풀 한포기, 바람한점, 나무한그루, 청명한 하늘, 풋풋한 흙냄새, 그리고 사람. 아옹다옹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따금씩 눈앞에서 펼쳐지는 신선함은 참으로 우리의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만들기도 합니다. 누가 초대를 하지 않아도 또는 등을 떠밀며 내몰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흙냄새 풋풋하게 풍겨대는 그곳을 찾아 나서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는 찾아내기 어려운 무엇인가가 그곳에는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황금카펫이 깔린 황홀함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목이 마르면 목을 축일 수 있는 우물을 만나게 해주지도 않습니다. 걸음을 가볍게 하는 내리막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풀 한포기가 가시덤불로 바뀔 수도 있고, 바람한점이 태풍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청명한 하늘만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은 그런 길을 찾아 떠납니다.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고 그 길로 향하는 것은 가쁘게 내쉬는 호흡의 소리와 질펀하게 온몸을 적셔대는 땀방울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온몸에 베겨, 후각을 자극하는 비릿한 냄새를 풍겨대는 땀 냄새 조차도 그 땀의 의미를 아는 이들에게 그 것은 향긋한 향수의 냄새일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고욕의 냄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향기로움도 그곳에는 있습니다.
 


제주올레 12코스에 있는 지금은 폐교된 한 초등학교 교정을 지키고 서 있는 해학 머금은 친구들  


해학도 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며 멋쩍은 미소를 애써 지어 보이다가도 이따금씩 해학을 머금고 있는 무엇인가를 만나게 되면 그곳에서 또 다른 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마주하고 있을 때면 실로 오랜만에 진솔 된 기쁨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웃음은 고단한 일상에 더할 나위 없는 양분을 선사하기 때문일 겁니다.
 


제주올레 12코스에서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땀 냄새 찌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웃음과 해학을 선사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흙으로 아무렇게 빚어 낸 듯 보이지만 하나하나의 표정들에서는 세상의 온갖 고행을 죄다 겪는 듯한 천태만상의 표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 띤 얼굴, 잔뜩 찌푸린 표정,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눈빛, 때로는 한없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스쳐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회지로 떠나버려 이제는 비록 폐교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어린 동심들이 재잘대며 뛰어놀던 그 자리의 한 켠에는 우리를 두고 도회지로 떠나버린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에 아랑 곳 없이 단순하게 길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각양각색의 표정을 하고 서 있는 얘네들의 모습을 보니 올레길에서 우연하게 마주하는 해학이라는 의미를 넘어 또 다른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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