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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제주바다에 케이블카? 절대 안되는 이유

by 광제 2009.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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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있어서는 안 될, 협재 해상케이블카
-신이 내린 경관에 철탑을 세운다고?-

지금까지는 이 곳의 풍경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머랄드 빛깔을 발산하는 이국적 바다위에 그림같이 떠 있는 비양도의 환상적인 풍경.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색을 하고 있고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빛깔을 품고 있는 협재해수욕장, 새하얀 모래의 백사장을 간직한 해수욕장은 바다 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깨끗한 바닷물은 이곳이 과연 한국의 바다인지 모를 정도로 착각을 일으키고 이러한 아름다움을 감싸 안은 듯 유유히 떠 있는 비양도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이곳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나의 표현력의 한계를 실감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시적인 표현도, 사람들이 이곳의 풍경을 앞에 두고 자지러지게 감탄사를 뿜어내는 일도 더 이상은 볼수 없을 듯합니다.      

이곳은 바로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풍경을 간직한 협재해수욕장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곳 협재해수욕장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한림읍의 협재에서 시작하여 비양도까지 약 2km에 걸쳐 바다 위를 가로 지르는 해상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입니다. 옥빛 바다위에 대형 철탑을 세우고 위에는 대형 곤돌라 12기 하늘을 수놓을 것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상식으론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제주바다에 재앙이 닥쳤습니다. 


비양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전,후의 모습(가상그래픽, 클릭하면 큰그림으로 볼수 있음)

이미 이 사업은 제주도내의 R업체가 빠르게 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등을 마치고 주민설명회까지 갖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관광케이블카시설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도시관리변경계획안'을 원안대로 의결한 상태라고 합니다. 사실상 모든 절차상의 준비는 마친 것으로 보여 국내 최대규모의 해상 케이블카 건립은 아무런 문제가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제주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이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주도가 갖고 있는 청정 바다는 자연이 제주인들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입니다. 전국의 관광객, 아니 세계의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 또한 오염되지 않은 청정 제주 바다입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를 살아가는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제주인들이 끝까지 지켜내야 할 유산이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제주만의 축복입니다. 그 축복을 우리 스스로가 내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단체에서는 '천연기념물 완충지역이다, 천연동굴 등 문화재가 훼손된다, 해양생태계에 위협을 준다, 마을 공동어장이 피해를 입는다' 등 이 사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차치(且置)하고서라도 어떻게 비양도에 케이블카를 놓아 관광객을 끌어 모으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부터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제주 서부지역에서 최고로 관광인프라가 형성된 곳은 바로 다른 곳이 아닌 한림지역입니다. 천연기념물 덩어리인 한림공원을 중심으로 협재해수욕장과 바다위의 비경으로 일컬어지는 비양도의 풍경은 이미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지역입니다. 물론 그 배경에 바다위에 자연그대로 홀연히 떠 있는 비양도의 풍경에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많은 관광객들은 이미 바다위의 비양도 풍경을 한 폭의 그림으로 묘사합니다. 협재해변의 옥빛 바다빛을 예찬할 때에도 비양도를 빼놓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지금 이상태 그대로 있어야 가능한 모습들인 것입니다. 주민이 살고 있는 비양도 또한 그 아름다움으로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야 한다면 케이블카로 망가진 모습이 아닌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산악지형에 설치한 케이블카를 주로 봐왔습니다. 환경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험준하고 가파른 산악지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가파르게 거슬러 올라가는 고산지대의 아찔함도 경험하고 발밑으로 수려하게 펼쳐져 있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그 경관을 만끽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등반로 훼손등으로 인한 자연보호 차원에서라도 산악지역의 케이블카는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평으로 바다 위를 가로 질러 설치되는 비양도 케이블카는 그 목적 자체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날아 와서 앉은 섬'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섬 비양도, 어민들이 그물을 꿰 메는 소탈한 모습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때 묻지 않은 지역, 드라마 촬영지의 신비함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어야 할 곳이 그 소탈함과 신비로움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최소한 제주도에 있어 비양도 만큼은 개발이 아닌 보존지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양봉을 중심으로 타원형 형태의 0.5㎢ 면적의 비양도, 드라마 '봄날'을 이곳에서 촬영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비양도는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조개껍데기 널 부러진 소박한 해안선이 일품이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비양나무와 섬 전체에 널려있는 천연기념물인 용암기종군들, 그리고 바닷물로 이뤄진 염습지 등이 있는 한마디로 '천연기념물 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냥 이대로 있어 주는 것이 많은 관광객이 협재를 찾는 이유가 될 것임을, 그리고 나중에 후회할 때는 이미 늦는다는 사실을 제주도민과 한림주민들은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한라산과 제주]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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