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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내 여자를 뺏어간 상사, 첫 직장에서의 비애

by 광제 2009.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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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자를 뺏어간 상사, 첫 직장에서의 비애


요즘 직장생활하기 어떠세요? 우리는 '고개 숙인 가장'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감이 가중되기 시작하는 40~50대의 가장들에게 있어서 직장은 삶의 도구 또는 일상의 일부분을 떠나 이제는 전쟁터가 되어 버린지 오래전입니다.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가장들의 회사생활중의 극히 일부분인 한 단면만을 비디오로 촬영하여 아내 또는 가족에게 보여준다면 내 가장의 비애에 대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종종 나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러한 가장의 고된 생활 못지않게 아내의 가사노동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힌 까닭에 요즘에 와서는 가장들이 직장 생활 중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상사들을 두고 '직장인의 비애'라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쉽게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글쓴이도 20년이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과거 지난 세월 동안 직장에서 뼈저리게 느꼈던 업무와 관련된 비애들을 지금에 와서 열거해 봐야 한 낱 쓸데없는 푸념으로 들릴 것 같아, 그런 비애보다는 직장 초년병 시절에 겪은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할까합니다. 아니 에피소드이기 이전에 당시에는 총각이던 직장초년병이 한탄을 했던 '직장인의 비애'니다. 좋아하는 블로거인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 님이 넘겨준 주제에 어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글쓴이가 갓 입사한 직장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있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다음으로 이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봤습니다. 한눈에 반한 거였죠. "내가 너를 찍었다!! 지금 이 시간부터 넌 내꺼야~!!" 세상물정 몰랐던 사회초년병의 첫 직장에서 처음 본 이상형의 여자를 본 순간의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을 다 할까요?


그때부터 내가 직장을 출근하는 목적도 그녀 때문이요,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그녀 때문으로 바뀌어가기 시작 했습니다. 직장에서의 하루 일과는 온통 그녀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나의 식사 시간은 그녀가 식당으로 들어가는 시간이었고, 나의 휴식 시간은 그녀가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녀에 의해 움직여졌고 퇴근하면 그녀가 눈에 밟혀 잠을 이루기도 쉽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뿅!!!! 갔습니다. 물론 그녀는 나의 이런 불같은 마음을 알리 없죠.


언젠가는 나의 이런 불같은 마음을 그녀에게 전하는 날이 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어느 날, 때는 바야흐로 한해를 보내는 연말이라 회사의 망년회가 있어 전체 직원이 회식을 마치고 나이트클럽으로 모두 이동하였습니다. 최소한 여기까지는 그녀는 나에게 있어 천사였습니다. 비록 같은 자리, 가까운 자리에서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한 공간에 같이 앉아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꿈같은 시간이었습니다.


broken social scene by joshc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거의 모든 직원들이 나이트클럽으로 이동하여 맥주를 한잔씩 따르고 건배를 하고 차츰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의 나는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었습니다. 여차하면 그녀에게 대쉬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 왔습니다. 술에 유독 약한 나는 두잔 정도 마신 상태였지만 정신은 말짱한 상태, '아기다리 고기다리' 블루스타임, 두근거리는 새가슴을 억지로 누르고는 그녀에게로 갔습니다. 애로영화에서나 봤던

"사모님! 한곡 추실까요?" 가 아닌,

"숙자(가명)씨 춤 한번 출까요?" 하고 공손하게 춤을 청하는데, 이게 웬걸? 흔쾌히

"좋아요!" 하는 겁니다.

세상에~ 나는 오늘 봉 잡은 겁니다.

그녀와 함께 스테이지로 나가는 그 짧은 시간은 구름 위를 두둥실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의 기분이 아마도 이런 기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스테이지에 마주한 그녀와 나, 나의 숨이 이미 멎어 있고, 가슴의 맥박은 절구통을 찍듯이 찍어 대고 있었습니다. 잔잔하게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려는 그 순간, 절구통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강한 둔탁한 충격파가 뒷통수로 전해져 오는 것입니다. 디스코 타임의 사이키조명은 이미 꺼진지 오래고 은은한 미라블 조명이 스테이지를 비추고 있는데, 왠 때 아닌 번개불입니까.

"얌마! 저리비켜~ 들어가 시캬~ 쫄따구가 어딜 감히~"

통증이 전해져 오는 뒷통수를 움켜쥐고 뒤를 돌아보니 이인간은 다름 아닌 과장이라는 작자. 세상에 뺏을게 따로 있지 어떻게 부하직원의 파트너를 뺏는단 말입니까? 그것도 단순한 파트너도 아닌 나의 천사인데 말입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헉! 그런데 이건 또 무슨 경우 입니까? 흉악한 과장놈의 손은 나의 숙자씨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숙자씨는 그러한 흉악무도한 놈에게 이끌려 나긋나긋한 표정까지 지어가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합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는 경우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그런데 더욱 열 받는 사실은 직장상사라는 과장이 유부남이라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집니다.


직원들이 모여 있는 자리가 아니었으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를 정도로 격분했던 그때, 과장이라는 사람의 품에 안겨 블루스를 추는 모습의 숙자씨를 본 다음부터 나의 뇌리 속에 박혀있던 천사에 대한 환상은 날이 갈수록 점차 시들어 가고 결국에는 그저 그런 평범한 여자로 바뀌어 가더군요. 그날 밤 뺏기지만 않았다면 어떻게 진전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사회초년병의 첫 직장에서 비애를 느낀 첫 아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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